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장을 포함, 전·현직 검사 57명이 금품 및 향응, 심지어 성상납까지 받았다는 '검찰 스폰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당장 22일 오후 '검찰 스폰서' 파문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법제사법위원회는 간사인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을 제외한 한나라당 의원 전원이 불참, 반쪽으로 열렸다.
앞서 민주당 등 야당 법사위원들은 이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 법사위를 당장 소집해 이귀남 법무부장관으로부터 ▲ 대검의 진정서 묵살 의혹 ▲ 진상조사 계획 ▲ 스폰서 의혹 검사에 대한 인사 조치 등에 대한 보고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장윤석 의원(한나라당)은 "방송을 보고 저도 충격을 받았다, 사실 여부에 따라 엄중한 책임 추궁이 따라야 한다"면서도 "지금 보도된 내용만 가지고 정치적으로 논란하는 것은 진상규명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이미 진상조사에 착수했으니 오는 27일 열리기로 예정됐던 법사위에 법무부장관을 출석시키자"며 야당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play
▲ 한나라당 법사위원 9명중 6명이 검사출신, 법사위 사실상 보이콧 ⓒ 황혜정
▲ 한나라당 법사위원 9명중 6명이 검사출신, 법사위 사실상 보이콧
ⓒ 황혜정 |
|
'검찰 스폰서' 파문에 침묵 택한 한나라당... "검찰 조사 보고 판단하자"
장 의원의 답변은 앞서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이 '검찰 스폰서' 보도와 관련해 내놓은 짧은 논평과 맥락을 같이 한다.
조 대변인은 지난 21일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실망스러운 일이나 검찰이 폭로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민간인사가 중심이 되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해서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기본적인 입장을 밝혔다.
결국 검찰의 조사가 먼저 진행된 뒤 그 결과에 맞게 대응을 하겠단 얘기였다. 그에 맞게 한나라당은 이날 침묵하거나 '천안함 침몰', '세종시' 등 기존 이슈에 대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검찰 스폰서' 의혹과 관련된 얘기는 공개석상에서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세종시 해법을 위한 6인 중진협의체'가 지난 21일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종료된 것에 대한 논의만 있었을 뿐이다.
<오마이뉴스>와 MBC <PD수첩>의 관련 보도 이후 검찰에 대한 국민의 비난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공당의 지도부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침묵'을 지킨 셈이다. 마치 안상수 원내대표가 '좌파 스님 발언'으로 불교 외압 논란이 불거졌을 때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때와 비슷했다.
한나라당의 '침묵'은 이날 열린 국회 운영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성범, 손범규 의원이 이와 관련한 대책을 촉구했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서만 질의를 던졌다.
이는 '검찰 개혁' 이슈가 당에 달갑지 않은 주제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1심 무죄 판결', '한명숙 전 국무총리 1심 무죄 판결' 등 법원의 잇따른 무죄 판결을 문제 삼으며 '법원 개혁'을 사법제도개혁특위의 주활동 방향으로 잡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의 정치적 기소를 문제 삼고 '검찰 개혁'에 더 무게를 둔 상황이다.
게다가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있는 만큼 국민 여론에 큰 영향을 끼칠 '검찰 개혁' 문제는 정부·여당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이슈다. 결국 한나라당의 지금 처지에선 이슈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게 최선책이라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 개혁' 요구하던 한나라당 불리해진 정국... '검찰 개혁' 역풍
민주당은 이같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내달 2일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할 사법제도개혁특위 소위에 대해서도 법안 성안을 마무리 짓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우윤근 의원은 "이 문제는 정파적 이해관계가 없는 문제"라며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여당이 충실히 의사일정 합의에 나서기 바란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법무부 장관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금 안 왔는데 이런 문제를 외면한다면 우리 국민들의 바람을 저버리는 일"이라며 "국회에서 법무부장관을 출석시켜 짚을 것은 짚고 해야 빨리 문제가 수습된다, 간사(장윤석 한나라당 의원)만 참석한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밖에 더 되겠나"라고 이날 법사위에 불참한 여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 사법제도개혁특위는 오는 26일 ▲ 법무부의 탈검찰화 ▲ 대통령실의 검사 파견 금지 ▲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 도입 ▲ 중수부 폐지 ▲ 고위공직자 비리 조사처 신설 ▲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의무화 등 검찰개혁과 관련한 법안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2010.04.22 17:59 | ⓒ 2010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공유하기
'검사 스폰서' 비난 여론 앞에 한나라당은 '묵언수행'?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