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
김상기
#안도현
대중성과 문학성을 골고루 겸비한 자타공인 국내 대표 시인 안도현(49). 소월시문학상(1998), 이수문학상(2005), 윤동주문학상(2007), 백석문학상(2009) 등을 수상했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등의 시집이 있다. 또한 동시집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과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다수 발표했다.
"지금까지 발표한 1000여 편의 시 중 그 어떤 시도 첫줄부터 끝줄까지 한 번에 쓴 적이 없습니다. 정말 많이 고치고 고칩니다. 최소 50번 이상은 고쳐야 시가 한 편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재능을 타고 난 시인이 있을 수도 있으나, 적어도 난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안도현은 '관찰'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시인의 관찰은 과학자의 관찰 이상이어야 합니다. 시인은 사실 너머의 것까지 다뤄야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15년 전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를 쓸 때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어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때 글을 쓰면서 연어 관련 사진집이나 영상물은 거의 다 찾아서 봤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자료를 구했죠. 연어 관련 논문들도 거의 다 읽었고, 집에서 송사리를 키우며 물고기들의 습성이나 행동 양식을 관찰하기도 했죠. 그런 과정이 있은 후에야 연어라는 책 한권이 나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관찰은 그만큼 중요해요."
시가 생겨나고, 시가 있어야 할 자리에 대해서도 나름의 언어로 풀어냈다.
"시는 하느님과 창녀 사이에, 골방과 광장 사이에, 망원경과 현미경 사이에, 손끝과 가슴 사이에, 묘사와 고백 사이에 있어야 합니다. 시인은 성스럽지만 속되고, 개인적이면서 사회적이고, 거시적이고 미시적이며, 진정성의 문제, 허구와 실제의 문제 등에 직면해서 그 수위를 잘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저는 술도 좋아하지만 술 마시며 시 쓴 적이 없고, 숙취가 남아 있을 때 시를 쓴 적도 없습니다. 시는 시만 보고, 시만 생각하고, 시만 쓰게 되는 그런 절대적인 혼자만의 시간을 요구합니다. 그럴 때 좋은 시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