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석 약수터둥그런 돌확 대신 네모반듯한 대리석으로 도배되 약수터
김선호
또 공사 전후 과정에 있어 공사에 대한 안내를 하는 어떤 표시도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아쉽다. 대리석으로 마감된 약수터 바닥이 겨울이면 미끄러울 것 같다는 의견에 담당자는 "따로 물받이를 설치할 거"라고 답했지만, 과연 물받이로 그게 가능할지, 원.
위험구간에 손잡이용 말뚝박기는 꼭 필요한 정비사업이었지만, 소박해서 아름답던 약수터는 그렇게까지 반듯하게 대리석으로 도배해 놨어야 했는지 두고 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숨 쉴 여유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딱딱한 직전의 낯선 약수터를 벗어나 깔딱고개를 향해 간다.
숲까지 점령한 망치질... 고요와 안정은 어디에 숲의 고요를 깨뜨리며 정자를 짓느라 요란한 발전기 소리도 뒤로 한다.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 그래서 이름도 깔딱고개다. 발전기 요란한 소리도 그치고 숲은 다시 고요를 되찾는다. 산새 소리에 비로소 조금 전에 흐트러졌던 마음도 안정되어 가는 느낌이다. 바로 그런 고요와 마음의 안정이 숲이 주는 커다란 장점이 아니던가.
'온 나라에 건설의 망치질 소리를 들리게 하겠다'던 사람이 새로운 국회의장이 되었다. 지난날 여당 대표직에 있었던 그 사람 말마따나 이미 온 나라는 건설의 망치질 소리가 어지럽다. 크게는 4대강 사업이 그렇고 작게는 우리 동네 산에 세워지고 있는 정자가 그렇다.
시공유지라는 이유로 내가 사는 아파트 옆 공터는 물놀이터 공사가 한창이다. 지금 이 글도 그 공사현장에서 들여오는 공사음을 배경으로 쓰는 중이다. 참 씁쓸한 일이다.
천마산 정상 능선에 오르기 전, 깔딱고개 중간에 또 하나 귀한 샘이 있다. 일명, '깔딱샘'이다. 깔딱, 하고 숨이 넘어갈 듯 고된 오르막에 샘이 하나 있어 숨을 되찾는다. 바위틈에서 물방울들이 솟아나와 샘 하나를 만들었다.
겨우 한뼘이나 될까 말까한 작은 샘이다. 오며가며 등산객들의 갈증을 채워주기에 더 없이 맞춤한 크기다. 오늘따라 '깔딱샘'의 존재가 더욱 소중해 보인다. 바위가 둥글게 파였고 그안에 물이 고여 찰랑인다. 곡선의 묘미는 그런 것이다.
법정스님은 곡선과 직선을 한마디로 요약하셨다. '직선은 조급, 냉혹, 비정함이 특징이지만 곡선은 여유, 인정, 운치가 속성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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