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힐 내부에 위치한 스타벅스드래곤힐 내부에 위치한 스타벅스. 낯선 곳에서 만난 반가움에 촬영한 스타벅스 드래곤힐점 외경
임호형
스타벅스에도 다양성이 Main Post로 나가 조금 헤매다 보니 반가운 간판이 보였다. 스타벅스. 뭐 특별한 게 있을까 싶었지만 아까 피자를 주문하면서 느꼈던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이 곳에서도 느낄 수 있으리라는 작은 기대를 갖고 들어가보았다. 흘깃 메뉴를 살펴보는데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가격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왠지 모를 실망감마저 들었다. 핫초코를 주문했다. 잠깐, 좀 전에 환전한 달러가 남아 있던가. 얼추 short 사이즈는 마실 수 있겠다. 자신만만하게 short 사이즈의 핫초코를 주문했다. 이게 왠일? 이곳은 Tall 사이즈부터 Grande, Venti 사이즈의 음료만 주문이 가능하며, Short 사이즈의 음료는 판매되지 않는다고 한다. 주섬주섬 지갑을 뒤지지만 준비해간 달러가 부족했다. 점원에게 혹시 원화도 받는지 물었다. 가능하다고 한다. Tall 사이즈 핫초코를 주문하고 거스름돈을 받는데 원화 동전이 아닌 달러동전으로 거슬러준다. 원화와 달러가 모두 통용되지만 거스름돈은 달러로만 내주는 것이 법규라고 한다.
다시 흥미진진해졌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 있지만 서로 다른 문화가 혼재한 이곳은 양파껍질을 벗기듯, 머물면 머물수록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음료를 기다리며 바리스타 분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음료는 카라멜마끼야또 Grande 사이즈이며, 메뉴나 음료의 재료들은 국내 여느 스타벅스와 동일하지만 패스츄리와 같은 베이커리는 주한미군들의 입맛에 맞추고자 드래곤힐 호텔에서 직접 공수한다고 한다. (기존 스타벅스의 베이커리는 조선호텔에서 공급받고 있다.) 또 일반 스타벅스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하는데 반해 이곳은 주한미군들의 출퇴근 시간(오전 9시~ 오후 6시)을 반영해 평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7시부터 오후8시까지 운영된다.
피자를 주문하며 느꼈던 문화적 차이를 또 한 번 경험할 수 있었다. 기존의 만들어진 피자메뉴를 고르는 것에만 익숙했던 내가 갖가지 토핑을 골라 피자를 주문하면서 느꼈던 당혹감을,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주문하면서도 또 한번 느꼈다. 단순히 핫초쿄라는 메뉴를 주문했던 필자와는 달리 대부분의 외국인 손님들은 좀 더 세분화시켜, 가령 '두유를 넣어주고 디카페인으로 해주세요' '저지방 우유로 투 샷으로 해주세요' 혹은 '감미료 추가해주세요', '시럽은 2번 부탁해요' 등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료로 주문하고 있었다. 무심코 넘길 수 있는 작은 차이지만 각자의 취향과 선택 그리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 문화의 일면을 체험했다.
한국 땅인데 미국법 적용 이 곳에서 통용되는 모든 법은 미국 현지법이다. 한국 땅에 자리잡았다고 하나 이곳에 생활하는 거주민 대부분이 미국 국적의 주한 미군관계자와 가족들이므로 건축, 교통, 방범 등 기타 크고 작은 생활규범들에 모두 미국 현지 법이 적용된다. 교통법을 예로 든다면, 한국에서는 사거리 교차로 지점에서 직진하는 차량과 좌·우회전하는 차량이 동시에 맞닿은 상황이라면 단연 직진 우선주의로 주행할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좌·우회전하는 차량이 먼저 커브를 돌아 이동하면 그 다음 직진 차량이 움직이는 미국 현지 교통법에 의거해 주행하고 있다. 신호등 없이 횡단보도로만 표기된 이곳의 모든 도로에서도 미국식 현지 교통법에 의거해 무조건 차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하여 이곳의 평균 주행속도는 먼발치에서도 사람을 발견하면 바로 정지할 수 있는 1/40km의 표준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