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에서 교통신호 대기중, 흑인 청년이 느닷없이 달려와 운전수의 동의도 없이 차 유리를 닦고 있다. 대가로 요구하는 금액은 약 50센트에서 2란드(75원~300원)
이중현
월드컵 때문에 되레 손해를 본 사람도 있어요. 루카스 누나는 전에는 경기장이 위치한 그린포인트에서 가족들이랑 같이 노점상을 했거든요. 관광객들을 상대로 목각으로 된 인형이나 상어 이빨 목걸이를 팔았지요. 그런데 그 자리에 경기장이 들어서게 되면서 경찰들이누나를 쫓아 냈어요. 월드컵 기간 중에 경기장 주변에서 노점을 하려면 FIFA에 무려 6만란드(900만 원)을 내야 한다는데 그만한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쌀이 없어 수돗물로 끼니 때울 때도 많아엄마는 제가 태어나기 전까지 시내의 대형 할인마트에서 일했어요. 임금도 1주일에 800란드(12만 원)로 마을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적은 편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출산휴가가 끝나면 엄마에게 다시 연락을 준다고 했던 할인마트는 제가 세살이 된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그 후로 엄마는 가정부며 웨이트리스, 청소부까지 백방으로 일 할 곳을 알아보고 있지만 그런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쉽지 않은가 봐요. 2010년 남아공 정부가 밝힌 공식적인 실업률은 25.2% 이고 OECD가 밝힌 대로 2005년 남아공에서 하루 생활비가 2달러 미만인 인구가 전체의 43%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사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예요.
지금 저희 가족이 얻는 유일한 생활비는 아빠가 보내주시는 돈이예요. 아빠는 저 멀리 이스트런던이라는 도시에 있는 주유소에서 일을 하고 있대요. 보름에 한 번씩300란드(약 4만5천 원)를 보내주시는데요. 세 명이서 먹을 식료품을 사기도 부족한 금액이에요. 모르는 사람들은 아프리카니까 물가가 싸지 않느냐고 묻곤 하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아요. 2009년 남아공의 빅맥 지수는 2.34달러로 한국(2.78달러)이나 미국(3.57달러)보다는 낮지만 중국(1.84달러)이나 태국(1.98달러), 필리핀(2.13달러)보다 높아요. 엄마랑 할머니는 쌀과 빵이 다 떨어지면 수돗물로 배를 채우는 경우가 부지기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