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흥수 "전·현직 대법원장들 '절대권력'에 도취"

“법관들을 장기판 말처럼 이리저리는 옮기는 재미로 대법원장 임기 채워 와”

등록 2010.04.19 18:25수정 2010.04.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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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대법원장들이 진정한 사법부 선진화보다는 '절대권력'에 도취해 법관들을 장기판의 말처럼 이리저리 옮기는 재미로 대법원장 임기를 채워 왔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매해 1000명의 법관들이 자리를 옮기고, 평균재직 기간이 10년이 안 되는 곳이 법원인가, 군대인가, 경찰인가?"

법관 재직 동안 줄기차게 사법개혁 목소리를 높여 '사법개혁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문흥수 법무법인 민우 대표변호사는 18일 발간한 <실패한 사법시스템, 그들만의 천국>이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현재의 사법시스템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전·현직 대법원장들을 향해 이같이 직격탄을 날렸다.

사법개혁의 핵심을 '전관예우 퇴출',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관인사제도의 개혁'을 꼽은 문 변호사는 "법관인사가 법원의 고유 문제라면서 아전인수식으로 주장하며 사법시스템 개혁을 반대하고 오히려 고착화시키고 악화시켜온 대법원, 특히 민주화 이후의 역대 대법원장들은 입이 열 개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심각한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법원은 1987년 민주화 이후 2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기 보다는 개악을 일삼아 왔다"며 "이것은 전적으로 법관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는 역대 대법원장들의 무책임하며 무감각한 인사운용으로 인한 것"이라며 윤관 전 대법원장, 최종영 전 대법원장, 이용훈 현 대법원장을 지목했다.

문 변호사가 사법개혁의 걸림돌로 전·현직 대법원장들에게 이렇게 화살을 겨냥한 이유는  "모두 법원 중심으로 사법개혁이 운영되다 보니, 군사독재 시대의 가파른 피라미드 인사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법원구조에 대한 개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법관들의 평균연령이 40세가 되지 않고 평균 재직기간 또한 10년이 되지 않는 것에 주목했다. 이는 "우리사회에서 법관직이 최고의 선망의 직업중의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법관들은 법관이 되자마자 조만간 법관직을 그만둘 생각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것은 법관들이 재판업무에 집중하기 보다는 퇴직 후를 걱정하며 지낼 가능성 내지 위험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대부분의 법관들이 조만간 퇴직해 변호사를 할 것을 전제로 재판업무에 임하고 있다면 이것은 지극히 후진적이며 위험천만한 지경"이라며 "이 점에 있어서 현재의 사법시스템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변호사의 날선 비판은 계속됐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법관이라고 해도 정년(65세)을 채울 수 없고, 대법관들은 6년 임기를 마칠 무렵이면 어느 로펌에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가운데 재판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소위 엘리트 법관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대법관을 하는 식으로 단임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법원장들을 비롯한 고위법관들도 대법관이 안 되면 마찬가지 고민을 하면서 일할 가능성이 크고, 일반 법관들도 가파른 피라미드식 인사제도에서 승진이 안 되면 상대적으로 박봉인 상황에서 법관직에 대한 보람과 긍지보다는 회의와 불안이 앞서게 마련"이라며 "그 결과 법관들이 앞다투어 퇴직하면서 평균 재직기간이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퇴직한 (경력) 법관자리에 사법연수원을 갓 나온 사람들을 법관으로 충원하다보니 법관들의 경험 내지 경륜이 늘 일천한 상황이고, 이것은 특히 하급심 재판 부실의 명백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문 변호사는 특히 "법관들이 언젠가 변호사를 할 생각을 하며 일한다면, 전관변호사나 자신이 가게 될 가능성이 큰 거대 로펌 변호사에 대해서 엄격하게 대하지 못할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다"며 "여기서 사법부는 근본적으로 전관예우 의혹의 불씨를 품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뢰가 생명인 사법부가 근본적으로 신뢰받기 어려운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우리나라 법관들은 99.9%가 정년 전에 퇴직해 변호사를 하고 있어 끊임없이 전관예우에 대한 의혹이 일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 쪽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선임돼 변론을 했고 다른 한 쪽은 무명의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을 했는데, 재판결과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한 쪽이 승소했을 경우 상대방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이것이 전관예우 시비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문 변호사는 법원 구조개혁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내용 중의 하나로 법관의 퇴직을 막고 정년까지 근무하도록 한 후 변호사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제도로 개혁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우리 법조계의 뿌리 깊은 병폐이자 사법불신의 가장 큰 원인인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법관들이 조기퇴직하고 그 자리를 새 법관으로 충원함으로써 재판부실이 악순환이 되는 것 또한 해결하는 길"이라며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고는 진정한 사법개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체적 방법으로 "대법관들이 임기 6년 후 아무도 연임되지 않고 거대 로펌으로 취업하는 현재의 상황은, 엘리트법관들이 너도 나도 서로 돌아가면서 끌어주고 밀어주기 식으로 대법관을 하고 그만 둔 후 돈 방석에 앉는 참으로 천민자본주의적 행태"라며 "법원조직법에 금년부터 임명되는 대법관은 정년까지 연임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신설함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전관예우 시비를 불식하는 동시에 법관들로 하여금 가능한 정년까지 충실히 근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퇴직 법관들의 변호사 수임제한만으로는 어렵고, 법관들의 처우를 개선할 대책과 함께 법관들에 대한 근무평정을 객관적으로 하고 승진제도를 합리화 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관들이 주관적 평정대상이 되고 그것을 전제로 승진에 연연하게 되고 있는 현실에서 법관들이 법관직에 회의 내지 환멸을 느끼고 조기퇴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에 목을 매는 식으로 법관인사가 운용되기 때문에 가파른 피라미드식 인사시스템으로 돼 있고, 단일호봉제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며 "우수한 인재가 법관직에 지원하도록 하기 위해서 법관처우를 개선할 것과 원통형 인사를 하도록 대등한 경력의 법관들로 고등법원 합의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면, 하급심 특히 2심 재판을 충실하게 하는 길이요, 나아가 대법원 상고사건 폭주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문 변호사는 끝으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진정한 사법개혁 내지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하는 일이 정말로 필요하고 중요하다"며 "만약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된 금번 국회에서 사법개혁이 성공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낙후한 우리 사법제도를 가장 선진화된 제도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국회에서 사법개혁을 적극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법관 재직 시절 꾸준히 사법개혁을 주창해 온 문 변호사는 2003년 대법관 제청 파문 때 대법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소장판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다 2004년 법복을 벗었으나, 그 후에도 사법부를 향한 애증의 독설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3월1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신영철 대법관 재판 관여 파문과 관련해 마련한 '수렁에 빠진 사법부, 어디로 가야하나'라는 주제의 긴급토론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에 대해 "조선시대 포도대장"이라고 비유하고, 나아가 '대법원장의 사퇴만이 해법'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문흥수 #사법개혁 #법관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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