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감 재출마를 선언한 김상곤 예비후보는 29일 오전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스스로 '전선'을 명확히 했다.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자신과 청와대의 대결이란다. 무상급식 정책을 지방선거 의제로 끌어올린 김 후보의 '오버'일까?
한 달여를 앞둔 교육감 선거 판세를 보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오버'가 아닌 '겸손'이라 분석하고 있다. 경기도교육감 선거만이 아니라, 전체 혹은 최소한 수도권 교육감 선거가 '김상곤 대 MB교육'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조선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24일 조사한 교육감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경기·인천에서 모두 진보진영이 앞도적으로 보수진영에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이 조사에서 '지지하는 교육감 후보의 성향은?'이라는 질문에 서울의 경우 진보(44.8%)가 보수(19.3%)보다 25.5%p 높은 지지를 받았다. 경기도와 인천에서도 진보를 답한 비율이 각각 45.2%, 45.4%로 보수를 지지한 답변 19.4%, 19.8%보다 월등히 높았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서울 3.7%p, 경기 4.4%p, 인천 4.4%p).
보수우익 성향의 인터넷 매체 <뉴데일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4, 25일 이틀 동안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서울시민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50.3%의 시민들은 진보성향을 지지하겠다고 답한 반면 보수 지지는 22.5%에 그쳤다.
보수우익 진영 단일후보 적합도에서는 이원희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이 20.7%로 1위를 차지했다. 김영숙 전 덕성여중 교장(19.5%)과 남승희 전 서울시교육기획관(17.1%)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진보개혁 진영 단일후보로 선출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원희 후보는 곽노현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28.4%의 지지를 받아 44.7%를 기록한 곽 후보에게 크게 뒤졌다.
김상곤 후보 역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경인일보>와 <경기방송>, OBS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엠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9~10일 이틀간 경기도 내 거주자 1000명을 대상으로 1대1 전화면접한 조사에서 김 교육감은 18.9%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강원춘 전 경기교총 회장(8.8%), 다음으로 문종철 전 수원대 대학원장(6.1%), 정진곤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4.2%)이 뒤를 이었다(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는 ±3.1%p).
그럼 왜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을까?
우선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교육계 인사들은 이른바 '김상곤 효과'를 꼽았다. 김 후보가 경기도교육감에 재직하며 무상급식을 전국 의제로 만들고, 혁신학교를 흥행시키는 등 진보 교육감에 대한 시민들의 긍정적인 인식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다른 선거와 달리 유독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교육감을 뽑겠다는 응답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김상곤 교육감이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개혁적 조치를 추진하며 시민들의 긍정적인 공감을 이끌어낸 결과로 보인다"며 "반면 보수 (교육계를) 대표했던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비리와 부패로 구속돼 진보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진보에 대한 지지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진보는 '김상곤 효과'로 상승, 보수는 '공정택 구속'으로 하락
이어 윤 실장은 "유권자들은 대개 자치단체장 등의 선거에서는 정당 지지에 따라 후보자를 선택해 지지하지만, 교육감 선거에서는 정당 지지와 상관없이 후보자를 선택하는 성향이 있다"며 "시민들이 현 정부 교육정책에서 과도한 경쟁과 인권 등의 후퇴를 목격한 뒤 문제점 교정 필요성을 느끼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막연히 이미지로 봤을 때 진보의 느낌이 좋아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윤 실장은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보가 주는 긍정적 이미지도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도 "사람들에게 '진보와 보수 중 무엇이 좋으냐'고 물으면 당연히 진보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서울시교육청 비리 등으로 시민들이 교육 문제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변화를 바라기는 하지만, 실제 투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보수 쪽 인사들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원희 후보 대변인을 맡고 있는 한재갑씨는 " 여론조사에서 보수가 밀리는 건,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비리가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며 "그 비리 때문에 보수 교육감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감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한 대변인은 "'김상곤 효과'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영향이 서울까지 크게 미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무상급식 의제는 이미 정치권에서 예산확보 문제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김상곤 효과'를 경계했다.
또 한 대변인은 "진보는 이미 거의 대부분 후보단일화를 완료했지만, 보수는 아직도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며 "우리도 단일화를 성사시키면 여론조사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 진영 "보수 후보 단일화 되면 분위기 역전될 것"
하지만 이런 한 대변인의 말과 달리 보수 쪽은 '김상곤 효과' 차단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경기도교육감에 출사표를 던진 보수진영의 강원춘, 정진곤, 문종철 예비후보는 지난 27일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절대 김상곤 후보를 이길 수 없다"며 단일화의 기본 원칙으로 '반 김상곤'을 들고 나왔다.
이들은 "김상곤 후보가 다시 당선돼 4년 동안 경기도교육을 이끌고 간다면 대한민국 교육은 파탄에 이를 것"이라며 "'싸움닭' 김상곤을 교육계에서 완전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수쪽 서울시교육감 후보단일화를 위해 출범한 '바른교육국민연합'도 지난 3월 출범하며 "제2, 제3의 김상곤 출현만은 꼭 막아야 한다"고 극도의 경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의 계획대로 아직 김상곤 효과가 차단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진보개혁 진영은 진보에 대한 우호적인 흐름을 타고 전국 12개 시·도에서 단일후보 선정을 끝마쳤다.
진보개혁 진영 교육계의 한 인사는 "분위기와 인물 경쟁력 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우리에게 호의적이다"며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비리와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성과를 본 시민들이 '진보 교육이 나쁜 게 아니구나'하는 걸 느껴 미래에 대한 투자로 진보진영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우익 한 목소리 "김상곤을 퇴출시키자!"
현재 진보개혁 진영은 내심 서울·경기·인천을 비롯해 강원과 충북 등 '중부권 싹쓸이'를 바라고 있다. 여기에 광주광역시와 전남·전북에서도 승리를 점치고 있다. 애초 진보개혁 진영은 서울·경기를 포함해 5곳 승리를 목표로 했었다. 하지만 현재 이 목표는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하지만 보수우익 교육계의 한 인사는 "지금은 진보가 유리한 것 같지만, 보수도 후보 단일화를 하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돌입하면 판세는 분명 달라질 것"이라며 "이른바 '김상곤 효과'는 오세훈, 김문수 두 지자체장의 바람에 금방 꺾일 것"이라고 반격을 다짐했다.
어쨌든 6월 2일이면 'MB 교육'이 계속 지속될 것인지, 강력한 브레이크에 제동이 걸릴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진보개혁 진영 교육감 후보 누가 나서나 |
인천에서는 이청연 교육위원이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이 교육위원은 25년 동안 교사로 근무했으며, 지난 1989년 전교조 결성으로 해직됐다. 2006년부터 인천시 교육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충북에서는 김병우 교육위원이 나섰다. 김 교육위원 역시 전교조 결성으로 해직됐으며, 1999년 전교조 충북지부장을 지냈다. 충북에서 인지도가 높은 시인 도종환씨가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강원도에서는 민병희 교육위원이 단일 후보로 결정됐다. 민 교육위원 역시 전교조 강원지부장 출신으로 2002년부터 강원도 교육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은 김승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섰다. 전북에서 오랜 활동으로 인지도가 높다. 최근 도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전남은 장만채 전 순천대총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그 역시 최근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광주에서는 시민추대로 장휘국 전 교육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1999년 전교조 광주지부장을 맡았다.
부산에서도 전교조지부장 출신인 박영관 교육위원이 출마했다.
울산에서는 장인권 전교조 울산지부장이 직접 출마를 선언했다.
경남은 박종훈 교육위원이 나섰다. 그 역시 2001년 전교조 경남지부 사립위원장 출신이다.
대구에서는 정만진 교육위원이 나섰다. 그는 1989년 초대 전교조 대구지부 사무처장을 지냈다.
이상에서 확인되듯이 진보개혁 진영의 12명 후보 중 서울 곽노현과 경기 김상곤 그리고 전북 김승환, 전남 장만채 후보를 제외하고 8명이 전교조 교사 출신이다. 이들이 보수우익이 주장하는 '전교조 VS 반전교조' 프레임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
2010.05.01 14:59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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