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주 카툰부머 대표
홍지연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그들이 참여할 만한 변변한 문화공간 하나 없는 현실이 만화가들은 늘 안타까웠다. 지금의 웹툰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자리 하나를 마련하고 싶었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부머라디오다.
부머라디오를 만드는 사람들은 '카툰부머'(대표 권혁주)에 소속된 작가들이다. 카툰부머는 웹툰 작가들의 카페 모임인데, 과거 '네이버 붐 카툰'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지금의 카툰부머가 만들어졌다.
작가들은 이곳에서 고료나 연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만화와 관련한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도 벌이고 있다. 수년 전 악플러들로 인해 절필을 선언해야 했던 정대삼 작가로 인해 시작된 '릴레이 카툰'과 만화가들의 작업 방식을 주제로 한 '웹툰 포럼'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지난 1월부터는 부머라디오를 방송하고 있다.
PD, DJ, 작가, 진행, 인터뷰... 모든 걸 만화작가가 한다오창호 작가는 PD를, 이종범 작가는 메인 DJ를, 정필원 작가는 보조 DJ를, 권혁주 작가는 진행을, 남준석 작가는 인터뷰를, 한완희 작가는 기록을, 박재수 작가는 편집을 담당한다.
이밖에도 많은 작가들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작가들은 DJ로, 게스트로, 혹은 방청객으로도 나선다. 필요하다면 오프닝과 클로징 음악도 작곡(이종범 작가)하는 '초능력'도 보여준다. 바쁜 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한 달에 한 번 3시간 분량의 녹음을 하고, 그것을 2부로 나눠 격주 금요일마다 부머라디오 사이트에 올린다.
특별히 코너를 구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장 '잘 나가는' 코너를 꼽자면 평소 만화 팬들이 궁금해 하던 작가를 만나는 '만화가를 만나다'다. 지난해 12월 9일 미티 작가를 첫 시작으로 최규석, 지강민, 노란구미 작가 등이 이곳 부머라디오를 다녀갔다.
초대 손님을 모시고 아무렇게나(?) 수다를 떠는 만화가들의 모습은 청취자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실 그들도 처음에는 정규 라디오 방식을 흉내내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서로가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를 자유롭게 꺼내 놓는 것이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임을 깨달았다. 만화가들이 보여주는 소탈한 매력과 거침없는 개그본능, '불같은 애드립'에 청취자들은 금세 빠져 들었다. 이제는 제법 게시판에 사연도 쌓이고, 마니아를 자청하는 청취자들도 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부머라디오 들었으면 좋겠다여기까지 오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MP3 플레이어로 시도해 봤던 첫 시험방송은 도저히 못 들어 줄 수준이었고, 작가들이 어렵게 돈을 모아 단출하게나마 장비를 마련해야 했다. 아직 장비도,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고 귀따가운 웃음소리를 일일이 편집하느라 십수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더 좋은 만화 문화를 일구기 위한 것이니 고충으로 여겨질 리 없다. 오늘도 라디오에 올릴 음원 확보가 걱정이고, 더 좋은 장비를 갖추기 위해 마음이 바쁘고, 각자의 일정에 쫓기지만 그들이 철저하게 녹음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 즐거움이 웹툰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더 많이 퍼져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처음 목표는 24회였는데, 벌써 절반 이상 왔네요. 조유락 작가와 함께하는 4월 2일이 벌써 12번째 녹음입니다. 힘들게 시작한 만큼 흐지부지되지 않고,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또 다른 '부머라디오'를 만든다면 더 좋겠죠. 부머라디오가 어떤 식으로든 성공 케이스로 남길 바랍니다. 부머라디오가 계속될 수 있게 응원해 주셨으면 해요. 언제 끝날지 몰라요.(웃음)"마지막으로 권 대표는 기회가 닿는다면 포털사이트 등과 제휴해 부머라디오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듣고,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그들이 품은 작지만 큰 소망을 더 많은 만화 팬들과 함께 이룰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규장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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