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는 몇 해 전부터 이 학원과 협약을 맺어 입시설명회를 열어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8일 '사천시 내고장 학교보내기 진학설명회' 장면.
하병주
이와 관련 사천의 한 교사는 "공립학교는 공교육의 최후의 보루다"라며 "학부모들의 요구가 얼마나 거셌는지는 몰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해당 학교장은 생각이 달랐다. 한마디로 "비판적 시각도 일리는 있지만 '학부모들의 요구'라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사천시가 꼭 필요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며 학교 사용 허락 배경을 설명했다.
이 학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유명 학원 강사들의 교수법이 더 뛰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학교 교사들에게도 수업을 들어보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사교육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이 학교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이를 두고 학부모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한 학부모는 "학생들이 고교진학과정에서 인근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으로 봐줘야 한다"며 이해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시 예산까지 써 가며 학원 강사들을 학교에 불러들여야 할 판이면 더 이상 공교육을 운운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판도 매섭다.
이와 관련해 해당 학교 교사는 물론 사천지역 교사들도 아직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심지어 전교조 사천지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할 뿐 이렇다 할 입장표명이 없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실제로 ㅈ학원은 사천시 외에도 인근 고성군과 하동군을 포함해 전국의 21개 기초단체와 교육지원협약을 맺고 강사를 파견하고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는 계약금액이 10억, 5억 단위"라며, "사천시가 계약금액이 가장 적은 경우"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협약을 맺는 기초단체가 점점 늘고 있음도 귀띔했다.
결국 이 학원은 입시전문이라는 이름값에다 일부 학부모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지자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사교육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는 다른 유명 입시학원들도 비슷한 추세다.
상대적 박탈감 느끼는 학생 학부모 없는지 따져봐야 사실 ㅈ학원과 사천시의 인연은 2007년부터다. 처음에는 학원 관계자를 불러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입시설명회를 여는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2009년에는 4500만 원의 예산으로 143명의 학생들에게 이 학원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수능 강의를 듣게 했다. 또 논술특강도 진행했다. 그리고 올해는 "온라인 강의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명분이 보태졌다. 공립학교의 한 부분까지 사교육이 밀고 들어온 셈이다.
취재 과정에서 한 학부모는 "사천시나 교육계 모두 '학부모 요구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나 말고 다른 학부모들은 진짜 이런 걸 반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정말 유능한 강사가 내려오는 걸까"라며 강사들의 능력에 물음표를 던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