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
이안수
이 왕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태국 왕조에 관한 얘기를 바탕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서쪽으로 긴 국경선을 접하고 있는 미얀마의 침입으로 1350년에 건립되어 수세기 동안 동남아의 해상무역의 주도권을 장악했던 태국의 아유타야왕국이 1767년에 멸망하게 됩니다. 이것은 타이족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었지요. 이에 짜오프라야강의 하류로 퇴진한 타이족은 톤부리에 미얀마군을 맞서는데 큰 공을 세웠던 딱씬을 왕으로 하는 새로운 왕조를 세우게 됩니다. 당시 톤부리(Thonburi)에 왕궁과 왕의 전용사찰인 새벽사원이 건립되었지요. 하지만 왕위에 오른 뒤에도 계속되는 미얀마군의 공격에 맞서는 일은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마침내 타이족은 그의 영도력에 회의를 느끼고 다섯 명의 장군들에 의한 쿠데타로 제일 명망이 높았던 짝끄리장군을 새로운 왕으로 추대했습니다. 그가 라마 1세입니다. 톤부리왕조는 불과 16년 만에 막을 내린 것입니다. 라마1세는 짜오프라야 강 서쪽에 새롭게 도읍을 정하고 현재의 왕궁과 왕실전용사원인 에메랄드사원(Wat Phra Kaew 왓 프라께오)을 건립한 것이지요. 그러므로 현 왕궁과 사원은 짝끄리 왕조의 모든 것이 집적되어 있는 곳입니다.
사원의 회랑에는 라마끼얀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라마끼얀(Ramakien)은 인도의 고대서사시 인 라마야나(Ramayana)를 원본으로 한 내용으로 신과 나쁜 도깨비들과의 싸움을 묘사합니다. 그러므로 라마끼얀은 장대하고 장엄한 인도의 대서사시인 라마야나의 태국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유타야의 멸망과 톤부리시대의 군사적, 정치적 혼란 속에서 새로운 왕조를 출범시킨 라마1세로서는 민심을 안정시키고 왕권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지요. 그는 민심을 모으는 구심점으로 불교를 근간으로 삼았고 이 라마끼얀은 통치의 논리적 근거로 번역되고 개작되었습니다. 현 태국의 문화는 많은 부분 이 라마끼얀에 바탕한 것입니다. 이곳 회랑의 황금벽화를 비롯한 그림뿐만 아니라 문학과 건축, 노래와 무용 등에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 회랑의 벽화는 부분적으로 보수 중이었습니다.
높이 66cm, 너비 48.3cm의 에메랄드 불상이 모셔진 에메랄드사원은 왕실 전용사원이면서 태국국민의 불심이 집적된 최고의 사찰입니다. 녹색의 옥을 깎아서 만들었다는 불상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국왕이 직접 승복을 갈아입힌다는군요. 1434년 태국 북부의 치앙라이의 한 사원 무너진 탑 속에서 처음 발견된 이 불상은 라오스로 옮겨졌다가 다시 짝끄리 장군에 의해 태국으로 반입되는 등 현재의 대웅전에 안치되기까지 왕조의 운명과 함께 파란의 풍상을 겪습니다. 이 불상과 사원 안에서 사진촬영은 금지됩니다.
에메랄드 불상이 안치된 대웅전의 테라스 옆에는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 황금빛 둥근 쩨디(chedi 사리탑과 유사한 태국 불교 기념물)가 이 사원을 세운 태국민의 희원을 웅변합니다.
불교 성전이 보존된 장서각이 이어져있고, 짝끄리 왕조 왕들의 입상 조각상들을 모셔놓은 판테온pantheon이 있습니다. 그 옆에는 라마 4세 때 만들어졌다는 앙코르와트 석재 모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에메랄드 사원을 벗어나면 왕궁의 기능건물들이 펼쳐집니다. 왕을 알현하는 행사용 건물(아마린 위닛차이), 왕의 대관식을 거행하는 곳(파이산 탁씬), 라마 1, 2, 3세가 기거하던 건물(짝끄리 피안), 왕궁의 중앙(짝끄리 마하 쁘라쌋), 왕과 왕족들의 시신을 안치하여 조문을 할 수 있도록 한 건물(두씻 마하 쁘라쌋), 그리고 국빈과 왕의 특별사절을 위한 영빈관(보롬 피만 맨션) 등을 켄의 부지런한 발걸음을 따라 스치듯 살폈습니다.
현재 이 왕궁은 왕실이나 국가의 공식행사에만 활용되고 국왕을 비롯한 왕족은 라마5세의 개인 정원이었으며 지금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동물원이라는 두시트 동물원 동쪽의 치트랄라다 궁전(Chitralada Palace)전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라마9세는 그의 형인 라마8세가 왕궁Grand Palace에서 죽고 난 뒤 라마6세의 주거지였던 4평방킬로미터 넓이의 치트랄라다궁으로 옮겼습니다.
태국은 현재 불교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이슬람교가 5%를 차지하고 있는 불교국가입니다. 입헌 군주제를 채택하여 1946년 즉위한 라마 9세 푸미폰 아둔야데 (H.M. King Bhumibol Adulyadej) 국왕이 통치하고 있습니다.
*태국관광법은 외국인가이드의 왕궁안내를 금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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