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구 장해의 에메랄드 물빛
최오균
물의 영혼처럼 보이는 구채구의 물빛! 구채구는 크고 작은 114개의 고산호수가 숲속에 보석처럼 숨어 있다. 현지인들은 이 호수들을 바다의 아들 "해자(海子)"라고 부른다. 해자의 물은 투명하다. 너무나 투명해서 호수바닥에 있는 자갈이며 수초, 마른 나뭇가지들이 손에 잡힐 듯보인다. 물의 색깔 또한 변화무쌍하여 어떤 것은 푸른 보석 같고, 어떤 것은 녹색의 비취 같으며, 가끔 화려한 노란색의 물빛도 볼 수 있다.
구채구의 현란한 물빛은 대자연의 조화에서 비롯된다. 빙하와 칭장판, 양쯔판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 대부분 석회암, 혈암, 사암 등으로 이루어진 구채구를 빙하가 유빙이 되면서 여러 층으로 만들었다. 지층에는 카르스트지질(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과 지하수 작용으로 침식되어 원형으로 움푹패여 웅덩이가 된 땅) 특성이 있어 칼슘, 마그네슘, 탄산입자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이 요소들이 물빛을 변화시켜 남색과 녹색의 반사능력이 비교적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카르스트 지질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에 있던 이산화탄소가 눈 녹은 물과 빗물 등에 반응을 하여, 탄산수소칼슘이 되면서 용해된다. 용해된 탄산수소칼슘은 빙하나 지각변동에 의해 생긴 층에 침전되면서, 보(洑-저수시설)를 형성하게 된다. 보에 물이 채워지면서 호수를 이루게 된다. 일부 호수들은 짙은 탄산수소칼슘 농도를 갖고 있어 물이 매우 맑아 종종 바닥이 아주 깊게 보인다. 호수는 수심, 잔류물, 환경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각기 다른 색깔과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이곳에는 구채구가 생겨나게 된 전설 한 토막이 전해지고 있다. 먼 옛날 남신 '다게'가 여신 '우뤼세'를 사랑하여, 바람과 구름으로 거울을 만들어 선물했는데, 우뤼세가 실수로 거울을 주자이거우(구채구)에 떨어뜨리자 그만 거울이 깨지면서 5여울, 12폭포, 10물길, 수십 개의 샘 등 108개의 명소를 만들었다는 것.
셔틀버스를 타고 가며 구채구의 불빛을 바라보다가 장해(長海, Long Lake)에서 내렸다. 장해는 구채구에서 가장 크고 깊으며, 높은 곳(3150m)에 위치한 호수다. S자형의 호수 길이는 이십리가 넘는다. 파란 물빛이 바닥까지 꿰뚫어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맑은 물빛에 푸른 산이 거꾸로 명경처럼 비추어 한 폭의 수려한 산수화를 연출한다. 눈 녹은 물이 흘러 저장된 호수는 지하로 스며들다가 장해 밑에 위치한 오채지(五彩池)에서 밖으로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