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이번 6·2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였다. 여느 때보다도 흥미롭게 진행되었던 이번 선거는 15년 만의 최고 투표율과 여권대 야권단일화 후보를 중심으로 표의 분산이 최소화됨으로써 예상과 달리 민주당 후보의 약진이 돋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오세훈 후보가 강남3구의 압도적 지지를 배경으로 재선에 성공하였지만, 천안함 사건에 따른 북풍이 보수층을 결집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권심판론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음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부의 일방주의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이번 선거를 벼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인물 지지도가 낮은 25개 서울 기초지자체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네 곳에서 밖에 당선하지 못한 것에서도 볼 수 있다.
모든 선거가 그렇지만 2007년 대선 이후 2년 반 만에 치르는 이번 지방선거는 분명 집권세력에 대한 중간평가가 그 핵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은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 심리 기저에 깔려있는 시급한 변화의 흐름에서 일정 부분 비켜난 결과를 보였다. 과연 시민들은 '일 잘하는 젊은 시장'을 원하고 그의 지난 업적들을 긍정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정치적 지지를 지속하였던 것일까.
사실 오 시장의 재선에 부여된 의미는 결코 낙관적일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서울 21개 자치구에서 민심을 얻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강남 3구 구청장'이라는 오명이 향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선거 결과는 교육 및 복지 등 일상적 삶에서 절실하고 또한 긴급한 변화를 원하였던 일반 시민들은 상당수 지난 시정에 실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낙관적인 승리 못 거둔 오 시장... 시민들 실망 절실히 깨달아야
야권 후보가 사람복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친환경 무상급식, 무상보육, 방과후 학교 등 서울의 3대 기본복지를 실현하겠다는 정책공약이 공감을 불러일으킨 반면, 오 시장이 내세운 '일자리가 가장 큰 복지'라는 일자리 100만개 창출을 공약은 공허하기만 하였다. 일자리 창출도 오로지 관광, 디자인, 디지털 콘텐츠, 연구개발, 컨벤션, 금융 산업 등 6대 신성장동력에서 추진하겠다는 그의 계급적 편향성과 복지에 대한 몰이해만 드러났을 뿐이다.
오 시장에게 복지 사회적 소외 계층을 위한 시혜일 뿐이며, 이에 그의 대표적인 복지공약은 노인 복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어르신 행복타운', 장애인 직업교육과 훈련을 위한 '장애인 인력개발센터' 건립 등 지난 민선 4기의 서울형 복지와 같이 기존 복지사업에 새로운 옷만 갈아입는 전형적인 홍보용에 다름 아니었다.
따라서 서울시 민선 5기 오세훈 시장에게 바라는 바는 주류집권세력의 아이콘으로 머물지 않고, 차차기 대선후보로서 발돋움을 위해서라도 서울시정의 운영기조를 민심에 맞게 새롭게 전환하라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4년간 오세훈 서울시장의 복지 평가는 처참할 정도였다. 사상최대의 복지예산 편성이라는 거짓은 서울시와는 관계없는 국고보조사업의 제도적 점진적 증대의 결과를 오도하는 것이었고, 복지부문 예산의 25%를 밑도는 서울시 자체복지예산은 저소득 취약계층 및 장애인 심지어 노인예산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감액편성으로 일관되었다.
서울형 복지는 홍보적 수사에 비하여 예산비중이 거의 없는 미미한 사업었고, '보편적 복지' 선언과 달리 기존의 지원방식과 단위사업의 지속에 다름 아니었다. 이에 지난 5월 서울복지시민연대는 7대 복지공약을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제안하였고, 야당후보들은 7가지 항목에 자세한 답변을 해온 반면, 오 시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다.
오 시장이 이번 선거를 '과거 회귀세력 대 미래 희망세력의 대결'로 규정한 것과 같이, 본인이 미래 희망세력이라면 서울시민들의 소득, 교육, 주거를 비롯한 삶의 기회의 불평등 해소에 노력하고, 미래 서울시민에 대한 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으로써, 가진 자들의 시장이 아닌 모든 서울시민의 시장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시민들의 일상적 삶과 복지 챙기는 서울시장으로 거듭나야
이번 선거를 계기로 오 시장이 '친복지' 시장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다시 한 번 제안한다.
첫째, 서울시 사회복지예산을 총계예산 대비 30%까지 확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명숙 후보는 2014년까지 서울시 전체 예산의 50%를 사람예산으로 확보하고, 구체적으로 4년간 5조 8천억원을 육아복지, 교육복지, 생활복지 등 사람에게 투자하겠다고 한 바가 있다. 오세훈 당선자도 이와 같은 실질적인 복지예산 확충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둘째, 25개 자치구의 사회복지자원 불균형 및 복지격차해소를 위해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지역별 부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업의 자치구부담률은 더욱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복지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세훈 당선자도 예산지원조례와 같이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이 필요하다.
셋째, 서울시민 복지기준선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이다. 적어도 서울시민이라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복지기준선을 정하여 보육, 노인생활지원, 기초생활보장 등이 자치구별로 차이가 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기본적으로 서울시가 해당되는 예산을 교부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사회서비스에 투자하여 좋은 일자리를 최소 10만개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양적인 일자리 숫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일자리 그리고 어떠한 일자리가 중요하다.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정책으로 보육, 방과 후 학교, 돌봄, 심리상담 서비스 등에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는 바이다.
다섯째, 영유아보육의 모든 사항을 서울시가 전담한다는 약속이다. 이미 오세훈 시장은 소득기준 하위 70%에 대한 보육료지원을 무상보육으로 공약하였다. 그러나 타 후보들의 공약과 같이 보편적 무상보육 및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 아동수당, 민간보육시설의 국공립시설 수준으로의 지원 등이 적극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현장성 강화를 위한 전달체계 개선방안 마련이다. 그물망 복지의 완성으로 자활을 실현한다는 기조는 유지할 수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이 인력 및 제도의 보강 없이 '사실상' 전화번호 하나 알려주는 것을 과대홍보하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사회복지현장실무자간 처우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기 바란다.
오세훈 시장이 책임정치를 실현할 것으로 믿는다. 본인이 분명한 시정비전을 통해 일 잘하는 젊은 시장에게 힘을 실어 달라고 당부하였듯이 정책으로 승부하는 시장을 모든 서울 시민도 원한다. 그러나 시민의 삶은 뒤처지고 홍보성 사업에 대한 피로도만 쌓이게 되면, 언제 어떠한 모습으로 또 다시 심판론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방향이 서울시를 향하게 될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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