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5.10 20:27수정 2010.05.11 09:42
아이가 8살이 되어 학교에 가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많이 키웠네. 이제 고생도 거의 끝나가겠군.' 하지만 천만의 말씀. 이제부터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진짜 문제를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바로 '등교 전쟁.'
대부분의 초등학교 등교시간은 오전 8시 40분이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등교시켜야 할까? 아이와 함께 일찍 출근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는 등교시간 이전에는 아이들이 등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보호자나 교사가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끼리 교실에 있는 것은 아이들을 위험 상황에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모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닐 때에는 7시 30분부터 당직 선생님이 출근하여 아이를 받아주기 때문에 어쨌든 해결 방법은 있다. 아이를 맡긴 어린이집이 믿을 만한 곳인가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아이를 맡길 곳이 있으니 직장을 다니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등교시간 이전에는 아이를 맡아 줄 곳이 없으니 그야말로 대책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지방에 계신 노부모를 모셔서 함께 생활한다거나, 같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이웃에게 부탁한다거나, 등교를 도와주는 어린이집을 찾아보게 된다.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결국 사람을 사서 돈을 주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대책은 간단하다, 아침 보육 프로그램 실시
그런데 이 문제의 해결책은 의외로 매우 간단하다. 각 학교에서 일찍 등교해야만 하는 맞벌이 부모의 아이들(특히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을 7시 30분 정도부터 교실이나 도서관, 또는 특별실 등에 받아주면 된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아이를 받아주고 그 시간에 숙제를 하도록 하거나, 각자 가지고 온 책을 읽도록 지도하면 그만이다. 등교시간이 될 때까지 그렇게 함께 있다가 8시 40분이 되면 각자의 교실로 올라가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선생님들의 일거리가 늘어난다는 생각에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반대하실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일을 반드시 선생님들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나 구청의 노인 일자리 센터와 연계하여 은퇴한 교원이나 명예퇴직을 한 분들 중에서 희망하는 분들에게 정당한 수당을 주고 하도록 하면 된다. 학부모 중에서 이런 일을 해 주실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비용문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겠지만, 당장 그게 안 된다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참여하는 학부모가 부담하도록 하면 된다. 아마도 맞벌이 부모들은 두 손을 들고 환영할 것이다.
보육 프로그램의 틈새와 헛점
최근에는 방과후 학교 운영 확대나 야간/휴일 시간제 보육, 더 나아가 24시간 보육 프로그램까지 등장하고 있다. 특별한 사정으로 밤늦게까지 아이를 맡겨야 하는 부모들에게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이 아침 등교(보육) 프로그램이다. 왜냐하면 야근이나 휴일 근무 등은 가끔씩 발생하는 일이므로 대부분의 부모들은 시간제 보육기관에 아이를 맡기기보다는 주변의 친척이나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아침 등교의 문제는 매일매일 일어나는 문제이므로 결코 임시 방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