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희생자 추모하면 예비 범죄자?"

경찰, 천안함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 참가자 또 연행

등록 2010.04.08 08:24수정 2010.04.0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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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대학생문화연대 소속 학생들이 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에서 천안함 사고의 진상규명과 실종자들의 무사기환을 기원하며 촛불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대학생문화연대 소속 학생들이 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에서 천안함 사고의 진상규명과 실종자들의 무사기환을 기원하며 촛불을 들어보이고 있다.유성호

 경찰들이 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가 추모형식을 빌린 미신고 불법집회라며 참가한 학생들을 강제연행하고 있다.
경찰들이 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가 추모형식을 빌린 미신고 불법집회라며 참가한 학생들을 강제연행하고 있다. 유성호

"우리를 예비 범죄자로 보는 것 같다."

7일 천안함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청계광장 촛불집회에 참가한 김보아씨의 말이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연행해 가고 집회를 해산시키는 경찰들의 태도에 분통을 터트린 것이다. 촛불집회는 지난 3월 31일부터 계속되고 있지만 매번 경찰들이 개입해 채 10분도 집회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씨는 "우리는 천안함 희생자들을 추모하자는 뜻으로 모였고,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자는 것인데 경찰들이 왜 이런 식으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천안함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 참가자, 또 연행

집회에 참가한 최민후씨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입을 틀어막으려 하지만 촛불 집회는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 상식적인 것"이라며 "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씀하셨던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촛불로 의견을 표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 김유리씨는 "오늘 생존자 기자회견을 봤는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며 "평소 물도 안 샜고, 물기둥도 없었다고 하던데 그러면 아무 이유 없이 배가 두 동강 난 거냐"고 말했다. 김씨는 "세 살짜리가 들어도 어이없다고 할 것"이라며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들이 집회를 막는다고 사람들이 안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4명이 10명이 되고 40명이 되어 우리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말마따나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6일에는 4명만이 집회에 함께했지만 오늘은 25명 가량이 모였다. 오후 7시 20분, 서로를 아는 듯 모르는 듯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은 한 사람이 손바닥 두 개를 합쳐 놓은 크기의 스피커를 꺼내 키자 한 데 모였다. 스피커를 킨 사람은 한국대학생문화연대 문화예술분과 송상훈 준비위원장이다.

처음 마이크를 든 송 위원장은 "엄숙하게 촛불집회를 진행하겠다"고 말문을 뗐다. 그는 "오늘 생존자 기자회견이 있었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답답한 마음은 풀어지지 않았다"며 "남은 의혹들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 측의 경고방송도 시작됐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미신고 야간 불법집회를 그만두라"며 "불법 집회 주최자는 영장 없이 현행범으로 체포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추모의 마음을 담은 숙명여대 학생의 노래가 끝나자 또 다시 경찰 측의 경고방송이 이어졌다. 경찰은 '미신고 옥외집회'라는 말을 반복했다.

다음 발언자로 나선 한국대학생문화연대 김영식 대표가 "4월 4일 촛불집회 때 <조선일보> 기자는 오지도 않았는데 집회 참가자가 '인민군' 발언을 했다는 보도를 냈다"며 말을 이어가는 순간 40명 가량의 경찰들이 집회 참가자들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집회를 시작한 지 10분 남짓한 시간이 흐른 시점이었다.

"추모한다고 잡아가는 게 대한민국 현실"

 경찰들이 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가 추모형식을 빌린 미신고 불법집회라며 참가한 학생들을 강제연행하고 있다.
경찰들이 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가 추모형식을 빌린 미신고 불법집회라며 참가한 학생들을 강제연행하고 있다. 유성호

경찰은 곧장 김영식 대표와 송상훈 위원장을 붙잡아 미리 주차해 둔 차에 두 사람을 끌고 갔다. 송 위원장은 잡혀가면서도 "시민 여러분, 추모하는 것조차 잡아가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라고 계속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도 "추모를 하겠다는 왜 잡아가냐"며 "추모도 죄냐"고 경찰에 따져 물었다. 몇몇 참가자들은 "차도에 나간 것도 아닌데 2차 경고만 하고 잡아가 버렸다"며 격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잡혀간 두 사람에게 다가서려고 이동하자 경찰들은 강하게 막아섰다. 참가자들이 "왜 잡아가냐"고 항의하자 경찰들은 참가자들을 삥 둘러싸려 했다. 경찰이 참가자 전체를 연행할 듯 위협을 가하자 참가자들은 청계광장 앞에서 물러나 세종문화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2차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김 대표와 송 위원장이 잡혀갈 때 눈물을 훔쳤던 숙명여자대학교 학생 정수연씨는 "우리는 우리 나이 또래 국군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들었을 뿐인데 추모하는 대학생을 막무가내로 잡아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내일도 모레도 또 다시 촛불을 들겠다"고 말했다.

김보아 고려대 학생은 "두 마디밖에 못한 김 대표가 잡혀갔다"며 "잡아간 이들을 되돌려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발언자로 나선 추성호 정치주권네트워크 대표는 "천안함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을 뿐"이라며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촛불을 멈추지 말자"고 제안했다.

네 번째 발언자가 사람들 앞에 섰을 때 또 다시 40여 명의 경찰들이 에워싸기 시작했고 참가자들은 서둘러 흩어졌다. 참가자들을 잡지 못한 경찰들은 후임 경찰에게 "둘러싸버리면 되지 왜 저리로 이동하냐"며 "머저리같은 것들"이라 신경질을 내기도 했다.

한국대학생문화연대는 "천안함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촛불은 매일 7시 청계광장에서 이어질 것이고, 10일에는 범시민 촛불 문화제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생이 경찰에게 촛불을 빼앗길 경우 대체하기 위해 휴대폰 카메라로 촛불을 찍고 있다.
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생이 경찰에게 촛불을 빼앗길 경우 대체하기 위해 휴대폰 카메라로 촛불을 찍고 있다. 유성호

#천안함 추모 촛불 #경찰 연행 #촛불집회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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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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