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명단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유성호
최근 전교조와 관련하여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을 필두로 한 조합원 명단 공개다. 하지만 공개이후 그들이 노렸던 학부모 동요 등은 일어나지 않았고, 조전혁 의원은 1억 5천만 원이란 강제이행금을 물게 됐다. 애초 교과부는 명단 공개로 사생활침해가 우려된다며 명단 제출을 거부했으나 조전혁 의원이 '교육관련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특례법에 따라 각 학교의 홈페이지에 교원단체 현황이 제대로 올려졌는지를 확인하는데 필요하다'고 요청에 자료를 내주었다.
곧 법원에서 교원단체 소속 교사 명단 공개가 불법이라는 결정이 내려졌지만 조 의원은 이를 무시하고 공개하였고, 또 다시 법원에서는 명단을 즉시 삭제하고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하루 3천만원 이행금을 내라고 결정했다. 조전혁 의원은 이를 국회의원의 존재에 대한 부정이라고 버티다가 며칠 만에 명단을 삭제했다. 그러나 정두언, 진수희, 김효재 등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이 법원 판결을 조폭 판결이라고 비난하면서 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재밌는 사실은 교원과 학생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법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당론으로 통과시킨 법을 이제 와서 어기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선거 때문이었나? 지방선거 앞두고 곳곳 관권 시비지방선거와 16개 시도교육감 선거가 치러지는 6월 2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현행법에 의하면 교육감과 교육의원에는 정당인이 출마할 수 없으며, 정당이 이 선거에 개입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교과부와 여당 등에서 교육감 선거에 개입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종종 올랐다. <한국일보> 등 다수 언론에 의하면, 교과부 최고위 인사가 직접 서울경기 교육감 후보들을 물색하고 다녔다고 한다. 또 인천에서는 친여당 성향 후보의 난립을 막기 위해 한 인사의 출마 포기를 종용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지난 4월 서울에서는 한나라당 당원협의회에서 김영숙 전 덕성여중 교장을 한나라당 측 교육감 후보로 결정하고 지지운동을 결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김영숙 후보측은 자신을 정부여당이 미는 후보라는 식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하여 이를 뒷받침했다. 이후 이것이 문제가 되자 양측에서는 모두 이를 부인하면서 한편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또 이번 선거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무상급식 관련 교과부 고위관료가 직접 한나라당 보좌관들을 만나 선거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사실상 선거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아울러 서울지방경찰청까지 나서서 교육감 선거 내부동향 파악에 나섰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우파 교육감이 어떤 전략으로 임해야 승리할 수 있는가?', '전교조, 민주노총 등 좌파세력들이 좌파교육감 후보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가?' 등 완전히 편파적인 내용의 교육감 선거 사찰이었다. 물의가 일자 서울경찰청은 통상적인 내부 동향 파악이며, 실무진에서 알아서 한 것이라고 발뺌했다.
정당과 정부의 개입이 금지된 교육감 선거에서 관권 선거 시비가 일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민주주의가 다시 5공 이전의 군사독재 시대 수준으로 후퇴한 듯해 안타깝다.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 어떤 식으로든지 전교조를 엮어보려 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은 대놓고 반전교조와 친전교조로 교육감 선거구도를 만들려고 한다. 내용은 없다. 전교조가 친환경무상급식을 주장한 교원단체라는 것도, 교육비리 척결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다는 것도,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입시제도와 특목고제도 개선을 요구했다는 것도, 매관매직 인사비리 척결을 위해 교장승진제도 개선을 주장해 왔다는 것도 모른척한다.
전교조면 무조건 안 되고,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다. 전교조 옥죄기를 아무리 이어가도, 진보교육감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오자, 교과부 등은 선거가 불과 10여일 남은 시점에 정치활동 혐의를 받고 있는 교사 183명에 대한 해임·파면 결정을 내렸다.
얼마나 급했던지 기소된 것만을 근거로 해서 사실 조사도 하지 않고 으레 받아왔던 문답서도 받지 않겠다고 한다. 헌법에 나와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도, 비례평등의 원칙도 그들의 안중에 없다. 매관매직 교장들도 재판 중이라고 징계하지 않는 그들이 정치활동은 안 된단다.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한 교원과 교육공무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고, 수 백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갖다 준 교장들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집단적으로 수 천명씩 정치자금을 모아주자고 결의한 교총 산하 단체에 대해서도 말이 없고, 한나라당 공천 서명을 받은 교장들도 나 몰라라 했다. 그리고 현직 교사들에게 정치자금 받은 현직 교과부 차관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이제 막바지에 왔다. 전교조 탄압을 위해 그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기도 하고, 교과부와 노동부가 참모본부로 나섰고, 검찰과 경찰이 특공대를 자임하고 나선 상황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우리 역사에서 한 나라의 정부가 이토록 하나의 단체를 집중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문제 삼았던 유례가 있는지 모르겠다. 조전혁 의원이 썼다는 책 <전교조 없는 세상>을 만들기위해 그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 듯하다.
MB여, 20여년 전 국제적 망신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