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건설업체가 공사 중 집단폐사한 물고기를 강바닥에 파묻고 공사를 강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3일 환경부를 강도 높게 추궁하고 나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남한강 이포보와 여주보 사이에서 물고기 1000마리 이상이 떼죽음 당했고 준설업체인 대림건설은 이를 숨기기 위해 죽은 물고기를 강바닥에 파묻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구간에는 멸종위기종인 꾸구리·돌상어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단양 쑥부쟁이 서식지 훼손 논란에 이어 4대강 사업의 환경 파괴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환노위원들도 이날 전체회의 후 긴급 현장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환경부와 4대강 살리기 본부는 환경 파괴를 부인하고 나섰다. "일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만 보고 4대강 사업의 본질을 폄훼하고 있다"는 논리였다.
이날 환노위의 주된 의제였던 '물고기 집단폐사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환경부는 조사 결과 언론보도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최용철 한강유역관리청장은 이날 "가물막이 현장에 300~400마리의 잉어과의 '누치'가 있고, 그 중에 30여 마리가 폐사했다"며 관련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준설과정에서 죽은 물고기 수가 과장됐고 멸종위기종인 꾸구리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저지 범대위는 환노위 전체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물고기가 집단폐사한 동일 장소에서 꾸구리 사체를 발견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최 청장의 주장은 불과 반나절도 되지 않아 거짓임이 드러난 셈이다.
또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모든 공구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사안은 근본적으로 저희가 검토하는데 공사 과정 중에 한두 군데 (물고기 떼죽음 사태 등이) 발생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관리 개선을 도모하는 계기가 된다"면서 원인규명 및 대책마련을 추궁하는 의원들의 질의를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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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 '물고기 떼죽음', 1000마리? 40마리? ⓒ 최인성
▲ 4대강 사업 '물고기 떼죽음', 1000마리? 40마리?
ⓒ 최인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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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집단폐사 사태' 호도하는 환경부, "언론 보도 과장"
환경부의 사태 호도에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20일부터 물고기가 죽어나갔다는데 환경부는 어제(22일) 의원실에서 확인 전화를 할 때까지도 사태를 모르고 있었다"며 "주민들의 제보에 의하면 공사현장에서 인부들이 죽은 물고기를 어디론가 수거해서 운반하고 있다고 했다"고 환경부의 늑장대응을 꼬집었다.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허위보도라면 왜 대응하지 않냐"며 "언론에 보도된 (사진 속)죽은 물고기 숫자만 세더라도 34마리는 된다"고 지적했다.
이찬열 민주당 의원은 "(물고기가 집단폐사한 것은) 4대강 사업이 강 살리기 사업이 아닌 강 죽이기, 생태 파괴 사업임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땅에다 (죽은 물고기를) 묻는다는 게 말이 되냐, 국민 70% 이상이 반대하는 사업을 독선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비가 올 때 오염원이 강으로 유입되면 평상시에도 (물고기가) 많이 폐사하는 경우가 있다"며 "(언론보도나 지적이) 너무 과장되고 4대강 사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쪽으로 오도되면 안 된다고 본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장관은 멸종위기종인 단양 쑥부쟁이 서식지가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된 것에 대해서도 "서식지가 (문헌에) 안 나와 있는데 온 산천을 다 뒤질 수 있냐"며 항변하기도 했다. "부족한 정보 탓에 발생한 우발적 사고"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또 전 세계에서 남한강 중류에만 살고 있는 단양 쑥부쟁이를 이식 작업을 통해 보호할 수 있다는 궤변을 펼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단양 쑥부쟁이의 서식지를 인공적으로 옮길 경우, 다른 종에 밀려 생존이 힘들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결국 추미애 환노위원장도 나서서 "(시공사인) 대림산업을 고발 조치하고 제보한 시민단체를 포상하라, 위원장 권고사항"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지금 이 자리는 4대강 사업에 따른 환경 파괴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예방대책을 주문하자는 것인데 장관께선 단양쑥부쟁이나 집단폐사한 물고기를 '부분'으로 자꾸 축소하고 있다. 물고기 떼죽음에 대해서도 앞으로 공사구간의 물고기를 잡아다 방생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환경부 대책인가. 의원들이 지적하듯 공사 중단하고 '어로'부터 만드는 게 맞다."
여당의원들 "선제 대응 부족... 4대강 선수 빼앗겨"
한편, 여당 의원들도 이 같은 환경부의 태도에 "선제적 대응조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최근 4대강 사업 강행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는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적극 대응하지 못해 반대 논리에 근거를 대주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신문에 (물고기 죽은) 사진이 이렇게 나온다"며 "물고기 죽은 모습이 선정적으로 나오면 국민이 볼 때 '이거 심각한 거 아니냐'라고 생각 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환경부를 질타했다.
차 의원은 또, "한강유역관리청에서 현장에 (직원이) 상주하도록 돼 있는데 이 문제를 '4대강 사업 저지 범대위'가 먼저 발견하고 언론에 보도가 되니 소위 말하는 한강유역관리청이 뭘 했느냐"라며 "먼저 선수를 당하니 그 뒤에 얘기하는 게 신빙성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차 의원은 단양쑥부쟁이 서식지 훼손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 당시 서식지로 표기돼 있지 않아 신경쓰지 못했다"는 최용철 청장의 답변에 "차라리 과로로 죽으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렇게 대답하면 안 된다. 이 지역 생태 환경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깐 한강유역관리청에서 무슨 얘기를 하든 국민들에게 납득 안 되는 것 아닌가. 차라리 거기서 24시간 감시하다가 과로로 죽으려면 죽으세요. 도대체 못한다는게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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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명진 "4대강 감시하다 과로로 죽으려면 죽어라" ⓒ 김윤상
▲ 차명진 "4대강 감시하다 과로로 죽으려면 죽어라"
ⓒ 김윤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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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3 16:47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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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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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물고기 떼죽음... 태연한 환경부 "언론이 너무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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