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에서 '일본인을 위한 특별한 역사기행'

14∼16일, 일본 시민 대상 3.1운동 특강

등록 2010.06.15 11:35수정 2010.06.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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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저녁 독립기념관 역사연수에 참여한 일본인 방문단(26명)과 충남시민단체 관계자들.
14일 저녁 독립기념관 역사연수에 참여한 일본인 방문단(26명)과 충남시민단체 관계자들. 심규상

독립기념관에서 '일본인을 위한 특별한 역사기행'이 열리고 있다.

독립기념관(관장 김주현)이 마련한 '평화를 위한 독립기념관 역사기행'이 그것. 14일부터 오는 16일까지 3일간 열리는 역사기행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일본시민들이다.

일본인들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고 한·일 간 상호 이해 증진을 목적으로 지난 2007년부터 벌여온 특별한 행사에는 올해 '구마모토 일한 시민교류를 진척시키는 회' 회원을 비롯한 일본시민 26명이 참여했다.

먼저 역사기행의 일정을 들여다보자. 첫날인 14일에는 입소식을 시작으로 연세대학교 신주백 연구교수의 '한일의정서 등 조약의 불법성' 특강이 열렸다.

둘째 날인 15일 오전에는 독립기념관 이정은 연구위원의 '유관순 열사를 통해서 본 3.1운동' 강연이 진행되고, 오후에는 연수 참가자인 다나카 노부유키(田中信幸)씨가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해 발표한다. 또 한국정신대연구소 강정숙 연구원의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한 강의가 이어진다.

일본인으로부터 듣는 '명성황후 시해사건'

 개량한복 차림으로 독립기념관 역사기행에 참여한 일본의 한 스님
개량한복 차림으로 독립기념관 역사기행에 참여한 일본의 한 스님 심규상

특히 다나카 노부유키씨는 자신의 고향인 일본 구마모토 지역 낭인들에 의해 명성황후가 시해된 배경과 일본정부에 의해 감춰져온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써왔던 구마모토 지역 시민단체의 노력, 그리고 가해자의 후손들이 명성황후 묘역을 찾아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까지 과정을 소개할 예정이다.


16일에는 독립기념관 경내의 조선총독부 부재공원 등 야외시설물 관람과 연수 참가 소감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14일 입소식에서 김주현 독립기념관장은 "과거의 역사로부터 배우려는 일본인들의 관심과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번 역사기행이 한일 양국의 발전과 평화적인 역사인식을 확대하는 게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14일 저녁 독립기념관 인근 식당에서 열린 충남시민단체인 '충남네트워크와의 대화의 시간'에서 만난 일본인들의 얼굴에선 진지함이 가득 묻어났다.

 함께 독립기념관 역사연수에 참여한 일본인 부부
함께 독립기념관 역사연수에 참여한 일본인 부부심규상

한 참석자는 "작년에 참석했지만 또 왔다"며 "지난해 독립기념관 관람시설을 돌아보고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역사기행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생애와 평화사상'과 '한국의 고유 영토, 독도' 등을 주제로 토론이 열렸었다.

"제가 태어난 곳은 북한입니다. 초등학교는 서울에서 다녔어요. 당시 한국 생활에 대한 기억은 좋은 것뿐이었어요. 그리고 해방 이후 일본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한일 간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이 나이를 먹을 때까지 일본이 한국에서 행했던 암울한 역사에 대해 지난해 독립기념관을 방문해 처음 알게 된 것입니다. 오늘도 이 자리에 오기 직전 '한일합방'에 대해 배웠는데 이 또한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칠 수 없어 일 년 동안 책도 많이 보고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미와가야씨는 "작년에는 남편이 연수일정에 참가했는데 너무나 유익했다며 올해에는 나에게 배우고 오라고 권유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부가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 히가시이타루씨와 히가시미타우 부부는 "잘 알지 못했던 한일 역사를 깨우치게 해준 독립기념관 측에 감사한다"며 "일본에 돌아가서도 양국이 평화로운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참가자는 다나카씨 부자였다.

 독립기념관 역사연수 모습(2009년 자료사진)
독립기념관 역사연수 모습(2009년 자료사진) 심규상

다나카 노부유키씨는 일본 내에서도 소문난 시민운동가다. 그는 자신의 생계를 뒤로하고 '일본평화헌법 9조를 지키는' 일과 이라크 전쟁 반대 활동 등 평화를 지키는 일에 평생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번 방문단에 대학을 졸업한 그의 아들이 동행했다. 연극단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그의 아들은 "한국 방문은 처음"이라며 "아버지와 같은 활동가는 될 수 없겠지만 이번 기회에 열심히 배워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큐슈 남단에 위치한 '구마모토 일한시민교류를 진척시키는 회'는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등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10여 년째 일본 교과서 왜곡 저지운동 등을 의제로 공동활동을 벌이고 있다. 구마모토현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왕자를 포로로 끌고 간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가등청정)를 비롯해 명성황후 시해사건 등에 주도적으로 가담했던 인물 다수의 고향으로 한국과는 오랜 악연을 맺어온 곳이다.
#독립기념관 #역사기행 #구마모토 #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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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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