▲춘자싸롱 메뉴판메뉴판 써준게 고마워 감귤 3박스를 보내주시다니--
김정민
그런데 맛보다 더 재밌는 얘기들을 올레꾼들과 나누는 걸 엿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듣다 풋, 웃음이 났지요. 그 이야기인즉, 어느 해 겨울(작년 겨울인가?)에 비가 갑자기 쏟아져 어떤 젊은 남자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대요. 아마 비를 엄청 쫄딱 맞아서 불쌍해보였겠죠. 그래서 커피 한 잔을 줬다고 해요. 그리곤 이런 저런 얘길 나눴대요.
춘자씨는 젊은남자에게 커피값 대신 메뉴판을 쓰고 가라고 했어요. 마침 국수값을 500원 올릴 예정이었다네요. 그래서 종이 한 장을 주고 쓰라고 한거죠. 그래서 지금의 메뉴판이 만들어진 거구요. 그런데 춘자씨는 그게 또 고마워 감귤 3박스를 젊은 남자가 사는 경기도에 보내줬대요. 그리고 지금은 전화통화도 하면서 지낼 정도라고 해요. 로맨틱하면서 훈훈하지 않나요?
생각해보세요. 커피 한 잔에 메뉴판을 써주고, 또 그게 고마워 감귤을까지 보내다니. 두 분의 인연이 장난 아닌 것 같은데, 춘자씨에겐 이런 인연이 많은 것 같았어요. 전화 오시는 분도 많은 듯했어요. 인기가 좋으신가봐요.
아, 먹다보니 국수가 너무 맛있어졌어요. 국수 맛이 좋은 이유, 이젠 아시겠죠? 사실 주인 아주머니 이름이 춘자라는 설이 있고, 별명이라는 설도 있지요.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직접 물어보기도 그렇잖아요? 그냥 춘자싸롱이라는 이름이 어울려요. 만약 제주에 오게 되면 춘자싸롱을 찾아가보세요. 메뉴판 두 개를 써주면, 감귤 6박스를 얻을 수 있는 놀라운 일이 생길 수도 모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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