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이 한반도 남쪽에만 쌀이 가득찬 통의 북쪽 부분에 쌀을 부어 채우고 있다.
권우성
[박경조 성공회 대주교] 올해는 한국전 60년이 되는 해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우리의 집안싸움을 말릴 사람이 없었다. 종교인들도 '북진통일', '때려잡자 김일성' 구호를 외치면서 이 사회의 증오를 확대재생산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지금도 북진통일 부르짖던 시절로 회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 시대 우리 종교인들이 할 일은 집안싸움을 뜯어말리는 것이다. 모든 종교가 말하는 사랑과 자비를 꿈꾸면서 새로운 세상을 위해 헌신해야겠다.
[이창번 천도교 종무원장] 남북 간에 호전적 발언들이 난무하고 있다. 6.25 같은 비극이 또 되풀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배급중단과 전면시장개방을 선언해 자급자족하도록 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1990년대의 대규모 아사사태가 재현되는 것이다.
이것을 외면한다면 통일됐을 때 북녘 동포들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대량아사는 막아야 한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법타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회장]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사실은 안녕하시지 못하죠. 여기에는 다 안녕하지 못하신 분들만 오신 것 같다. 저희가 평양과 사리원에 국수공장을 오래 운영해 왔는데 엠비정부 들어 쉬고 있다. 작년에 통일부에서 확실하게 국수 나눠주는 증거를 갖고 오라고 했다. 평양 가서 조선불교도연맹 사람들을 만났더니 "(남측에서) 밀가루 보낸 지가 언젠데 국수공장이 (아직도) 돌아갑니까. 벌써 고철됐습니다'라고 하더라.
부처님도 먹어야 산다, 하느님도 그럴 것이다. 밥이 하느님이고 부처님이다. 엠비 대통령님 사흘만 굶어 보세요,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인도적 지원까지 막는 것은 정치가 아니고, 민족구성원이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여십시오.
"복수 원한다면, '눈에는 눈'이 아니라 사랑으로 해야 한다"[김상복 세계복음주의 연맹 의장] 우리 국민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 사건, 서울 불바다 위협 등으로 상당한 불만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우리 정부도 천안함 사건 안보리 회부, 대북심리전 방송재개 등으로 맞서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서울과 평양이 불바다 될 수 있다. 정부 고심은 충분히 이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종교인들은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쟁대결이 아니라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사 상태인 북한 동포들은 우리의 동포다. 북한 정부의 실책으로 고통 받으면서 춘궁기에 죽어가고 있다. 그들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보내야 한다. 정치군사외교를 초월하는 인류애다. 남한정부와 국민이 그들을 끌어안아 주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원수라도 배고플 때는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줘야 하는데, 북한 동포들은 적도 원수도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북한 주민들을 끌어안아야 하고, 남한 동포들이 그들을 도와주려 할 때 막지 말아야 한다.
복수를 원한다면 '눈에는 눈으로' 식으로 하지 말고 사랑으로 해야 한다. 정치적 통일은 정부의 몫이지만 마음의 통일은 우리 국민의 몫이다.
[김성효 원불교 교무] 우리 교단의 학교 학생들이 한 끼씩 굶어서 성금을 모아왔다. 이 아이들을 보면서 제가 평양에서 만난 고아원 아이들의 눈망울과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전쟁을 치른 나라로서 지금은 세계의 어려운 나라들을 돕고 있다. 이제는 나라의 품을 넓혀야 한다. 학생들이 굶어가며 모아온 성금이 북한에 전달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 잘 사는 형제가 어려운 형제를 찾아가면 앞으로도 주고, 무안할까봐 살짝 찔러주기도 하고, 아무로 모르게 그냥 놓고 오기도 하지 않나.
인도적 지원은 모른 척 열어줘야 한다. 종교인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돕고자 하는 것은 알게 모르게 후원해 줘야 한다. 쳐부수고, 승공하고, 멸공하는 구호 속에 이 나라가 살게 됐지만, 그런 자세로는 통일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 나라가 살아갈 수가 없다.
[김훈일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대북담당] 우리가 이런 주장을 해도 정부는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을 계속할 것이고, 청와대는 인도적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에 대해서는 일부 진보적 종교인들이 남북관계 잘 모르고 저런다고 폄하할 것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죽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전쟁의 빌미가 되는 것은, 그들도 그 유가족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툭하면 불바다 말하는 북한 정부도 답답하다. 북한 정권도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강자인 우리 정부도 호전적인 북한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북한 정권이 밉다고 주민까지 우리 적이 아니다.
얼마 전 이스라엘 군인들이 국제구호선을 공격했다. 국제사회는 모두 한 목소리로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있다. 정부가 대북지원을 막는 것은 수백 척의 구호선을 격침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북정상회담이 현 상황을 가장 확실하게 풀 수 있는 방법이다. 유엔에서는 오직하면 왜 여기에 남북관계 가져오느냐고 한다. 참 창피한 일이다. 대통령께서 큰 결단을 내리셔서 평화의 길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