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와 여수는 지척지간이다. 그래선지 남해 사촌해수욕장에서 여수가 훤히 보인다. 이런 만큼 남해와 여수는 생활권에 얽힌 사연이 많다. 우선, 어릴 적 주위에 '남해댁'이 많았다.
그녀들은 부지런했으며 억척스러웠고 상냥했다. 힘들었던 시절, 살기 위한 몸짓이 아니었나 싶다.
어느 여름 날, 돌산 앞바다에서 수영하다 썰물에 오동도를 거쳐 남해까지 떠밀려야 했었다. 그러면 남해 어부들이 건져 올려 군밤 한 대 쥐어박으며 돌산까지 데려다줬던 기억이 아직도 새삼스럽다.
"똥배로 척박한 땅 기름지게 똥을 실어 날랐다"
또 다른 기억 파편으로 당시 어른들의 "여수에서 남해로 똥 지개를 퍼 날랐다"는 소리였다. 확인할 길이 없었는데, 지난 주말 남해 남면 선구리 사촌 방문에서 만난 보물섬 캠핑장 주인 조세윤 씨에게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옛날 남해는 똥배를 이용해 여수에서 똥을 실어 날랐다. 척박한 땅을 기름지게 만드는 거름용이었다."
이를 듣던 여수YMCA 이상훈 사무총장은 "여수Y 60년사를 정리하다 한 자료에서 50년대 초반 여수시의회가 Y회관에 세 들었던 내용이 있었다. 이에 의회 회의록을 찾아보니 지자체가 가난해 청사 지을 예산이 없어서였다. 예산이 없는 이유는 경기가 어려워 남해에서 사가는 똥 판매 부진 때문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남해와 여수는 같은 생활권이었을 뿐만 아니라 뱃길로 30분이면 족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데도 육지로 오려면 2시간여가 걸린다.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대비해 접근성 제고를 위해 남해와 여수를 잇는 다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데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계획에 그쳐 아쉬움이 남는다. 이로 인해 박람회 개최에 따른 관광, 숙박 등 경제 이익을 나눌 기회가 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남해 보물섬 캠핑장.임현철
▲ 남해 보물섬 캠핑장.
ⓒ 임현철 |
|
피서객이 그늘에 누워 책 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
2010년 오늘, 1950년대 초반 사연을 알고 있을까? 사촌해수욕장 백사장은 말없이 편안함을 전할 뿐이었다.
역시 해수욕장은 사람이 북적대야 제격인 곳. 초봄, 백사장의 썰렁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한 아낙이 백사장을 걸으며 몰을 줍고 있다. 저 아낙이라도 없었으면 여름날의 북적거림은 한낱 추억에 그쳤을 게다.
조세윤씨는 "남해는 우리나라 바닷가 형태인 갯벌, 모래사장, 몽돌밭 등을 다 갖춘 곳이다"면서 "사촌 해수욕장에는 여름 성수기에 3천에서 5천여 명이 피서를 오는데 6월이면 숙소 예약이 완료된다"고 귀뜸이다.
해송 사이로 자리한 '피서지 문고 및 환경안내소'가 눈길을 끈다. 저런 아이디어는 누가 냈을까? 피서객이 그늘에 누워 책 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남해에서 여름 한 철 보내는 것도 행복할 듯하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
2010.03.26 11:37 | ⓒ 2010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