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저지는 정치투쟁"이라며 국민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은 박준영 전남지사를 규탄한다. 박 지사의 발언이 일파만파의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4대강 사업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박 지사가 영산강 사업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의 말 자체가 모순이다. "운하를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운하건설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영산강 사업이 운하사업이라는 것은 4대강사업본부도 인정하고 있다.
4대강사업본부는 "다른 강의 사업은 운하가 아니지만 영산강은 지자체가 요구하여 운하를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죽산보에는 갑문(閘門)도 만들고 어도(魚道)도 만들고 있다. 목포에서 광주까지 83km, 폭 180m, 5m 깊이로 강바닥을 파고 대규모 보에 물을 담아 황포돛배를 띄우겠다는 것이 영산강 사업의 실체이다. 박 지사는 도민의 이름을 팔고 후손의 이름을 팔지 말기 바란다. 우리는 박 지사를 국민의 혈세로 건설재벌들의 금고를 채우는데 앞장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하수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온갖 것을 다 해봐도 안돼 이제 기도의 힘을 빌리려 한다"며 가장 비정치적인 4대 종단의 성직자들이 릴레이 기도를 하고 삭발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비정치적인 이판승(理判僧)이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몸을 불살랐다. 그런데 박지사는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정치행위로 모독하고 있다.
내가 들은 바로는, 영산강의 수질이 나빠진 것은 농어촌공사가 영산강 하구언(河口堰)을 건설해놓고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낙동강 하구언 물은 부산시민의 생활용수로 쓰여 수자원공사가 매년 엄청난 돈을 들여 수질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상류보다 수질이 더 좋지만, 영산강 하구언의 물은 농업용수로만 이용하기 때문에 농어촌공사는 굳이 많은 돈을 들여 관리할 필요가 없어 수년동안 방치되어 수질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구언을 없애서도 안된다. 하구언을 없애면 바닷물이 영산포까지 밀려들어 여름철 장마철이면 농경지가 침수되고 만다. 나는 60년대에 나주에서 광주로 통학을 하면서 매년 여름이면 나주평야 일대가 물에 잠기는 것을 목격하곤 했었다. 하구언 건설이후 그런 현상이 없어졌고 강변 저지대 습지가 농지로 전용되었다고 들었다. 따라서 하구언을 철거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은 온당치 못하다. 하구언의 물을 어떻게 유통시켜 정화시키느냐에 지혜를 모으고 돈을 써야 한다. 네델란드는 하구언에 바닷물을 소통시켜 수질개선에 성공했다고 들었다.
강 복판에 토사가 쌓인 곳은 준설을 하고 지천에서 흘러드는 생활하수도 정화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라는 것이 민주당의 요구이고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대규모 보를 만들어 강의 흐름을 막고 길이 83km, 폭 180m, 5m 깊이로 강바닥을 파헤치는 것이 어떻게 치수사업인가? 쌓인 토사 긁어내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하상(河床)이 높아진 부분은 마땅히 준설을 해야 한다. 강바닥을 5m 깊이로 파헤쳐 쓸모없는 운하를 파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지금의 영산강 준설은 단순히 바닥에 쌓인 토사를 긁어내는 것이 아니다. 83km, 폭 180m, 5m 깊이의 대규모 준설과 보의 건설은 배를 띄우기 위한 운하사업이다. 보는 강물의 흐름을 차단하여 물을 썩게 한다. 수질개선을 주장하면서 물을 썩게 하는 보의 건설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박 지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나는 영산강의 물은 부족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주, 목포 등 영산강 하류지역의 도시까지도 모두 섬진강 수계의 주암댐에서 생활용수를 공급받아 살아가고 있다. 광주호, 담양호, 장성호, 나주호 등 영산강 수계의 물은 모두 농업용수로 이용되어 농업용수도 충분하다. 물이 전혀 부족하지 않은데도 박 지사는 물이 부족하다고 호도하고 있다. 지금의 영산강 사업은 치수사업이 아닌 운하사업이다.
물을 보에 가둬두면 물이 썪는다. 영산강 하구언이 이를 입증하고 있지 않는가? 영산호를 관리하고 하수종말처리장을 개선하는 데에 돈을 써야 한다. 운하를 만들어 놓으면 매년 수백억 원을 들여 반복적으로 준설을 해야 한다. 황포돛배와 홍어배로 그 비용이 회수된다고 보는가? 지금은 한가하게 황포돛배나 홍어배를 타며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사람이 없다. 박 지사는 부디 환상에서 깨어나 이성을 찾길 바란다.
2010.6.13.
임석민, 한신대학교 경상대학 교수
2010.06.13 13:55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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