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명단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의원총회에서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 전교조 명단 공개로 인해 하루 3,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4일 자정을 기해 명단을 홈페이지에서 내리기로 했다.
유성호
둘째, '정치인과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싸우지 말라'는 말은 여당정치인 편을 들며 싸움에 뛰어든 학사모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학생과 학부모의 이름을 팔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관철하고자 엉뚱하게도 교사 명단공개를 우리 사회교육문제의 핵심 의제인양 들고 나온 여당 정치인, 이에 가세하여 함께 싸우고 있는 학사모를 비롯한 보수단체들. 그런데 누가 누구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말인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셋째, '노조교사 보기 싫어 이민 가서 살고 싶고, 노조교사 없는 나라에서 교육을 받고 싶다'는 주장은 공적 단체 성명서에 넣기엔 너무 감정적인 내용이다. 조전혁 의원이 쓴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책 제목을 옮겨 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조 의원과 학사모는 같은 소망과 바람을 가지고 전교조 없는 세상을 위해 전교조에 싸움을 걸고 있는 것 아닌가?
교사노조 보기 싫어 교육이민 떠났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살인적인 입시경쟁교육, 높은 사교육비, 인권이 실종된 학교 현장에 회의와 고통을 느껴 교육이민을 떠나거나 상급학교진학에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고자 떠나는 조기 유학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교육이민을 떠나는 국가인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호주, 그리고 유럽 등에는 교사노조가 있으며 노동조합으로서의 권리도 인정받고 있다.
참고로 교사 명단공개에 대해 여러 나라 교원노조와 국제적인교원단체의 공식 항의가 있었다는 점과 교사 명단 공개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교원단체총연합(교총)은 교사노조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 주고자 한다. 교사 노조가 없는 나라에서 받는 교육이 질 높은지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학사모가 바라는 교사 노조 없는 나라를 찾거나 선택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학사모의 반전교조 입장, 이미 예전부터 알려진 것최근 한나라당 의원들이 앞 다퉈 명단공개에 동참하겠다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이번 명단 공개를 이념 갈등 양상으로 몰아가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다. 6.2 지방선거를 얼마 안 남겨둔 이 시점에 무리한 방식으로 교원명단 공개를 쟁점화하고 있다는 의혹을 우리는 떨쳐버릴 수 없다. 학사모 또한 교사 명단 공개를 강행할 경우 이러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학사모의 반전교조 입장은 이미 예전부터 표면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2004년 8월 5일 학사모가 발표한 '전교조의 폭거와 학사모 탄압을 규탄한다'는 성명서에 이러한 학사모의 입장이 잘 나와 있다.
당시 이 성명서는 학사모 전·현직 핵심임원 13명의 자녀가 학사모 상임대표가 총 책임을 맡은 '사랑의 일기 공모'와 '눈눈수월래' 등의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 및 국무총리상, 장관상 등을 받은 사건, 고아무개 당시 학사모 대표의 딸이 대통령상을 수상한 점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오마이뉴스> 등을 고소하면서 낸 것이다.
여기서 학사모는 "이미 우리 학사모는 나름의 노력을 통해 학부모로서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노력했다"며 "전교조 압력에 목숨을 끊은 서승목 교장에 대한 추도, 교육전산망구축(NEIS) 논란, 전교조 퇴출교사 명단발표, 총선학습, 인천외고와 신정여상 학내분규에서 전교조 분규조장 규명 등 학교교육 정상화에 노력했다"며 자신들 스스로가 전교조의 대척점에 서 있음을 밝혔다.
이게 끝이 아니다. 최근 학사모 경기지역 대표는 학사모를 '교원평가제 실시' 등을 내걸고 있는 단체로 소개하면서,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유보한 김상곤 교육감을 구속 수사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알고싶은 건 많지만, 그게 '교원단체 명단'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