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부처님은 2554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지만 요즘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은 불법(佛法)이라는 수단을 통해 부처님을 만나거나 가르침을 받기도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경(經)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500명의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함께 확인하고 검증해 가며 기록한 것으로 부처님을 만나러 갈 수 있는 올레길이 되기도 하고, 부처님의 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망원경이 되기도 합니다.
팔만사천이나 되는 불법이 올레길이나 망원경으로 천지사방에 거미줄처럼 깔려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다가가 만날 수 있는 분이 부처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경이나 설법 등을 통하여 만나 뵙는 부처님에는 갈증이 남고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는 하지만 수천 년의 세월과 함께 법경 일부가 순화되거나 시대적 상황에 맞춰 새롭게 다듬어졌을 수도 있고, 법경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부처님은 너무 동떨어진 성인이 되어 있어 어렵기만 하기에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질감마저 듭니다.
경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은 부처님의 실상을 볼 수 있거나, 부처님을 직접 만났던 당시대 사람들이 말하는 부처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좀 더 입체적이며 인간적인 부처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갈증, 좀 더 입체적이고 인간적인 부처님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도 있는 수단이 '아름다운 인연'에서 출판하고 불서 저자인 성재헌이 쓴 <붓다를 만난 사람들>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붓다를 만난 사람들>은 부처님이 살아 계시는 동안 부처님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 열다섯 사람들이 독백으로 풀어 놓는 사는 이야기입니다. 남자나 여자, 귀하거나 천한 신분을 가리지 않고, 주인공들이 살아가던 이야기는 바로 요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와도 다르지 않기에 시대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어 더욱 더 실감납니다.
요즘 사람들 사는 이야기보다 훨씬 더 재미있어
부처님과 관련한 책이니 여느 법경들처럼 지루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을 만난 사람들이 고백처럼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이기에 세상살이와 전혀 동떨어지지 않은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말해 적당히 정제된 여느 소설보다 훨씬 더 흥미로워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99명의 목숨을 앗아간 앙굴리말라, 남편의 제자까지 탐욕하려는 스승 아내의 색욕과 간교함, 아내의 간교함을 깨치지 못해 시기심에 빠진 스승의 잘못 된 가르침으로 살인마가 된 앙굴리말라가 부처님을 만남으로써 섬뜩한 삶에서 벗어나는 이야기가 독백으로 펼쳐집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점령군들에게 몸을 팔며 살아가는 여인들의 이야기에서는 국가의 패망으로 졸지에 위안부가 된 우리네 할머니들의 신세가 떠오르고, 희미한 불빛 아래 서서 전라의 몸으로 남정네들의 성욕을 유혹하며 살아가는 여성의 삶이 연상됩니다.
하인과의 사랑에 빠져 두 아이를 낳았으나 졸지에 남편과 두 아이까지 한꺼번에 잃게 되는 기구한 운명의 여성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덧대진 부처님과의 만남이야말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사는 이야기입니다.
어머니와 통간을 하고 있는 남편, 다시 결혼을 한 남편이 사랑에 빠진 여인이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신의 딸임을 알게 된 여인의 이야기는 요즘 세상에도 주간지에나 등장할 만한 이야기기에 한숨에 읽게 됩니다.
부처님을 만난 15명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에 그 사람들의 눈높이와 삶의 수준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그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사람들의 눈높이를 통해 더 없이 편안하게 부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이 다 알려진 이야기지만 지금껏 볼 수 있었던 이야기에서는 음악회에 참석한 듯 어떤 격식과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느껴졌다면 저자 정재현이 들려주는 '붓다를 만난 사람들'에서는 시골집 사랑방 같은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지루하지 않고 휴대하기 좋아
섬뜩한 내용에서는 소름이 돋고, 싸우는 분위기에서는 두 손을 움켜 쥘 만큼 긴장감이 돌며, 성행위를 묘사한 부분에서는 성욕이 꿈틀거리는 뒷골목의 풍경이 그려질 정도로 사실적인 표현들입니다. 상상력에서 달콤함이 느껴질 만큼 감미로운 표현들도 좋지만 소지하고 다니며 읽기에도 딱 좋습니다.
책의 크기는 문고판 크기이고, 15명의 이야기가 한 사람 당 30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으로 편집돼 있으니 언제 어디서나 틈틈이 꺼내 볼 수 있어 더 좋습니다.
근엄하게 표현되고, 격식을 차려 정장을 하듯 세련되게 정리된 법경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거나, 불법이라는 망원경을 통해 만나거나 바라보는 부처님도 좋을 겁니다.
조금은 딱딱하고, 가끔은 이질감까지 느껴지는 그런 만남이 싫다면 '아름다운 인연'에서 출판하고 불서 저자인 성재헌이 쓴 <붓다를 만난 사람들>이야말로 추리닝 바람으로 편안하게 부처님을 만나거나 바라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징검다리가 되고, 부처님의 실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입체 현미경이 될 것 같아 꼭 한번 들여다 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붓다를 만난 사람들> /성재헌 / 307쪽 / 아름다운 인연 / 2010. 5. 17. / 값 9,800 원
2010.05.18 16:42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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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를 만난 사람들
성재헌 지음,
아름다운인연,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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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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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 이야기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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