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나,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읽었어. 올해 들어 나는 엄마가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보는 거 같아. 이 책도 엄마가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도 읽기로 마음 먹었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나 이 책을 읽는 내내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어. 안경을 닦는 그 순간에도 눈을 책에 바짝대고 쉼없이 읽었어. 마음이 아팠어. 책이 슬퍼서보다 자꾸 책 속의 엄마가 엄마랑 매치가 되서.
나 있지, 엄마가 책읽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엄마가 책 읽는 걸 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 바로 이 책을 읽고 있었지. 엄마는 상고지만 고등학교까지 나온 사람이고, 글을 못 읽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엄마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놀란 걸까. 나에게도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라서 그랬던 걸까.
엄마의 휴대폰엔 여전히 외할머니가 엄마라고 저장되어 있고 외삼촌은 오빠잖아. 난 할머니를 엄마라고 하는 건 괜찮아도 엄마가 큰외삼촌을 오빠라고 부를때면 그렇게 어색하더라.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엄마는 28살에 결혼을 했지. 응. 나 낳을 땐 일했어도 명진이 낳고는 일을 그만뒀잖아. 그때 엄마가 일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지금 엄마는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남의 집 빨래, 설거지, 변기 닦아서 나한테 용돈 주고 간식 사주는데 나는 왜 그렇게 철없이 엄마가 돈 주는 걸 당연하게 여겼을까. 불과 1~2년 사이에 엄마손이 그렇게 거칠어졌는데. 엄마 같이 살지 말라는 엄마의 말 한 귀로 흘려놓고, 엄마한테 소리나 버럭 지르고 화내는 나는 뭐가 그렇게 잘났을까....
엄마는 이 책 읽으면서 어땠어? 엄마도 할머니를 떠올리면서 울었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힘들게 일해 놓고 새벽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이유가 나와 같아? 할머니가 항상 힘들게 농사지어서 보내는 거, 이제는 못 쓰게 된 할머니다리 떠올리면서 울었어?
나는 엄마를 닮아서 눈물이 많아. 그래서 엄마가 드라마 보면서 눈물이 글썽한 이유는 하품해서라고 핑계대도 엄마가 슬픈 것을 알아. 그러니까 엄마... 울음을 감추지 않아도 돼. 내가 옆에 있을께. 나는 큰딸이잖아. 엄마를 가장 많이 닮은 엄마의 딸.
엄마. 미안해. 그리고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해.
딸내미.
덧붙이는 글 | 김나연 기자는 고등학생입니다.
2010.07.10 20:11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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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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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고 관심분야는 문화, 공연, 도서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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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집 빨래해서 용돈 주는데... 엄마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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