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이론 제공... 4대강 사업 앞날은?

[인물탐구] MB노믹스 전도사,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내정자

등록 2010.07.14 11:51수정 2010.07.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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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내정자.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내정자.국세청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내정자. ⓒ 국세청

그의 이름 앞엔 항상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 'MB노믹스의 전도사' 등이다.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내정자(54). 물론 이 대통령의 몇 안 되는 최측근 인사다.

 

백 내정자는 학자 출신이다. 현 정권 출범 초기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에서 활동했다. 이후 MB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냈고, 작년 7월 국세청장으로 임명됐다.

 

두 기관에서 보낸 시간은 각각 1년 2개월과 1년이었다. '친기업적' 성향의 현 정부에서 기업의 부당거래나 탈세 등을 엄중히 단속, 처벌하는 경제검찰의 수장이었다. 그는 이를 두고 자신의 '업보(業報)'라고 했다. 기자에게 "내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나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항상 베풀어야지'라는 생각을 가슴에 담고 산다"고도 했다.

 

스스로 '업(業, 불교에서 인과응보를 만드는 일을 일컫는다)'을 쌓고 있다는 그의 세 번째 무대는 청와대다.

 

이번에도 그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난 공정위원장 시절 금융위기 속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와도 불공정 거래에 대한 단속과 조사는 계속됐다. 전직 청장들의 잇단 비리로 국민적 신뢰가 땅에 떨어진 국세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텅 빈 국세청장 사무실 "권력은 유한... 조기 레임덕은 국민에게도 좋지 않아"

 

지난 3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이곳에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국세청장에 취임한 지 8개월째였다. 청장 집무실의 대형 서랍장이나 책상 위는 깨끗했다. 컴퓨터 이외에 책이나 서류 한 장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 어디 움직일 준비를 하느냐'고 건너 물었더니,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공정위원장 시절에도 책이나 서류 같은 것을 두지 않았고, 원래 들어올 때 아무것도 들고 오지도 않았으니까 나갈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당시 관가 주변에선 백 청장이 6월 지방선거 이후, 늦어도 올해말 요직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그는 "내가 이 자리(국세청장)를 일찍 비워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흘리고 다니는 모양"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지난 6월 집권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로 국정 쇄신 요구가 쏟아졌다. 게다가 청와대 일부 인사와 특정 사조직의 권력 남용 사례가 불거지고, 여당과 청와대 사이의 권력투쟁 양상까지 번졌다. 국민들의 현 정권에 대한 시선은 차갑다 못해, 얼음장이 돼 버렸다.

 

백 내정자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지방선거 이후 현 정부의 힘이 자칫 빠질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는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있다"면서 "권력을 잡고, 휘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이미 늦고, 결국엔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권력이라는 것이 결코 계속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닌, 유한하다는 것도 안다"고 기자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또 정권의 조기 레임덕에 대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했다. 백 내정자는 "우리 같은 대통령제 나라에서 5년이라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레임덕은 어느 정권에나 있기 마련"이라며 "그럼에도 레임덕이 빨리 오는 것은 국민이나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대운하 이론적 토대 제공... 4대강 사업은 찬성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내정자. 작년 7월 국세청장 취임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내정자. 작년 7월 국세청장 취임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국세청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내정자. 작년 7월 국세청장 취임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 국세청

서울 국세청장 집무실 책상 뒤편으로 청와대가 그대로 내다보인다. 최근 청와대 등의 권력투쟁 양상에 대해, 그는 "비 온 뒤에 땅은 더 굳어진다"라는 원론적인 말로 대신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복잡할 것 같다.

 

집권 후반기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그동안의 국정 과제를 점검하고, 향후 주요 정책을 잘 마무리해야 하는 숙제를 그는 안고 있다. 청와대나 정부 여당의 도움 뿐 아니라 야당의 협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정치구도가 그에겐 결코 유리하지 않다.

 

따라서 그가 어떻게 이같은 상황을 극복해 나갈 것인지도 두고 볼 필요가 있다. 백 내정자의 경우 온건하고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로 평가받아왔다. 과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집행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시민사회와도 인연이 있다. 나름대로 반대편의 목소리도 듣는 열린 자세가 그의 강점이라는 평가도 있다.

 

백 내정자도 "정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최소화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정책 추진과정에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유연한 사고로 소통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4대강 사업'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가 큰 관심거리다. 백 내정자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에 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아 경부운하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연구를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 대선 당시 선거법 위반 여부를 두고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마디로 '대운하 사업'의 경제적,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인물 중의 한명이다.

 

4대강 사업은 지방선거 이후 야당을 비롯해 경남 등 야권 출신 자치단체장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로 사업 추진의 동력이 상당히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백 내정자 역시 4대강 사업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유연한 사고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백용호 정책실장 내정자. 위기에 빠진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에 어떻게 반대진영과 소통하며 갈등을 최소화해 나갈지, 그의 세 번째 도전이 관심거리다.

2010.07.14 11:51ⓒ 2010 OhmyNews
#백용호 #국세청 #청와대 정책실장 #엠비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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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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