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단체가입명단공개금지결정 취지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교사들의 교원단체 가입명단공개행위가 조 의원의 판결 불복, 한나라당 의원들의 명단공개 동참, 조 의원의 명단삭제 의사 표명, 한나라당 의원들의 명단공개 지속의사 천명 등으로 어지럽게 전개되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결정에서 설명한 개인정보보호법에서의 민감정보입법례와 정부와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하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정보보호법개정안, 학부모의 알권리와의 관계 등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 같아서 위 남부지방법원의 결정을 받아낸 변호인단의 일원으로서 위 결정들의 쟁점과 판결취지에 대하여 밝히고자 한다.
교원의 노조가입 정보는 '민감정보'
조전혁 의원과 남부지방법원의 결정을 비판하는 이들은, 위 결정이 학부모의 알권리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주장은 교원의 노동조합 등 가입단체정보는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어서 그 처리및 공개가 금지되는 '민감정보'임을 모르거나 충분히 알지 못하고 하는 주장이다.
인종, 정치관, 종교적 신념, 건강, 성생활에 대한 정보 등과 더불어 노동조합의 가입여부에대한 정보를 민감한 정보로 보아 원칙적으로 수집·제출·공개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영국·독일·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의 입법례이다. 이는 2008년 11월 행정안전부가 제출하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정보보호법안(의안번호 2369) 및 2008년 8월 이혜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나라당 측 개인정보보호법안(의안번호 570), 2008년 11월 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주당 측 개인정보보호법안(의안번호 1598)에 모두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정부·한나라당 법안도 공개 요건 까다로워
행안부의 개인정보보호법안 제22조 '민감정보의 처리 제한'은 "개인정보처리자'는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그 밖에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이하 '민감정보'라 한다)를 처리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혜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나라당의 개인정보보호법안 제9조 '민감정보의 수집 및 처리'는 '사상·신념에 관한 정보, 노동조합, 정당 및 사회단체의 가입 및 탈퇴에 관한 정보'를 '민감정보'로 규정하면서 ▲ 법으로 개인정보 수집·처리를 요구·허용하는 경우 ▲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상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정보 주체의 사전 동의를 받기 어려운 경우 ▲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로,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세 법안 모두 민감정보의 수집 처리를 금지하면서 위반 시 형사처벌조항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안 60조3호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한나라당안 71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개인정보보호법은 민감정보 처리 경우 형사처벌조항이 없어서 입법상의 중대한 흠결로 지적된 것을 보완한 것이다. 결국 조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번 명단 공개는 정부안이나 한나라당안이 처리되었더라면 형사처벌을 받을 행위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번 교사 명단 공개는 법위반임은 물론, 자신들의 행위에도 반하는 '자가당착'이라고 할 수 있다.
학부모의 알권리는 현행법상 보장... 무차별적 일반적 확장은 곤란
남부지방법원의 결정은 교원들의 노동조합및 사회단체가입정보가 '민감정보'라는 점과 교원의 단체가입여부에 대한 정보가 당해 교원에 대한 교원으로서의 직무능력이나 적합성을 판단하는 자료가 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을 들어 학부모의 알권리가 교원의 프라이버시 및 단결권에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현행법상으로는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선택권과 교사선택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위 결정이 학부모의 알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정보에 대한 접근을 요구하는 구체적 권리(일반국민으로서의 알권리, 학생으로서의 학습권, 학부모로서의 교육권 등) 등을 고려하여 공개요구권자의 범위(일반국민, 학생, 학부모 등)와 공개될 정보의 범위, 공개의 방법 등에 대하여 합리적인 기준을 입법에 의하여 설정하여 그에 따라 공개되어야 한다고 설명함으로써 입법의 의한 해결을 주문한 것이다.
그런데 조전혁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위 결정을 무시하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교원들의 교원단체 가입정보를 실명으로 학교별로 공개한 것은 누구에게나 이 사건 정보 전부를 공개한 것으로 학부모의 교육권과 무관하게 오·남용될 가능성이 매우 커서 명백히 위법·부당한 행위이다.
내 자녀를 가르치는 교원이 어떤 교원단체 또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활동하는지에 대한 알 권리가 설사 인정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알 권리는 내 자녀를 가르치는 교원에 국한해서 인정될 수 있는 것이지, 교원노조 등 교원단체에 가입되어 있는 교원 전체의 명단과 소속학교를 모두 무차별적으로 아는 것까지 확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원을 상대로 한 피켓시위, 괴문자, 보이스피싱, 텔레마케팅 등 그 오남용이 심각하다고 한다.
또한 현행법상으로도 학부모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각급 학교에 대하여 이 사건 정보의 공개를 청구함으로써 자신의 담임교사의 가입단체정보를 알 수 있으며, 실제로 담임교사나 학교에 개별적으로 문의할 경우 알려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조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보공개의 근거로 학부모의 알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일반적, 무차별적 정보공개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직무행위에 해당되나?
조 의원은 남부지방법원의 공개금지결정이 국회의원의 직무수행및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부분에 대해 법원의 결정문을 정확히 인용하자면 "그러나 아무리 국회의원이라 하여도 법이 허용하는 한도를 벗어나 직무를 수행할 무한의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므로 위 주장은 그 주장 자체로 이유 없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교원정보의 공개가 입법행위라고 주장하나, 입법행위는 법률적으로 의안상정·토론·표결 등을 뜻하는 것이고, 현행법에 반하는 정보공개행위가 입법행위에 해당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조 의원은 정보공개행위가 교원의 정보공개를 내용으로 하는 정보공개법을 만들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하지만 조 의원의 주장을 선의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교원단체 회원 명단 공개행위는 입법을 위한 정치행위이지 입법행위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정보공개행위가 현행법에 반하는 것이라면 불법행위로서 법원에 의하여 그 행위의 금지결정이 충분히 내려질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국회의원의 행위가 현행법상으로 면책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헌법 제45조의 면책특권에 해당하는 경우 뿐인데,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 의원이 교원정보를 인터넷 등에 공개하는 것은 헌법 제45조의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여 면책특권이 적용되는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 남부지방법원결정의 판단이었다. 실제로 교원정보공개와 관련 조 의원의 국회에서의 직무상 발언 등도 없었으므로 조 의원의 공개행위는 민법상, 형법상 면책될 수는 없다.
국회의원의 양식 믿었지만 법원 무시... 간접강제 안할 수 없는 상황
남부지방법원이 조 의원에 대해 위반시 전교조 측에 1일 3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간접강제결정은 공개금지에 대하여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배상금의 지급은 부차적인 것이다. 금전지급의 경우에는 경매신청을 하는 것 등으로 법원의 집행이 이루어지지만, 공개금지의 경우는 금지·부작의 의무를 명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강제수단이 현행법상 행위위반시 이행강제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간접강제결정 밖에 없어서 이런 결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원래 전교조 측은 공개금지결정을 신청하면서 간접강제도 같이 신청했다. 하지만 결정 당시 남부지방법원은 조 의원이 법원이 명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 한다는 점에 관하여 소명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조 의원이 입법행위를 하는 국회의원의 양식으로서 당연히 법원의 결정에 따를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또 실제로 조 의원 측은 재판과정에서 공개금지결정이 내려질 경우에는 항고해 상급심법원에서 다시 판단받을 것이고, 그 전에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의원은 법원의 결정문의 잉크가 다 마르기도 전인 지난 4월 1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교원의 노동조합등 가입단체정보를 실명과 학교별로 공개했다. 이에 전교조 측은 다시 간접강제 결정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번에는 간접강제 결정신청을 인용하여 조 의원에게 공개금지를 재차 명하면서 위반시에는 1일 300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배상금의 액수가 과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22만 명의 교원단체가입정보가 실명으로 소속학교와 함께 공개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절대 과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것도 전교조 측이 신청한 금액 중 일부만이 인용된 것이다. 이동통신사에서 가입자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경우 1인당 수십만 원의 위자료가 인정된 예가 있다. 교원의 실명·가입단체·소속학교에 대한 정보는 이런 종류의 정보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
남부지방법원의 결정은 중앙지방법원과 상반된다?
일각에서는 남부지방법원의 공개금지결정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조 의원의 요청에 의하여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원단체가입정보를 수집하여 제출할 수 있다고 결정했던 것과 상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결정은 조 의원이 현행법상 교원단체가입정보에 대하여 그 인원수만 공시하도록 되어 있는 것에 대하여 공시의무이행여부를 감독하겠다며 교육과학기술부에 수집, 제출을 요청한 것에 대하여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원단체가입 실명정보를 수집, 제출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반면, 남부지방법원결정은 교원단체가입실명정보를 제출받은 조 의원이 제출받은 목적과 달리 일반에 공개할 수 없다고 결정한 것으로 쟁점이 달라서 결정이 상반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선진국의 입법례와 정부의 한나라당의 개인정보보호법안에 따르면 그 수집, 제출도 인정되지 않는 것이지만, 중앙지방법원의 결정 당시에는 위 자료가 법원에 제출되어 있지 않았던 상태여서 위 결정이 나왔던 것이고, 재판당시 위 자료가 제출되었다면 중앙지방법원의 결정은 바뀌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나라당제출법안과도 상충... 다른 한나라당의원들도 삭제해야
조 의원은 교원단체 가입명단을 삭제하겠다고 하였으나,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은 명단공개라는 불법행위를 지속하겠다고 한다. 이런 사태의 전개는 명예훼손이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이 있어서 법원의 삭제 결정이 내려진 후 해당인터넷주소에 있어서의 게시물은 삭제하면서 다른 인터넷주소에는 게시물을 올려서 불법행위를 지속하는 탈법업자의 행태와 닮아 있어 보기에 매우 민망스럽다.
남부지방법원의 공개금지가처분과 간접강제결정으로 교원단체가입명단공개의 위법성은 이미 확인된 것이고, 한나라당측의 기대와는 달리 항고나 권한쟁의심판에서 달리 판단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권한쟁의심판은 당사자들의 국가기관성이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법부와 입법부의 구성원들인 법원 재판부와 국회의원이 과연 국가기관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설령 국가기관성이 인정되어 판단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조 의원의 공개행위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입법행위가 아니어서 입법권침해가 인정될 수 없다.
더구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2008년 제출하여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개인정보보호법개정안에 의하면 교원단체가입명단의 일반적, 무차별적 공개는 분명히 법에 저촉되어 형사처벌까지 이루어질 일이다.
전교조변호인단 결정과 법안 공개 |
전교조변호인단은 의견을 모아 서울남부지방법원의 공개금지가처분결정과 간접강제결정, 정부와 한나라당의 개인정보보호법개정안을 오마이뉴스 독자들의 이해의 편의를 위하여 이 기사에 같이 싣습니다.
법안과 결정은 국회홈페이지 정보광장과 대법원홈페이지 참여광장의 판결문제공신청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명단공개를 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더 이상 명단공개를 지속할 그 어떤 정당성도 찾기 힘드므로 조속히 명단을 삭제할 것을 촉구한다.
무엇보다 입법에 대해서는 국회에 권한이, 법해석 및 적용에 있어서는 법원에 권한이 있는 것인데, 입법행위를 하는 국회의원이 사법부의 결정에 집단적으로 불복하면서 자신들이 만든 법을 지킬 것을 국민들에게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0.05.04 18:10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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