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 박윤배 부평구청장 부인이 '제3자 뇌물취득' 혐의로 구속된 상황에서 진행된 항소심 재판 결과가 오는 26일 나올 예정이다.
재판 결과가 한나라당의 부평구청장 후보 공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를 떠나 박 청장에게 도덕적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6·2 지방선거에서 부평지역 공천권을 사실상 쥐고 있는 조진형(부평갑) 의원은 19일 기자와 전화인터뷰에서 박 청장을 여전히 심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조 의원은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16일 입후보 배우자의 도덕성도 후보자와 같은 수준으로 심사키로 했다는 방침을 밝혔음에도, 조 의원은 "(박윤배) 청장은 억울한 경우가 있었다, 지난 번 불법당원모집 사건도 억울했다"고 한 뒤 "공심위(심사)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청장의 부인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사실상 박 청장을 다시 공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하지만 조 의원의 이런 의사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뿐 아니라, 시민사회 등에서는 '법적으로 무죄가 될 수 있어도 도덕적으로 이미 유죄를 선고받은 만큼, 박 청장은 부평구민 앞에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공심위는 성범죄를 저지른 후보는 사면·복권돼도 공천서 배제키로 했으며, 파렴치 범죄와 뇌물수수를 포함한 부정부패 전력자는 벌금형 전과만 있어도 공천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던 박 청장의 도덕성
박윤배 구청장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민선 3대 부평구청장으로 당선됐다. 당선 후 박 청장의 도덕성 문제는 끊이지 않고 구설수에 올랐다.
박 청장은 2005년 지방의원들에게 130만 원 상당의 홍삼 선물세트를 돌렸고, 부평구 유소년 축구단에 현금으로 310만 원을 지급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20만 원을 선고받은 뒤 항소해 2심에서 70만 원을 선고받아 구청장직 상실 위기에서 벗어났다.
또 2006년 지방선거에 앞서 박 청장의 부인과 전 비서관이 당비 대납을 조건으로 한 불법 당원모집으로 모두 구속됐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 별정직(6급)으로 임명한 비서관이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내 경선을 염두하고 2005년 7~8월경 장애인단체를 동원, 당비를 대납해주는 조건으로 노인과 장애인 670여명으로부터 입당 원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박 청장의 부인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비서관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결국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밖에도 박 청장은 2006년 재선에 성공한 후 2002년 지방선거 당선 직후 생활폐기물 수거운반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뒤늦게 제기돼 구설수에 올랐다.
2007년 당시 인천지방검찰청 특수부는 "생활폐기물 수거운반업체 대표가 물량을 배정해주는 대가로 박 청장에게 2002년 1000만 원을 건넨 혐의를 수사한 결과, 박 청장의 사전수뢰 혐의가 사실로 확인됐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청장은 당시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적 대응은 하지 않아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
이번 박 청장 부인의 '제3자 뇌물취득' 혐의 사건과 박 청장의 3선 도전을 바라보는 일부 시민단체는 "이미 도덕적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만큼, 공인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장금석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부인과 측근이 각종 불법으로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형사 처벌을 받은 박 청장은 이미 도덕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유죄를 선고받은 셈"이라며, "공인이라면 이에 대한 책임성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 지방선거에서 박 청장이 재출마한다면 그에 대한 심판을 시민들이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진형 의원, '흠집 많은' 박 청장한테 왜 집착하나?
박 청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될 경우 상대 정당이나 시민사회로부터 박 청장의 도덕성 문제가 집중 공격될 텐데, 조 의원이 박 청장의 공천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또한 박 청장이 다시 당선되더라도 향후 '단체장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더 이상 눈치 볼 게 없어지면서 박 청장에 대한 조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짐작되고, 각종 구설수에 올라 흠집이 많은 데도, 조 의원이 집착을 보이는 이유는 재선 구청장이라는 박 청장의 이점과 함께 자신의 2012년 총선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4선 고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부평 출신의 박 청장 같은 정치 대리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부평에서 30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정치적 후계자를 양성하는 데 소홀했다는 평가를 일각에서 받고 있으며, 사실상 인물난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인천시의회 의장직과 부구청장직을 각각 포기하고 부평구청장 후보 공천에 승부수를 던진 고진섭 시의원과 오태석 전 부구청장은 난처한 상황이다. 박 청장의 부인 사건이 무죄로 판결될 경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당직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 심판과 함께 '일방 통행'식 지방행정을 보여온 안상수 시장과 박윤배 청장을 심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3.22 16:48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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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청장 부인 항소심 결과, 선거에 영향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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