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진전4대강의 공사전후의 사진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김선호
여주는 도자기축제로 출렁거린다. 오월의 햇살은 눈이 부시다 못해 따갑게 내리쬔다. 신륵사 입구를 마주보고 수경 스님이 상주하시는 여강선원의 컨테이너 건물이 보인다. 지율 스님이 찍으셨다는 4대강주변의 공사 전후의 사진이 마당에 진열되어 있다. 스님은 선원 옆에 작은 천막에서 생활하시는 중이다. 잠도 1인용 텐트에서 주무신다는데 앙고라 모자가 여즉 놓여 있어서 물었더니 밤에는 추워서 모자를 써야 하신다고. 스님이 우려주신 산뽕잎차를 마시며 4대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짜고짜 "어떻게 4대강 사업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한 템포 쉬시더니 "조급히 생각하지 말라" 신다. 결론을 내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하신다.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겠고 안달하고 조급해 한다고 4대강 죽이기 공사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 역시 한 템포 박자를 늦춘다. "나 한 사람부터 먼저 달라져야 할 것이다"고 하셨다. 그래야 주변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맞는 말씀이다.
그동안 환경주의자인 체 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니 스님의 말씀에 비추어 부끄러운 점이 많다. 물도 아끼고 전기도 아끼고 되도록 적게 써야 한다시며 특히 음식물 쓰레기의 문제점을 가장 우려하셨다. 그 점에 있어서 나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4대강 반대운동'이 단순한 개발에 대한 반사적인 저항이 아니라 우리 안의 물신숭배 사상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자고도 하셨다. 우리 안의 물신주의가 개발지상주의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수경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엄마 아빠 옆에서 얌전하게 스님이 끓여주신 차를 마시던 아들녀석에게 당부의 말씀도 잊지 않으신다. 컴퓨터 너무 하지 말아라, 라고. 어른들의 물신주의를 일찍부터 답습하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했고 밖에서 뛰어 놀 시간도 없이 학교와 학원에 묶여 있는 아이들에 대한 염려의 말씀도 하신다.
토요일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는데 일요일엔 도자기축제장을 찾는 인파와 신륵사를 찾는 인파에 비해 여강선원은 비교적 한산했다. 수경 스님을 뵙고 여강 주변을 한바퀴 돌 생각을 여쭈었더니 오후 2시부터 오체투지를 하신다고 한다. 계속해서 그래 오셨다는데 무릎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새만금 반대 '3보1배'와 지리산에서 시작된 4대강 살리기 '오체투지'를 하시면서 무릎에 문제가 있었다는 뉴스를 접했던 터였다. 괜찮다, 고 하셨는데 이제 세속의 나이로 치면 할아버지뻘이신 스님의 다리가 그런 경로를 거치고도 멀쩡할리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