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군인에게 M60기관총 사용법을 교육받은 학생이 직접 사격자세를 취하고 있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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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잡은 고등학생, 거꾸로 가는 안보교육 ⓒ 권우성
80년대 교련 수업의 모습이 아니다. 21일 오후 서울 경동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안보교육' 현장이다. 국방부가 마련한 '안보교육' 행사는 6·25 전쟁 60주년을 맞아 기획 되었다. 학생들에게 6·25 전쟁에 대해 알리고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학생들은 '무기체험'의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M16 소총 방아쇠를 당겨보고는 "신기하다"며 총 주변을 떠나지 않던 윤재국(19)군은 "이 행사를 왜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국일(19)군은 "곧 전쟁 터질지도 모르니까 교육시키려고 체험하는 거 아니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왜' 하는지 모른 채 총을 접한 학생들은 단순한 '흥미'에 총을 쏴 보았다. 학생들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며 웃었고, 방독면을 쓰고 25kg 군장을 멘 친구의 모습을 찍기도 했다. K-2 소총을 쏴본 김동엽(17)군은 "게임에서 하던 것과는 달리 진동도 느껴지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폭력적인 게임을 통해 전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던 아이들에게 '무기체험'의 기회까지 준 셈이다.
이러한 '안보교육'에 대해 '전쟁없는세상' 여옥 활동가는 "이런 교육이 전쟁을 더 아무렇지 않게 여기게 해 도리어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보교육'은 없고 '무기체험'만 남은 안보교육 행사는 이날부터 일주일간 안보교육을 신청한 전국 420개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57사단 소속 김해근 중령은 이날의 체험 교육에 대해 "군과 학생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