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9년 6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김대중평화센터 주최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서 '6·15로 돌아가자!'(Let's Return to 6.15)의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유성호
작년 6월 11일 저녁 대통령님께서는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63빌딩 6·15 9주년 행사장에 병든 몸을 휠체어에 싣고 오셨습니다. 그리고 생애 마지막 연설을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 국민이 얼마나 불안하게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세계에서 60년 동안이나 (분단된 상태로 있는)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강력히 충고하고 싶습니다.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합의해 놓은 6·15와 10·4를 이 대통령은 반드시 지키십시오. 그래야 문제가 풀립니다."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김 대통령님을 찾아와 햇볕정책이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 대통령님께서는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사업을 한 분이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잘할 것"이라며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님께서도 알고 계셨지만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한 철학이나 비전이 없었습니다.
국민은 이번 선거에서 '평화'를 택했다대통령님! 지난 3월 서해에서 참혹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46명의 젊은 군인들이 해군 함정의 침몰로 산화했습니다. 온 국민이 슬퍼하고 애도했습니다. 정부는 침몰 원인을 발표했지만 의심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들이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고는 지방선거와 맞물려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으로 '북풍'을 일으키기까지 했습니다. '전쟁 불사론'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하루 만에 29조 원어치의 주식이 떨어지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마치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와 유사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때도 일부 정치권과 언론들은 '전쟁 불사론'을 서슴없이 말했습니다.
그때 대통령님은 분연히 일어나 내외신 회견, 전국 대학 순회강연을 통해 네오콘을 질타하고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주장했습니다. 서울대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한 말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해야 합니다. 강제로 분단되어서 강대국들의 대리전으로 큰 전쟁을 치렀으면 됐지 또 전쟁해야 합니까. 찰리 채플린이라는 희극배우가 있었는데 그 사람은 히틀러를 반대하고 전쟁을 반대한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희극배우답게 말했어요. '전쟁은 전부 40대 이상의 사람만 가라. 나이 먹은 사람들이 자기들은 전쟁에 안 가니까 쉽게 결정해서 젊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다. 그러니까 나이 먹는 사람들이 전쟁에 나가서 죽든 살든지 해야 한다'라고." 이번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평화와 국민의 생명을 앞장서 말해야 할 대통령은 전쟁기념관에 서서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얼마나 두려운 일입니까. 그러나 우리 국민은 현명했습니다. 국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평화'를 선택했습니다. '햇볕정책'을 선택한 것입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국제사회도 정부 '강경노선'에 냉담한 반응대통령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염려스럽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미국도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서는 형국입니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 정부의 강경노선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곤경에 빠지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오래전부터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고 6자회담을 동북아평화안보협력기구로 만들자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님을 모시고 중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