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의 5만 달러 수수 혐의에 대한 1심 무죄판결과 검찰이 '별건수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10억여 원 수수 수사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일이 6·2 지방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9일 한 전 총리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온 직후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황영철 한나라당(강원 홍천·횡성) 의원은 연단에 올라 "한명숙 전 총리 무죄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더 이상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고통받는 정치인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루 뒤 김성식 한나라당(서울 관악갑) 의원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검찰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검찰이 신뢰를 벌어도 모자랄 판에 매를 버는 일을 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별건수사'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6월 2일 지방선거일까지 한명숙 수사 중단을 촉구했다.
12일 대정부질문에 나선 권영진 한나라당(서울 노원을) 의원도 "상식적으로 지방선거 전까지 '별건수사'의 판결이 나오고 국민 앞에서 밝혀지기엔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지방선거에서 정책과 인물은 실종되고 정치 탄압이냐 아니냐는 선거로 전락해 버릴 우려가 있으니 10만 달러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는 6월 2일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엉성한 수사, 검사의 치욕, 수사하려면 당당하게"
앞서 언급한 3명 의원들은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모임인 '민본21'에서 활동하고 있는 초선 의원들이다. 한편 당 중진에서도 검찰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나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 슬롯머신 비호세력 수사에서 검찰 수뇌부와 정권실세에 대한 수사를 이끈 바 있는 홍준표 의원(서울 동대문을)은 1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굉장히 엉성한 수사' '치욕' 등의 말을 써가며 검찰의 부실한 수사를 강력 비판했다.
홍 의원은 "어떻게 전직 총리를 수사하는데 그렇게 안이하게 수사를 했는지, 또 공판 관여도 어떻게 그렇게 안이하게 했는지, 검사 개개인이 참으로 부끄러운 이야기"라며 "(재판부가) '검찰조서가 강압적으로 작성됐다' 이런 식으로 부정을 해 버렸는데, 이건 참 검사로서는 치욕"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이 1심 재판 선고 하루 전 사실상의 별건수사에 들어간 것에 대해 홍 의원은 "이 시점에서 그런 식으로 또 수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전혀 옳지 않은 태도"라면서 "서울시장 선거라도 끝나고 난 뒤에 증거가 있다면 당당히 수사해야 되는 것이지 이 시점에서 또다시 수사하는 건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어 "정치적으로 (수사를) 그만두라는 것이 아니라 좀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당당하게 처신하려면 관련 증거수집과 참고인 조사는 진행을 할 수 있겠지만 한 전 총리에 대해선 6월 2일 지방선거가 끝나고 소환을 하든지 직접수사를 하는 게 옳다. 그리고 언론에 이걸(피의사실)을 노출 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원칙을 제시했다.
서울시장 출마자들 "선거 기간 중 별건수사는 한명숙 돕는 것"
앞서 언급한 의원들이 검찰의 기소와 '별건수사'를 비판했다면 6·2지방선거에서 중요 역할을 맡거나 직접 뛰어든 경선 후보들은 한 전 총리에 대한 무죄판결과 '별건수사'의 역풍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경필 의원(경기 수원팔달)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판결 하루 전날 별건수사를 하면 어떡하자는 것이냐. 이런 식으로 의도적으로 한 전 총리를 흠집낸다는 인상을 주면 어떡하자는 것이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나라당 경선을 통과할 경우 본선에서 한 전 총리와 대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시장 경선후보들도 이런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원희룡 의원(서울 양천갑)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전 총리의 5만 달러 수수혐의에 대한) 1심이 무죄로 나왔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한명숙 전 총리가 탄압받는 모습이 부각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한명숙 지지층도 결집할 것이고 중간층도 한명숙 전 총리로,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원 의원은 또 "(한 전 총리를) 정치적으로 탄압하는 인상이 지금처럼 부각되면 오히려 한명숙 후보를 도와준 결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검찰은 자신들의 업무적인 울타리에 빠져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데 국민들의 눈높이와 시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나선 나경원 의원(서울 중)도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권을 행사하는 부분은 검찰 판단의 몫이고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지방선거 이전에 별건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여러가지 정치적 부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2010.04.12 15:48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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