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여당의 패배로 끝나면서 이명박 정부의 향후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정·청 쇄신론이 고개를 들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방향과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청와대로서는 지방선거 패배의 충격을 추스르는 것이 당장의 급선무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오전 8시 10분경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국립서울농학교 대강당)에서 투표를 하면서 기자에게 "누구 찍었냐고 안 물어보나? 일 잘하는 사람 찍었지"라고 여유를 부렸다. '일 잘하는 사람'은 이 대통령이 자주 쓰는 관용구이지만,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캐치프레이즈(일 잘 하는 젊은 시장)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의 서울시 수성에 대통령이 그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중을 드러낸 셈인데, 선거는 당초 예상과 달리 여당의 신승으로 끝났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3곳 중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를 지키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양대 단체장들이 민주당이 장악한 광역의회의 견제를 받게 됐다는 점에서 '절반의 승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보수층이 많은 충북과 강원에서의 패배도 청와대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여론조사와 전혀 다르게 민심이 표출됐지만, 청와대 참모들도 이러한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일 "정부가 일을 잘 하려면 야당의 견제도 필요한데, 야당이 참패할 게 안쓰럽다"고 선거 결과를 섣불리 넘겨짚기도 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여당이 16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과반을 얻지 못한 것은 의외"라며 "그동안 해온 여론조사와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냐"며 탄식을 연발했다.
기자가 "야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서 본심을 안 드러낸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청와대에 몸담은 나로서는 국민들이 자기 생각을 이토록 표현하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국민들에게 현 정부가 이렇게 두려운 존재였나?"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관저에서 선거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았지만, 대통령의 반응은 알려진 게 없다. 대통령의 레임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아직까지는 쉬쉬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기조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이 대통령은 선거 전날 국무회의에서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국정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대통령의 언급은 여당의 선거 승리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중론이다.
당장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려고 해도 충남·충북·경남 등의 반MB 광역단체장들이 견제에 나설 경우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거센 도전에 휘말리게 된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내에서는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인 중도실용을 더욱 명확히 드러내고 민심을 설득해야 한다"는 해법도 나오고 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2일 투표가 끝난 뒤 출입기자들을 만나 "국민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정부는 지방선거 이후에도 중도실용을 기치로 서민과 약자를 보듬고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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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 이해 안 가...정부가 그렇게 두려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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