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발려진 사생활, 함께 있어도 외로운 '우리'

2010춘천마임축제 공식초청작 게코의 '외투'

등록 2010.05.28 09:31수정 2010.05.2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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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개막한 '춘천마임축제'가 한창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27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영국 극단 게코의 '외투'가 공연됐다.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의 단편소설 '외투'를 새로운 무대언어로 재구성한 공연이다. 지난해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호평 받은 화제작이다.

 

a   극단 게코의 '외투' 오프닝

극단 게코의 '외투' 오프닝 ⓒ 박다영

극단 게코의 '외투' 오프닝 ⓒ 박다영

공연의 무대는 크게 아카키의 비좁은 하숙방과 번잡한 사무실로 나뉜다. 하숙방의 아카키는 혼자만의 공간을 만끽하며 몽상을 하거나 자위행위를 한다. 하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세상 밖으로 퍼지고 그는 세상의 놀림거리가 된다. 아카키는 감시카메라와 도청으로 사생활마저 박탈당한 현대 소시민을 상징한다.

 

a   일렬로 서서 외투를 들고 있는 배우들

일렬로 서서 외투를 들고 있는 배우들 ⓒ 박다영

일렬로 서서 외투를 들고 있는 배우들 ⓒ 박다영

번잡한 사무실의 아카키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 한 관료적 공간을 표현한다. 그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거나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아카키는 그렇게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는 현대의 모든 샐러리맨을 표상한다.

 

a   꿈 속에서 절규하는 주인공 아카키

꿈 속에서 절규하는 주인공 아카키 ⓒ 박다영

꿈 속에서 절규하는 주인공 아카키 ⓒ 박다영

예술감독 아미트 라하브(Amit Lahav)는 고골의 '외투'를 딱 한번 읽어 본 직후에 그 이야기에 매료되어 자신만의 작품을 창작했다. 이 작품은 관객들로 하여금 오감을 위한 감성적 여행을 떠나게 한다. 수상경력이 많은 게코는 이번에도 특유의 창작적 감각으로 사랑, 탐욕 그리고 열망의 판타지를 다국적 배우들의 피지컬 씨어터로 그려내고 있다.

 

a   공연의 마지막 장면

공연의 마지막 장면 ⓒ 박다영

공연의 마지막 장면 ⓒ 박다영

공연을 본 박새롬(20, 한림대)씨는 "각종 언어로 진행돼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으로 극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특히 주인공인 아카키가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장면은 정말 인상깊었다. 게코의 다른 공연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외투'는 28일 오후 7시 30분에도 공연된다.

 

a   '외투'의 마임이스트 나탈리 아이타

'외투'의 마임이스트 나탈리 아이타 ⓒ 박다영

'외투'의 마임이스트 나탈리 아이타 ⓒ 박다영

다음은 '외투'의 마임이스트 나탈리 아이타(Natalie Ayta)와의 일문일답.

 

- 지금까지 '외투' 공연을 몇 회나 했는지?

"100번이 넘는 공연을 했다. 콜롬비아, 브라질 등 세계 곳곳과 자국인 영국에서도 공연을 했다. 한국에서도 의정부 등 수차례 시연되었다." 

 

 - 춘천마임축제(혹은 춘천)의 느낌은?

"좋다. 매우 매우 좋다. 춘천시민들은 친절하고 따뜻하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런 곳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흥분되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진 모든 열정을 이번 공연에서 쏟아 내려고 한다. 기대해 달라."

 

- 공연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원작자의 의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의 공연에 관객이 다 같이 참여하고, 우리들이 만든 이야기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사람들이 우리의 메시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관객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공연이 되었으면 한다."

 

- 출연진들에게 있어 '외투'란 어떤 의미인가?

"'외투'는 아카키라는 메인캐릭터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나름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역시 관객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이 이야기들을 해석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극히 신체적인 언어로 표현한다. 7명의 배우들이 9개의 언어를 사용하여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행동과 목소리로 감정적인 소통을 한다.

 

- 내년에도 춘천마임축제에서 공연을 하고 싶은지?

"물론이다.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이 곳은 환상적이다. 이런 곳에서 다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초대를 해 준다면 기꺼이 참여할 의향이 있다. 내년엔 새로운 작품으로 공연하고 싶다."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류준형 박영지 박혜림 박다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인터넷 웹진 "뉴스토피아"와 강원일보 인터넷 판에 동시게재됩니다.

2010.05.28 09:31ⓒ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인터넷 웹진 "뉴스토피아"와 강원일보 인터넷 판에 동시게재됩니다.
#춘천마임축제 #춘천 #마임 #게코 #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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