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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곳에,
이렇게 많은 사연들을 뿌려 놓았을까
가슴을 에이던 바람이
삶의 깊은 뿌리가 되어 꼿꼿하게 세웠을까
흰 눈을 이불삼아
행복한 첫날밤의 꿈은 꾸었을까
밤새 발라버린 젖가슴을 여미지도 못한 채
허옇게 밀려오는 첫새벽을 열던
나이 어린 어머니의 눈물을 보았을까
막걸리 한잔에 고된 등짐을 내려놓고
흥에 겨워 부르던
아버지의 노랫소리를 들었을까
어미를 찾는 젖먹이를 등에 업은
누이의 눈물을 담았을까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저녁마다 기다리던
어미의 발자국 소리를 배었을까
더운 바람이 지나가던 높기만 했던 고갯길의
허기진 이야기들은 어느 곳에 숨겼을까
진달래 꽃비 내리던 날
두견이의 울음소리도 지났을까
바람결의 봄 내음 같은
첫사랑의 그리움도 깊이깊이 품었을까
누가 이곳에,
이렇게 바람이 흔들 때마다 흐느끼는
가슴시리고 슬픈 사연들을
푸르게, 그리고 검푸르게 뿌려 놓았을까
2010.05.05 09:31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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