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5.08 17:13수정 2010.05.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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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수는 절구로 절벽을 찧고 (水作銀春絶璧)
구름은 옥자로 청산을 제내(雲鳥玉尺度靑山)
달빛 희고 눈빛도 희고 천지도 희네(月白雪白天地白)
산 깊고 물 깊고 나그네 수심도 깊네(山深水深客愁深)
금강산 무봉폭포-'김삿갓(김병연)'
오늘은 '어버이날'. 부모님 찾아뵙고 꽃을 꽂아드리고 싶은데, 이제 찾아뵐 나의 부모님은 저 세상 분입니다. 그 대신 나에게는 부모님을 대신하는 큰 오라버니가 계셔서 어제 미리 찾아뵙고 꽃을 꽂아드렸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면 죽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이치이지만, 부모님과의 사별만큼은 그게 담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철없던 어린 시절입니다. 고향을 상실한 채 살아가신 이산가족의 내 아버지는 해마다 돌아오는 어버이날(구 어머니날)에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 뵙지 못하는 대신 임진강이나 북한강으로 우리 형제들을 데리고 가셨습니다.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어린 내가 보기에도 너무 어두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하곤 하셨습니다.
"살아서 고향 땅 밟지 못하면... 넋이라도 금강산에 꼭 가고 싶구나.."
그러면 어린 나와 동생은 아버지를 위로한다고 이렇게 합창하곤 했습니다.
"아버지... 내가 크면 금강산 구경 많이 시켜드릴게요...."
이렇게 나와 동생이 말하면 아버지는 희미하게 웃으시며 우리의 머리를 쓰담아주곤 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이지만, 그때 어린 나는 반드시 이 다음에 아버지께 금강산 구경을 시켜드려야지 하고 굳게 마음을 다지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아버지에게 약속한 그 금강산 효도 관광은 결국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금강산 관광단지를 관리해온 남측 직원들 중 16명만 남고 모두 금강산에서 쫓겨났다는 오마이뉴스(황방열 기자)의 기사를 읽고, 정말 가슴이 미어질 듯 했습니다.
그것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내가 지키지 못한 그 금강산 효도관광 약속을 부모님 대신 나를 키워주신 거나 진배 없는 큰 오라버니에게도 나는 늘 이런 말씀을 드리곤 했으니 말입니다.
"오라버니, 시간만 내세요. 금강산 구경은 당장 낼이라도 시켜드릴게요."
이렇게 늘 금강산 개방 이후, 금강산은 시간만 내면 갈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자영사업을 하는 나의 오라버니를 모시고 금강산 구경은 쉬운 말만큼은 항상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1945년생인 나의 큰 오라버니의 고향은 선친의 고향(함경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간 큰 오라버니는 수십차례 '이산가족 고향 방문'을 통일부에 접수했지만 나의 오라버니는 아직 고향 방문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사실상 금강산 관광이 단절된 상태에서, 내가 오라버니에게 약속한 이 효(?) 관광 또한 불발이 될 듯해서 너무 후회막급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큰 오라버니를 모시고 금강산 유람을 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금강산은 남한 사람이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산이자, 금강산은 통일을 상징하는 산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어느새 백발이 성성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의 큰 오라버니에게 나혼자 금강산(2000년도) 다녀온게 지금 생각하니 너무 마음에 너무 걸립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오라버니 모시고 금강산을 다녀와야 하는 건데 말입니다.
하루 빨리 예전처럼 금강산을 마음껏 관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금강산은 북한의 산도 남한의 산도 아닌, 우리 민족의 어버이와 같은 한민족 겨레의 천하 제일 명산이기에 말입니다.
만 이천봉 ! 무양(無恙)하냐 금강산아 !
너는 너의 님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아느냐 ?
너의 님은 너 때문에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에
온갖 종교, 철학, 명예, 재산, 그 외에도 있으면
있는대로 태워버리는 줄을 너는 모르리라
너는 꽃에 붉은 것이 너냐
너는 잎에 푸른 것이 너냐
너는 단풍에 취한 것이 너냐
너는 백설에 깨인 것이 너냐
나는 너의 침묵을 잘 안다.
너는 철모르는 아이들에게
종착 없는 찬미를 받으면서 시쁜 웃음을 참고
고요히 있는 줄을 나는 잘 안다.
<금강산>-'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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