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 지방 선거에 낙선하셨지만 이전 선거와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1990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야합 한 이래 이번 선거까지 20년 동안 도합 6번을 부산에서 출마해 모두 낙선했어요. 선거라는 것은 잘 알다시피 당락이 한 표 차이라도 천당과 지옥처럼 다른 것이죠. 그런데 이번 선거는 떨어지고도 축하를 많이 받았어요. 지옥에 떨어진 사람에게 축하라니, 이상한 얘기지만, 44.6%의 득표율이 국민들에게 지역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정말 견고할 것 같은 지역주의의 벽에 균열이 생겼다고 느끼고 '아 부산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겠구나'하는 희망과 기대감이 생겨서 축하를 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출구조사결과가 나온 뒤 많은 분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꾸 웃으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떻게 떨어져도 낙선은 낙선인데 제 기분이 좋을 리는 없죠. 이기지 못해서 속상한 부산시민들도 많으시고요. 이런 상황이라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것이 솔직한 제 심정이었죠."
- 역대 부산광역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최고 득표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 진단하십니까?"이번에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와 역대 최고 득표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45%가 다 민주당과 김정길 후보 개인을 지지해서 찍은 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명박 정부 들어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독선과 독주를 하는 것에 대한 견제와 비판심리가 작용했고, 허남식 시장에 대한 실망감, 비판이 섞여 있다고 봐야 합니다. 또한 야 5당과 시민단체의 단일후보가 되었다는 것도 매우 중요하죠. 그러니 이 득표의 의미를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나 민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앞으로 민주당이 잘해라. 잘하면 표를 줄 수 있다'는 의미로 보아야겠어요."
- 노풍의 영향은 없을까요?"물론 영향이 있었다고 보아야죠. 모두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결과에 안주한다든지 고무되어선 안되고 국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민주당이 지역당이 아니라 전국정당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 전 장관께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걸어 오셨잖습니까? 하지만 노 대통령에 비해 주목을 못 받았는데요. 노 대통령에 대해 질투를 느낀 적은 없었나요?"질문이 참 재밌네요(웃음). 노 대통령하고 비슷한 것이 아니라 똑같은 길을 걸어 왔어요. 3당야합 이후에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서 똑같이 부산에 나와서 떨어지고 또 떨어지면서 서로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죠. 노 대통령이 저보다 국민적인 지지를 훨씬 많이 받았지만,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곧 저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운하거나 한 것은 없어요.
물론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는 3당야합 이후에 우리가 지역주의에 맞서 싸워온 것을 부산 시민들은 몰라주었지만 전 국민이 알아주었다는 생각에 기뻤어요. 노무현의 삶이 곧 저의 삶이고 못다한 노무현의 꿈이 곧 저의 꿈이란 생각을 요즘은 더 많이 하게 되네요."
- 장관께 지역주의란 무엇인가요?"지역주의란 용어가 좀 문제가 되는데요, 정확히 말하면 호남차별과 영남우월주의지요. 어쨌든 이것을 지역주의라 부르고 있으니까 일단 그렇게 쓰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지역주의는 과거엔 지금과 같이 심하지 않았어요. 그것이 심화된 것은 71년 대선 때부터입니다. 박정희 전대통령이 체제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호남차별을 시도하였고, 선거전략으로 영남에서 지역주의를 부추겼으며 이것이 군사정권의 집권전략이 되었지요.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통해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가 발생합니다. 나중에 3당야합으로 김영삼과 군부세력에 의해 호남포위전략이 집권전략이 되면서 이것이 우리 정치의 발목을 잡는 암종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어떤 이는 김영삼 김대중의 분열때문에 지역주의가 발생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결과적으로 그런 것이고 실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씨를 뿌리고 전두환 전대통령의 광주학살을 계기로 더욱 더 심화된 비극입니다."
- 이런 과거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니까 좀 자세히 이야기해 주시죠."제가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장이던 1971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3선개헌을 통해 대선에 출마해서 김대중 후보와 대결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호남에서도 박후보의 표가 많이 나오고 반면에 영남에서는 김 후보의 지지도 높았던 시절이었어요. 그때 인구가 많은 영남표를 박정희쪽으로 결집시키기 위해서 당시 국회의장인 이효상씨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유세를 했지요. 하와이론이라고, 호남을 비하하며 영남결집을 호소한 겁니다. 신라대통령 이야기도 그때 등장했습니다. 그 바람에 영남에서 박 후보의 표가 더 많이 나와서 박 후보가 근소한 표차로 당선될 수 있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직후 총선에서는 대구에 출마했던 이효상씨가 지역주의를 자극했다는 이유로 떨어졌어요. 그때는 영남 사람들도 지역주의에 대한 반감이 컸던 것이죠. 많은 사람들은 제가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90년 3당야합 이후로 알고 있지만, 제가 망국적인 지역주의는 안된다고 판단하고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싸운 것은 이 때부터에요. 박 대통령이 3선 개헌으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지역주의를 부추긴 것이고, 특히 영남에서 그랬습니다. 그래서 제가 당시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서 호남을 한달간 순회하면서 지역감정을 몸소 체험하고 망국적인 지역주의의 싹을 자르려고 노력했죠. 그러고 보니 제가 지역주의와 맞서 외롭게 싸워온 것이 벌써 40년이 되었네요."
- 만약 김영삼 대통령이 3당야합을 하지 않았다면 지역주의가 없었을까요?"아마 3당야합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은 많이 해소되었을 것이고, 이처럼 견고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3당야합이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호남을 고립시킨 사건이라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그 결과로 군사독재의 잔존세력을 청산하지 못했습니다. 즉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호남 대 영남 구도로 바꿔치기한 것입니다. 함께 민주화운동을 한 세력이 하루아침에 자신들을 학살한 군사독재세력과 손을 잡고 호남을 포위해버리는데 거기에 저항하지 않을 호남 사람들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또 보수언론들이 호남결집을 무슨 이익문제인 것처럼 포장해서 자꾸 때리면서 영남 사람들의 결집을 부추기고 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을 했지요.
학살당한 당사자 아닌 영남 사람들이 호남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긴 어려운데, 그걸 이해시키고 손잡고 가야 할 과거의 동지들이 등을 돌렸지 않습니까. 3당 야합이 아니었다면, 정치의 전선은 여전히 영호남 사이가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 민주화 세력과 군사독재기득권 세력 사이에 있었을 겁니다. 청산하지 못한 군사독재와도 싸우고 산업화 시대의 도시집중으로 말미암은 모순도 해결해야 하는데, 그 갈등을 영호남이 대신 싸우면서 뭉개버린 것이지요. 그러니 지역주의를 망국병이라 하는 겁니다. 정치적 역사적으로 심하게 왜곡이 일어났지요. 3당 야합은 역사적으로 큰 죄악입니다."
- 장관께서 걸어오신 길을 보면 넓고 편한 길 포기하시고 늘 거칠고 좁은 길 걸어 오셨잖아요. 본인이야 선택을 했으니 괜찮겠지만 가족들은 고통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제가 걸어온 길이 편한 길은 아니지요. 정치하는 사람이 20년 이상 선거에서 떨어지며 야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힘든 일이죠. 물론 지난 10년 동안 정부나 청와대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상당 기간을 소위 백수로 지내면서 정치적 소신을 굽히지 않고 살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야, 제가 선택해서 가는 어려운 길이지만, 선거 때마다 흑색선전에 시달리고 지역주의 때문에 미움을 받으면서 떨어지는 저를 지켜봐야 했던 집사람이나 가족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고 빚을 지는 심정입니다."
- 이번에 선거 나올 때 가족들이 뭐라고 안하셨나요?"체육회장을 마감하고 부산에서 가까운 밀양에 조그마하게 농사지으며 살아가려고 텃밭을 사놓고 최근엔 집까지 이사를 가려고 준비중이었죠. 그러다가 부산에 민주당의 후보가 없다고 해서 출마를 하게 된 것이죠. 이제 은퇴를 해서 노후를 편히 살 생각을 했던 제가 다시 정치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계기는 제 친구 노무현의 억울한 죽음이었습니다. 노대통령 서거 직후부터 많은 사람들이 부산시장에 나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처음엔 문재인 실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제 주변 사람이나 가족들은 "나와봤자 떨어질 건데 뭐하러 하느냐?"고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문실장이 오히려 저에게 권유를 하고, 소위 친노 인사들과 민주당 지도부들이 저 밖에 대안이 없다고 계속해서 저를 설득했지요. 제가 정당인으로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고 하는데 저 혼자 편하게 살겠다고 외면할 수 없어서 출마를 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가족들과 마찰이 정말 많았죠."
- 지방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패배를 했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습니다. 이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라 보이는데 장관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이번 지방선거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중간평가라고 언론이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고 저도 같은 생각을 하는데 그것을 이 대통령이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지금이라도 이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순응해서 국민이 원하지 않는 일은 안하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길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이 대통령뿐만 아니고 역대 어떤 대통령이든 국민에게 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대통령직이란 국민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라 생각한다면 국민에게 이기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지 대통령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을 섬긴다는 자세로 대통령을 해야 하고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자세를 늘 가다듬어야 하겠죠.
그런데 막상 대통령이 되면 교만해질 수도 있고 보좌진들이 잘못 보좌할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내 생각이 옳은데 국민이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겠죠. 대통령직에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고 모든 정보가 집결되는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누구라도 자칫 국민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러나, 결국 대통령이 국민을 이기겠다는 것은 역사를 이기고 시대 흐름을 거스르겠다는 것으로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진정한 대통령이라면 국민이 원하는 대로 따르고 시대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먼 역사적 관점에서 옳다고 생각 되는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럴수록 국민의 뜻을 거스르기 전에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더 필요해요. 그래서 설득이 되면 그대로 하는 것이고 안 되면 자기 생각이 좋더라도 포기하고 국민 뜻에 따라야죠."
- 장관께서는 민주정부 10년 동안 두 분의 대통령을 다 모셨지 않습니까? 두 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씀해주세요."두 대통령의 공통점이라면 역사를 의식한 대통령이었다는 점입니다. 또 남북 화해와 평화를 추구했습니다. 인권을 중요시했고, 소외계층, 서민들의 편에 서려고 했던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차이점은 김대중 대통령이 경제나 외교에 좀 더 치중을 한 반면에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분권과 복지 및 인권에 좀 더 치중한 점입니다. IMF와 911 테러 이후의 국제관계로 인한 국가의 위기를 이겨내어야 했던 국민의 정부 시절과, 몇십년에 걸친 성장위주 정책의 결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유동성이 악화되던 시기인 참여정부 시절의 차이가 두 분의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봐야겠지요."
- 현재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으로 나눠져 있는 것에 대해 장관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국민이 보기에 두 정당은 하나의 뿌리로 보입니다. 차이가 크지 않아요. 따라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으로 분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당장 하나가 안 되더라도 선거연합, 정책연합 등을 통해 단일화를 해나가다가 언젠가는 통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 경험이나 정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두고 보더라도 양당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진보정당은?"물론 진보정당은 있을 수 있습니다. 진보정당이란 현실을 넘어선 꿈을 이루고자 하는 대안적 성격이 많지 않습니까. 그러니 진보정당의 존재 자체는 가능하고 때로 바람직하기도 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큰 줄기는 역시 여당과 제1야당의 양당제가 좋고, 적어도 노 대통령 모시던 사람들이 민주당과 참여당으로 나눠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진보정당들도 자신들이 집권세력이 되길 원하는데 그것은 불가능 하다고 보시나요?"지금 당장은 진보정당의 집권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죠. 저는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양당체제로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한나라당은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 생각합니다. 군사정권의 후예라고 보는 것이 맞는 시각이죠. 진보정당의 집권도 언젠가는 가능하다고 봐요. 그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진보정당 하시는 분들이 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 장관께서는 민주당의 색깔이 뭐라 생각하시나요? "민주당의 색깔은 민주화, 스펙트럼은 보수에서 진보까지 다 아우르는 정당입니다. 이렇게 스펙트럼이 넓은 이유는 우리나라 양당이 다른 나라들처럼 이념과 정책의 차이가 아니라 지역적 차이로 갈라져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요즘 민주당의 정체성이 애매하다는 말이 부쩍 많이 나옵니다. 저도 비슷하게 생각하는데, 그것은 시대정신이 변화하고 국민의 요구가 진보하는 데 민주당이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이제는 더 이상 민주화 시절의 정치담론으로는 안된다는 이야기 아닐까요. 국민이 민주당에 요구하는 것은 개발독재 시절의 성장주의 삽질경제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람중심의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아가게 할 제대로 된 정치사상입니다."
- 국민이 보기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차이를 못 느끼고 단지 집권이냐 아니냐 그 차이인 것 같은데."둘 다 보수정당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정책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말씀하신대로 하나는 집권당이고 하나는 아니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굳이 차이를 찾는다면 민주당은 뿌리가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 전통을 가진 정당이고, 한나라당은 군사정권의 후예라는 차이가 있죠."
- 지방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는 맞지만 민주당만의 승리라 하기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하는 것을 보면 민주당이 잘해서 승리한 것 같은 오만을 부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장관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저도 전적으로 같은 생각입니다. 이대통령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거스르는 것이나 민주당이 이번 선거결과를 이명박 정부의 견제나 심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민주당이 잘했다는 자만과 오만에 빠지는 것이나 다 국민들은 용서하지 않습니다. 만일 민주당이 자만과 오만에 빠진다면 당장 다가오는 7.28 재보선에서 국민들은 민주당을 심판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서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당이 지역당이 아니라 전국정당이 되는 길이기도 하지요. 현재 많은 사람들 특히 영남에서는 민주당을 호남당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그것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 아닌가요?"그렇죠. 한나라당도 어떻게 보면 지역당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지역당적인 정당구조를 바꾸어야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들 있지 않습니까.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2012년 정권을 되찾아 오려면 지역당의 한계를 극복해야 합니다.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먼저 그래야 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민주당 지도부가 기득권을 버려야 한단 것이죠. 이것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가려고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민주화라는 정체성 다음의 비전을 찾아야 하는데, 오히려 지역주의라는 퇴행적 바탕 위에 안주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현재 민주당이 8월말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쇄신파들은 쇄신 운동을 벌이고 있고, 당권파들은 거기에 대응하고 있습니다만, 이 두 가지가 다 순수성이 있어야 되는데 어떻게 보면 당내 권력다툼 같아서 한발 물러서 있는 제 입장에서 보면 안타깝습니다."
- 지방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민주진보개혁 진영의 연대를 요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에 연대 중요성은 더 커진 것 같은데요. 장관께서는 이런 연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통합이 안 되면 야권 연대를 통해서 후보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에서는 광역단위 선거에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민단체와 야5당이 연대했는데 선거후에도 계속 연대를 유지해 가려고 합니다. 이런 연대의 틀이 전국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들 기득권에서 조금씩 양보해서 함께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습니다. 한나라당이 전보다는 약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이런 연대는 최소한 2012년까지는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연대의 가장 큰 전제조건은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저도 동감합니다. 그러나 각 당이 다 제각기 욕심만 부리고 주장만 하면 연대는 안 되는 것이지요. 우선 가장 큰 당인 민주당이 먼저 기득권을 버리고 자기를 양보해서 연대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다른 당도 제1야당으로서의 민주당의 역할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지방 선거에서도 여전히 한나라당은 북풍을 일으키려고 했었잖아요, 그걸 보면서 드는 생각이 과연 북한이 없다면 한나라당은 어떻게 정치를 할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관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한나라당은 이번에도 북풍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고 여겨질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정치 수준을 낮게 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번 정부여당의 북풍 거짓말에 속았기 때문에, 일부 속아 넘어가는 국민도 여전히 있지만 이제는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만약 북한이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국민을 호도하려 하겠죠."
- 북풍의 효력은 끝난 것일까요?"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만 놓고 본다면 북풍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하나의 교훈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남북관계를 악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북한이 존재하는 한은 자기들이 유리하다고 생각되면 하겠죠."
- 앞으로 꿈이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부산에서 구의회는 3분의 1정도가 야당이 되어서 견제세력이 있지만 시의회는 민주당 비례대표 2명밖에 없어 견제 세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전례없는 45%의 득표를 하게 해주신 부산시민의 뜻에 따라 부산시정에 대한 야당의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선거 때 공약했던 것들이, 특히 개발과 토목, 건설 중심의 정책대신 사람 중심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 문화, 정치, 복지가 도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시의 정책이 바뀌어야 하고 시민들이 낸 세금도 그 사람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니 부산에서 우리가 낸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감시 감독하고 정부나 부산시정이 시민의 바람대로 갈 수 있도록 지켜보는 일을 해야 하겠습니다.
또 부산 시,구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는데 뒷받침도 해야 합니다. 그밖에도 구상하고 있는 것들은, 없이 사는 서민들이 법률상의 문제라든지 세무상의 문제가 생겨도 변호사나 세무사를 찾아가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무료 변론이나 무료 세무 상담을 해주는 일을 민주당 부산시당과 야5당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시민들의 인권이 침해 받지 않도록 하고 서민들의 생활을 보살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과 부산시민께 한말씀 해주세요."우선 늦게 선거를 시작했지만 부산시민들이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또 우리 국민들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 많은 힘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에게 걸었던 기대가 어긋나지 않도록, 그리고 우리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어긋나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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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길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양당체제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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