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건이 6자회담 재개 문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달 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주목된 것은 그가 중국에서 6자회담 복귀를 천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는 그가 이달 말에 방중해서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힌다 해도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아졌다.

커트 캠벨 미 동아태 차관보가 14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6자회담 재개'관련 질문에 "현 시점에서는 천안함을 인양하고 함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뜻을 한국에 전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전개된 상황을 바탕으로 다음 조치를 취한다는데 한미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정부 고위 당국자도,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의 관계에 대해 "만약 북한이 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6자회담이 진행되면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이 방중한다 해도,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사전 접촉이 없는 조건에서 6자회담이 어떻게 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한국과 미국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6자회담 재개 여부의 중요 변수로 고려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미국에 '북미 접촉 자제요청'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주목된다. "북한이 6자회담 참여 의사를 중국에 밝히자 중국이 이를 미국에 전달했고, 미국은 북측과의 예비대화를 가지려 했으나 한국 정부가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될 때까지 자제를 요청해 중단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사실이 아니"라며 "6자회담 프로세스가 정체되는 건 천안함 문제 때문이 아니라 북미간 논의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딱 선을 그어서 말한 것이 아니라 만약 6자회담이 재개됐는데 북한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변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사건 초기에는 "사고에 제3자가 개입했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고 했다가 지난 2일 캠벨 차관보 방한해 "사고와 관련해 예측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이번에는 6자회담과 연계시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한국정부 입장을 감안해 '원칙'적인 태도를 지키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