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를 서두르고 있는 고등학생들, 과도한 체벌과 강제교육으로 아이들의 인권이 멍들고 있다.
이주연
그러나 입법예고까지 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안은 결국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 7일 경기도 교육위원회가 조례안 심의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교육위원 임기가 세 달 남아 그 안에 1차례 임시 회의를 할 수 있지만 회기 일정이 이틀에 불과해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조례안 처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례안은 7월 이후 다시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그만큼 조례안 처리가 뒤로 미뤄진 것.
공현 활동가는 "13명의 교육위원 중 2명만이 찬성 입장을 밝힌 상황이어서 통과 안 될 것이라 예상했다"며 "위원들이 부담을 피하기 위해 조례안 심의를 보류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11명의 교육위원은 왜 반대한 걸까. 조돈창 경기도 교육위원은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인권은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 지성인이 된 후 찾으면 된다"며 "학생들을 위한 조례를 만들어서 인권을 존중한다는 것은 공부하는 학생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반대 위원 11명 중 조 위원을 포함한 7명은 6·2 지방선거 교육의원직에 출마했다(교육의원은 기존 교육위원이 하던 역할의 대부분을 수행하지만 교육청이 아닌 도의회 소속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교육의원을 선거로 선출했다). 하지만 그 중 단 한 명 강관희 위원만이 당선됐다. 조례안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강 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오마이뉴스>임을 밝히자 그는 "얘기 안 할게요, 끊으세요"라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 다시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강 위원의 견해는 다른 매체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9일 강 위원은 <메디컬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두발자유와 복장자유에 대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나 또한 그들의 입장과 같다"며 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했다.
지방선거, 학생인권조례를 되살리다 이러한 반대 의견에 밀려 조례안은 폐기될 운명이지만, 앞날마저 캄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희망적이다. 지방선거 덕분이다.
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생인권조례안 추진 의사를 누누히 강조했다. 또한 조례안 처리를 담당할 교육의원 7명 중 4명이 진보성향으로 꼽히고 있다. 교육의원 7명과 함께 경기도의원 6명이 경기도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체제라 조례안 제정은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 위원회로 배석되는 도의원 수가 각 정당의 의석수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즉, 6·2 지방선거 결과 민주당 의원이 전체 경기도의원 의석수의 63%를 차지했기에, 교육위에서 활동하는 의원 중 절반 이상이 민주당 의원으로 채워지게 된 것이다. 진보성향 교육의원 4명, 민주당 의원 3명 이상을 합치면 적어도 7명 이상으로 전체 교육위원회 13명의 과반수다.
초기부터 조례안을 찬성했던 교육위원이자 이번에 교육의원으로도 당선된 최창의 당선자가 "새로운 위원회가 구성되면 조례안 처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한 이유다. 이처럼 지방선거가 이끌어낼 또 하나의 변화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꼽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학생인권조례안은 서울에서도 추진될 예정이다. 곽노현 서울교육감 당선자는 선거 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학생인권조례안을 만든 책임자가 나였고 거기엔 나의 철학과 정신이 담겨 있다"며 "서울도 비슷한 내용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곽 당선자가 추진할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몫은 서울시의회 소속 교육위원회에 있다. 이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될 서울교육의원 8명 중 3명이 진보성향으로 꼽힌다. 나머지 5명 중 1명만이 보수 진영에서 배출한 교육의원이다. 김형태 서울교육의원 당선자는 "학생인권조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교육위원회에 들어오는 시의원 중 다수가 민주당 의원이 될 텐데, 교육 측면에서 민주당과 진보 교육감·교육의원 공약이 유사했기에 조례안 추진은 순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례안은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전남·전북·강원·광주 지역에서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지역 교육감들은 이미 지난 달 10일 학생인권조례안을 추진하겠다고 시민단체와 정책협약을 맺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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