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당시 봉사활동을 하는 이생진 시인.
이생진 홈페이지 갈무리
서산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외딴 섬을 좋아했다고 한다. 유인도와 무인도를 가리지 않고 찾다 보니 그의 발길이 닿은 섬은 천 곳이 넘는다. 특히 젊은 날 군대생활을 했던 모슬포뿐만 아니라, 성산포, 서귀포, 우도, 다랑쉬 오름 등 제주도에는 그의 발걸음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인사동의 그가 2001년 제주자치도 명예도민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생전의 김영갑 선생과도 인연을 맺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진으로 시를 찍었다는 찬사를 받는 김영갑 선생과의 인연으로 두 사람은 함께 <숲속의 사랑>이라는 시집을 발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절판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제야 다시 책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김영갑 선생이 남긴 다음과 같은 말 때문일 것이다.
"황금과 물질 만능에 도취하여 인간의 영성적(靈性的) 개발에 대해서는 도무지 관심이 없는 것이 현대 문명인의 고질병입니다. 신진대사가 필요한 것은 육체뿐만이 아니고, 정신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염원하는 것은, 우리의 심각한 영혼의 기갈을 조금이나마 달래는 것입니다. "어느 철학자는 인간이 생을 이어가는 이유가 사랑하기 위해서이며 그것을 통해 영혼은 구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랑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의 차갑고 모질어지는 세상에서 진정 사랑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어쩌면 이번에 다시 발간되는 <숲속의 사랑>은 그것을 조금이나마 깨우쳐줄지도 모른다.
인간은 미(美)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것을 굳게 믿었다는 김영갑 선생. 그의 뜻이 제주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서 6월 29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 담겨진다. 이번 전시회는 특별히 '제주 도립교향악단'의 찾아가는 음악회가 함께하며 색다른 감동의 시간까지 더해졌다. 또한 관람객들과 함께 김영갑 선생이 작품을 찍었던 장소들을 답사할 예정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김영갑 작가를 생각하며 지금도 오름에 올라 그의 발자취를 읽는다는 이생진 시인. 외로움과 평화를 찍었던 김영갑 선생과 그가 함께 바라보며 성찰해낸 영혼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랑, 그리고 기다림이 아니었을까.
숲속의 사랑·6동녘이 타오를 때
떠오르던 네 얼굴
햇빛이 사라지며
어디로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