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이 돌려준 한강, 불법·불량의 복마전

지난해 개장 후 준공허가도 안 받아... 시멘트 백태 줄줄, 녹조로 뒤덮여 매일 청소

등록 2010.06.01 17:36수정 2010.06.0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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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공원 개장식 초청장 09년 9월 24일로 개장식을 당긴 것은 오세훈시장의 선거 일정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의도공원 개장식 초청장09년 9월 24일로 개장식을 당긴 것은 오세훈시장의 선거 일정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


지난해 9월 24일, 한강 여의도 특화공원이 개장했다. 이날 개장식에는 1000여 명의 인사들이 초청됐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새 한강을 당신께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의 5대 핵심프로젝트 중 하나이자, '한강을 회복하고 창조하겠다'는 한강르네상스의 본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여의도공원 조성은 한강르네상스 사업 중에서 가장 많은 예산(842억 원)이 든, 평당 조성 비용이 40만 원(부지면적 785,000㎡)에 달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개장식을 마친 지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여의도공원은 준공허가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준공이 안 된, 다시 말해 법적으로 공사 중인 시설이기 때문에 여의도공원에 대한 관리 책임조차 현재 불분명한 상태다. 혹여 사고라도 나면 책임여부를 따지는 복잡한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수상 무대에서 정기 공연을 하고, 물빛 광장을 놀이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시민들의 이용 사진을 언론 등에 제공하며 '한강르네상스의 성과'라고 홍보까지 하고 있다.

물빛광장을 누렇게 뒤덮은 녹조, 어디서 왔을까

 녹조 낀 물빛광장. 오염된 수질로 인해 녹조가 두껍게 끼어 있다.
녹조 낀 물빛광장. 오염된 수질로 인해 녹조가 두껍게 끼어 있다. 염형철

애초 여의도 공원 사업은 2009년 초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12월에 마무리하기로 계약되어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의 독촉에 의해 3개월이나 당겨 무리하게 개장됐다. 관계자들은 선거 180일 전부터는 행사 참여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이번에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는 오세훈 시장의 참여를 위해 서두른 것이라고 했다. 며칠을 사이에 두고 9월 27일과 29일에는 난지공원과 뚝섬공원도 개장했는데, 이유는 마찬가지로 보인다. 하지만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녹조를 제거 중인 인부들 . 두껍게 낀 녹조를 제거하기 위해 매일같이 작업을 하고 있다.
녹조를 제거 중인 인부들 . 두껍게 낀 녹조를 제거하기 위해 매일같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염형철
우선, 여의도공원 물빛광장의 바닥은 녹조로 누렇게 뒤덮일 정도고, 서울시는 이를 매일 같이 청소도구를 써서 긁어내고 있다. 이는 공원의 물이 심하게 오염된 때문인데, 여의나루역에서 끌어 온다는 지하수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지하수는 영양물질이 거의 없어 녹조가 쉽게 발생하지 않는데, 이곳은 지하수가 흘러나오는 곳부터 녹조로 덮여 있다. 공사에 참여했던 분의 주장에 따르면, 공사 일정에 쫓겨 지하수 수조로 유입되는 하수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서울시는 하수에 오염된 물로 분수를 틀고, 녹조가 덩어리질 정도의 수질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또 수질이 하수 유입에 의해 오염됐다고 한다면, 대장균이나 세균 등이 기준치를 넘을 가능성이 크고, 피부병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기본적인 수질 관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방심한 시민들의 위생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나 다름없다.    


서둘러 단축한 공사기간, 여의도공원 망친다

 물빛광장에 낀 콘크리트 백태. 부실공사에 의해 시멘트 물이 끊임 없이 흘러 나오고 있다
물빛광장에 낀 콘크리트 백태. 부실공사에 의해 시멘트 물이 끊임 없이 흘러 나오고 있다염형철
다음으로 물빛 광장을 허옇게 물들인 콘크리트 백태도 문제다. 설계 부실로 바닥이 틀어지자 화강석 바닥 밑을 시멘트와 모래로 헐겁게 메우고, 시멘트가 굳기도 전에 물을 틀어댄 때문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개장식 전날에도 밤을 새워 일을 했고, 개막식 직전까지 청소를 할 정도로 일정이 무리했다고 한다. 그는 "서울시가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바람에 보완 공사를 염두에 두고 임시방편으로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결국 화강석을 뜯어내지 않는 한 독성을 가진 시멘트 찌꺼기들은 끝도 없이 흘러나오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강을 오염시키고, 물빛 광장의 경관을 훼손하고, 시설을 관리하는데도 지속적으로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부실한 공사는 예산 집행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여의도공원 공사에 참여했던 재 하청기업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오죽하면 서울시에 공사비 지급을 조정해 달라는 민원까지 제출한 상태다. 지난해 개장식이 끝난 상태인데, 아직도 보수와 추가공사를 요구하는 담당부서와 재하청업체들의 갈등도 심상치 않다.

여의도공원은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시정, 철학이 부재한 한강 복원 사업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외양만 중시한 채,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 붙인 사업의 결과, 부실시공, 수질오염, 책임 떠넘기기 등의 구태가 난무하고 있다. 한강르네상스를 두고 무성하게 나오는 의혹들의 끝이 궁금하다.

 여의도 한강공원 조감도. 화려한 모습의 조감도와 달리 곳곳에 부실시공 흔적이 남아있다.
여의도 한강공원 조감도. 화려한 모습의 조감도와 달리 곳곳에 부실시공 흔적이 남아있다. 염형철

이에 대해 서울시 한 관계자는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추가 작업 등을 위해 준공이 늦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하수에 녹조가 피는 것도 경험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질자료를 제공해주겠다고 했으나 결국 받을 수 없었다.
#한강르네상스 #여의도한강공원 #물빛광장 #오세훈 #서울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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