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정 교수가 각각 96년(위)과 98년에 발표한 논문의 일부. 도표 4를 설명하는 부분인데 문장이 거의 같다.
오마이뉴스 구영식
오 교수 "참고문헌 목록에 언급했기 때문에 문제 없어" 같은 글을 학술지와 정기간행물에 이중으로 싣거나, 자기 논문의 일부를 다른 논문에 실으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은 모두 '논문 자기표절'에 해당된다. 학술지에 실은 논문을 요약하거나 조금 수정해 월간지 등 정기간행물(비학술지)에 다시 발표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가장 심각한 논문 자기표절은 학술지와 학술지 사이에서 일어난다. 엄격한 논문심사절차를 거쳐야 하는 국내외 학술지에 논문을 이중게재하는 것은 '악성 논문 자기표절'에 해당한다. 오 교수의 논문 이중게재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오연천(행정대학원) 교수도 지난 97년과 98년 두 개의 국내학술지(<재정학연구>와 <행정논총>)에 논문을 이중게재해 '논문게재 철회'를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재정학연구> 쪽은 지난 2008년 6월 '논문게재 취소'를 공식 결정했다.
학계의 한 인사는 "이중게재 문제의 핵심은 동일한 연구업적을 부풀려 이중으로 평가받거나 연구비를 이중으로 수혜받는 경우"라며 "오세정 교수의 경우 심사절차를 거쳐야 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학회지에 동일한 논문을 게재해 연구업적을 이중으로 평가받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오세정 교수는 "(4편의 논문 중) 나중에 발표한 논문의 참고문헌 목록에 앞서 발표한 논문을 언급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며 "뒤에 발표한 논문은 앞서 발표한 논문을 기초로 확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 교수는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발견되면 앞서 발표한 논문을 보충해 논문을 쓸 수 있다"며 "미국 학술지인 <Physical Review B>에서 제 논문을 심사할 때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논문을 싣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오 교수는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전문가들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총장 후보자들의 논문 이중게재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심각한지 위원회에서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경기고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제록스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흥미롭게도 이번에 서울대 총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모두 한국사회의 주류엘리트인 'KS(경기고-서울대)' 출신이었다.
지난 84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해온 오 교수는 자연과학대 기획연구실장과 복합다체계물성연구센터장, 자연과학대 학장 등을 지냈다. 그는 역대정부에서 대통령자문21세기 위원회 과학기술분과 위원(YS정부)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 정책전문위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DJ정부), 대통령자문정책위 미래전략분과 과학환경위원(노무현 정부)으로 활동했다. 삼성이건희장학재단 이사를 지낸 그는 현재 정부업무평가위원회 민간위원을 맡고 있다.
특히 오 교수는 현 정부 최고실세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오연천 교수도 정정길 현 대통령실장과 가깝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대 총장 선거 과정에서 '권력배경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서울대 총장 후보자 3명 모두 '논문 이중게재' 한편 <오마이뉴스>는 지난 4월 8일과 27일 또다른 서울대 총장 후보 대상자였던 오연천(행정대학원)·성낙인(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5건 11편'과 '5건 10편'의 논문을 학술지와 정기간행물에 이중게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오세정 교수마저 논문을 이중게재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서울대 총장 후보 대상자였던 3명 모두 '논문 자기표절'을 한 셈이 됐다. 이에 따라 서울대의 총장 후보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세 후보의 논문 이중게재는 서울대 안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라며 "그런데도 후보검증을 해야 할 총장후보초빙위원회가 이들의 논문 이중게재 문제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다음 달 19일 이전까지 3명의 총장 후보를 대상으로 한 '이중게재 의혹'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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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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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장 선거 2위 득표자도 '논문 자기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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