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5.12 13:18수정 2010.05.12 13:18
조선일보의 마녀사냥이 또다시 시작됐다. 이번엔 '광우병 촛불'이다. 천안함 이슈가 잠잠해진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 연속 '촛불'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고 있다.
- <"그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광우병 위험이 과장됐다는 걸">(2010.05.10, A1)
- <'촛불소녀' 한채민양 / "무대에서 읽은 편지는 모두 시민단체가 써준 것">(A4)
- <'촛불' 인터넷 커뮤니티 / '광우병' 내리고 취미 사이트로>(A4)
- <美쇠고기 마트에 널렸는데...'촛불' 주동자들은 6.2 선거운동 중>(A5)
- <"대재앙 온다"더니..."통상협상 잘못 지적한 것" 발 빼>(A5)
- <'촛불' 의료인 / "언제 '광우병 괴담' 맞다고 했나?">(A5)
- <"인터넷 루머에 속았다는 느낌...그땐 눈에 뭔가 씌었던 것 같아"(2010.05.11, A1)
- <괴담 퍼뜨린 사람들 / "어차피 인터넷 글 99% 쓰레기...내 거짓말쯤이야">(A4)
- <괴담 키운 연예인들 / "차라리 청산가리 먹겠다"던 그녀, 개명하고 침묵>(A4)
- <'65만명 광우병 사망' 외치던 그가..."올해 햄버거 먹으며 美여행">(A5)
- <부상당했던 경찰들 / "그 공포...지금도 악몽 꾼다">(A5)
- <촛불 종교인들 / "광우병 차체 문제이기보다는 MB정부 소통부재 제기한 것">(A5)
- <'광우병 난동'이 휩쓸고 지나가던 광화문 네거리에서>(사설)
- <"촛불시위 정치인들, 미쇠고기 잘만 먹고 가데요">(2010.05.12, A1)
- <'광우병 위험' 944건 보도했던 MBC...최근 6개월엔 4건뿐>(A4)
- <100분 토론에 전화했던 美거주 주부>(A4)
- <정부청사 구내식당은 호주산 99.9%...청와대는 미국산 47%>(A5)
- <'뇌 파괴' '10년 잠복' '소 주저앉는 장면' 아직도 국민 뇌리에...>(A5)
- <촛불사태 후 수입조건 추가협상 '30개월 미만 뼈있는 쇠고기'로>(A5)
- <가짜가 진짜 몰아세웠던 광우병 정보 세상의 함정>(사설)
제목만 둘러봐도 절로 치가 떨린다. 자기 희생의 의미를 지닌 성스러운 촛불이 지옥의 불길로 보일 지경.
조선일보에 따르면, 2년 전 서울 한복판을 뜨겁게 활보했던 사람들은 두 종류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거짓루머와 과장된 공포에 속아 멋도 모르고 부화뇌동한 바보들과 이들을 뒤에서 조종해 대한민국을 난장판 만들고도 이제 와선 언제 그랬냐는 듯 입 씻고 모른 체 하는 반정부 투쟁꾼들.
11일자 사설 <'광우병 난동'이 휩쓸고 지나가던 광화문 네거리에서>을 보면, 이런 거리의 이분법이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공포가 과장됐다는 걸 알면서도 시류에 끌려 참가한 대학생과 남이 써준 원고를 읽었다는 여고생 등은 "선량한 시민들"인 반면, "사이비 전문가, 이념 집단, 비뚤어진 언론, 무책임한 인터넷"은 괴담과 유언비어를 바이러스처럼 뿌려대 '쇠고기 동란'을 일으킨 사악한 좌파세력들이라는 식이다.
적게 잡아도 백만 이상이 참가한 촛불집회를 손가락 숫자보다 더 적은 몇 명의 말만으로 성격 규정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따지고픈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냥 넘어가자. 어차피 부처 눈엔 부처만 보이고, 조선일보 눈엔 쓰레기만 보이게 마련.
촛불집회 기간에 참가자들로부터 "조선일보가 신문이면 야동은 예술작품이다"는 비아냥과 함께 태평로 건물에 계란테러(?)를 당하고, 네티즌들의 광고주 압박전화로 인해 지면부수가 눈에 띄게 헐거워진 쓰라진 기억을 갖고 있는 조선일보에게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한 입 두 말'의 대가인 조선일보가 대심문관을 자처하며 촛불참가자들과 타매체들의 발언이 2년 전과 지금 어떻게 달라졌는지 추궁하는 꼴은 도저히 못 봐 주겠다. 범법자가 '법과 질서'를 외치는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정도가 있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는 '촛불'에 우호적인 경향신문·한겨레·오마이뉴스·MBC 등이 집회 초기에는 '광우병 공포'를 조장하다가 미국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고 광우병 괴담이 근거 없음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자 '광우병으로 대재앙이 온다'는 주장 대신 '정부의 협상 잘못이 주된 문제'라는 식으로 논조를 바꾸었다고 비난을 퍼부어댔지만, 그러나 바르게 말하자면, 욕을 먹어야 할 대상은 이들이 아니라 바로 조선일보 자신이다.
서두에 소개한 조선일보의 <'광우병 촛불' 2년...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특집기사들을 다시 살펴 보시라. 거기 어디에도 이명박 정부의 잘못 때문에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고 말한 데가 없다. 대신 '광우병 촛불'을 든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정죄하는 심판의 언어만 가득할 뿐. 그런데 과연 그러했나?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정부가 애당초 미국 쇠고기 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사설, <쇠고기 告示 15일 발효… 정부 끝까지 할 일 다 했나>, 2008.05.13)
"쇠고기 수입 개방은 불가피했다 해도 시기가 잘못됐고, 영문 오역 등 하자가 있었으며, 국민 사전 설득이 전무했다..."(사설, <사람 확 바꾸고, 대운하도 깨끗이 정리해야>, 2008.06.02)
"지금까지 광우병은 거의 전부 30개월이 넘은 소에서 발견됐다. 이번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로 30개월이 넘은 쇠고기도 들어오게 됐으니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이 당연하다..."(사설, <與野가 30개월 넘은 쇠고기 실태 조사단 만들라>, 2008.05.22)
"쇠고기 문제도 그 때문에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을 두고 미국과 일본·대만의 협상을 지켜보면서 단계적으로 임했으면 어떤 세력도 근거없는 광우병 공포를 퍼뜨리지 못했을 것이다..."(사설, <대통령의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보며>, 2008.06.20)
"미국에서 광우병 위험물질(SRM)로 분류돼 있는 소 등뼈의 일부 부위가 한·미 쇠고기협상의 수입조건에서는 안전한 부위로 분류돼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얼마 전엔 미국의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의 '완화'라는 표현을 '강화'의 의미로 잘못 받아들이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사설, <쇠고기 협상 한국 대표단 실력 수준을 공개하라>, 2008.05.17)
"이렇게 된 가장 큰 책임은 누가 뭐래도 정부에 있다. 국민이 먹거리를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 내다보지 못하고 쇠고기 수입을 정상회담의 윤활유로 삼아버린 게 원천적인 잘못이었다..."(사설, < 항의 표시는 충분히 했다… 이제 정부를 지켜보자>, 2008.06.11)
"이번 사태는 미국산 쇠고기로만 비롯된 일도 아니고 더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당선자 시절 잘못 꿴 인사의 첫 단추가 밀리고 밀려 더 이상 단추를 꿸 수 없는 데까지 이르러 버린 것이다..."(사설, <문책 인사 넘어서서 새 판을 짜라>, 2008.06.04)
"지금 시중에 많은 오해와 과장, 거짓 주장이 돌아다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근본 원인이 먹는 식품에 대한 불안이고 정부가 그 불안을 진정시키지 못한 데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사설, <대통령이 말할 때와 들어야 할 때>, 2008.06.09)
"쇠고기 파문이 쇠고기 대란으로까지 번져버린 것은 취임 100일 만에 이명박 정권이 제 손으로 만든 반대 세력이 그만큼 크고 넓게 확대되고 확산되어 버렸던 데서 비롯된 것이다..."(사설, <새 人事 통해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새로 태어나야>, 2008.06.10)
혹 착각하실까봐 노파심에 말씀드리는건데, '촛불' 우호적인 경향신문·한겨레·오마이뉴스·MBC 등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바로 '촛불 죽이기'를 선도·선동하고 있는 조선일보 입에서 나온 말이다. 서울 도심을 환하게 불밝힌 촛불이 어디서, 왜 발원하게 됐는지 조선일보 스스로 여실히 증언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아다시피 작금의 조선일보 '촛불' 기사에는 이런 말이 없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책임, 원천적인 잘못은 누가 뭐래도 정부에 있다"는 말도, "그 근본원인이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고 정부가 그 불안을 진정시키지 못한 데 있다"는 말도 없다. 엉터리·굴욕협상으로 일관한 쇠고기 수입 문제에 이명박 정부의 인사 실정과 소통부재 등이 겹쳐 불길이 확산됐다는 그런 지적도 없다. 촛불 공포에서 벗어나자 그때 일을 까마득히 잊은 모양.
조선일보의 헛발질은 이것만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상기한 기사에서 "당시 이들 매체와 광우병대책회의가 부추긴 촛불시위의 주제는 '광우병 공포'였고, '부실한 협상'은 부제에 불과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집회 참가자들에게 '검역주권'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였다. 이는 당시 작성된 조선일보 사설에서도 능히 엿볼 수 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다시 발생하면 우리 정부가 미국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할 수 있게 됐다... 한·미 양국은 쇠고기 추가 협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합의서한을 교환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됐던 소위 '검역주권' 문제는 상당 부분 풀렸다..."(사설, <쇠고기 추가 합의… 정부는 열과 성 다해 오해 풀어야>, 2008.05.21)
"지금 미국의 대형 육류수출업체들은 한국 내의 광우병 우려를 고려해 일정 기간 한국에 수출하는 쇠고기에 대해 '30개월 미만' '30개월 이상'의 월령 표시를 부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한국 국민의 불안이 사그라지기에는 부족하다. 업자의 이런 표시에 대해 미국 정부가 그 내용을 공식으로 보증하는 인증조치가 추가돼야 한다..."(사설, <30개월 '이상' '이하' 월령표시 미국 정부가 보증해야>, 2008.06.05)
"미국산 쇠고기 수입 대란을 끝내는 길은 국민이 불안해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광우병 위험물질(SRM)이 확실하게 국민 밥상에 오르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재협상뿐이라면 무슨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재협상을 벌여야 하고,.."(사설, <국민 밥상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절대 올리지 말라>, 2008.06.14)
2008년 5월 21일이면 촛불집회 중에서도 초기에 속한다. 그런데 사설에도 나와 있듯이, '검역주권'은 그때부터 주요 테마였다. 광우병 공포가 한풀 꺽이고 나서 등장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메인테마로 사용됐단 소리다. '촛불'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그나마 마음 편히 미국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촛불시민들의 이러한 아우성과 투쟁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걸 그들은 알까?
조선일보는 5월 11일자 사설에서 "'쇠고기 동란'의 실체가 과연 무엇이었는가를 지금이라도 명확히 가리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한민국이 어느 날 또 그런 광란에 휘둘려 무정부 상태에 빠지지 않으려면 그때 그 일이 어떻게 발화되고, 어떤 사람들이 불씨를 옮겨 전국적 전국민적 소요로 번져갔으며,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하는 진실을 반드시 재조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 말대로 촛불집회의 실체가 과연 무엇이었는지 명확히 가리자면, 하여 그때 그 일이 어떻게 발화되고 어떻게 전파·확산되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하는 진실을 재조명하려면, 밑도끝도 없이 '촛불이지매'를 선동할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 자신이 2년 전에 사설로 내뱉었던 말들을 먼저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 묻은 개가 *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을 면하지 않을까?
2010.05.12 13:18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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