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토론회 1부에서는 언론노조가 제작한 영상물 '언론악법 불법 날치기 현장, 그 날을 잊지 않는다'가 상영되었다
김혜림
그러나 서복경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미디어법 통과 목적을 장기집권 의도로만 보는 데는 문제가 있다. 그들은 현재의 미디어가 너무 진보 진영으로 구부러져 있다고 생각해 이를 되돌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선악의 이분법 구조는 당면한 미디어법 저지에 있어선 유용하지만 내용이나 설득의 논리가 부족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인까지도 자리를 잃는 현 시점에서 '장기집권' 같은 20년 전의 언어나 안티담론을 사용하기보다 미디어의 공정성을 어떻게 설정할지 선제적 논의를 주도해 나가는 것이 (민주당이) 정치적 주도성을 가질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이다"라고 설명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도, "한나라당이 얼핏 보면 정책 추진에 우물쭈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노련하게 얻을 건 다 얻었다"며 "한나라당은 어쨌든 미디어에 자기들 플레이어를 진입시키고 애매한 종편정책으로 신문과 방송의 적극적 줄 세우기라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민주당을 질책하지 않을 수가 없다. 민주당이 정책 진전을 막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간접광고 도입이나 수신료 문제가 떠올랐다. 국민들이 의사 표현할 언로가 막히고 언론이 정부 여당에 적극적으로 줄을 설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날을 세웠다.
김보협 <한겨레> 전 노조위원장은 "당면 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통과 당시 나타난 법리적 문제를 두고 계속 싸울지, 아니면 일단 통과된 상황에서 최악의 진행을 막기 위해 싸울지 선택해서 대열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로 문제의식을 구체화시켰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통해 논의의 층위가 미디어법의 통과 절차 상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책이 최악으로 이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구체적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로 옮겨가게 됐다.
이에 대해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언론법을 둘러싼 전선은 민주 대 반민주 싸움이지 콘텐츠를 만들어 시장을 넓히느냐 축소하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본질적 핵심은 자유 언론이냐 왜곡 언론이냐 하는 거지 (법이 통과된) 현 단계에서 구체적 대안 논의 방식으로 들어서면 한나라당의 전략에 말려드는 꼴이 될 거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근행 문화방송 노조위원장은 "오늘의 자리는 후일담, 회고담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는 말로 현행 언론 문제 관련 대응에 소극적인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는 "YTN, KBS, MBC가 언론 독립성, 공공성 훼손 문제를 현재진행형으로 안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법리의 뒤에 숨어 투쟁을 안하고 있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이 권한쟁의심판 등을 진행시켰지만 미디어법 투쟁을 왜 했고, 앞으로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투쟁 모멘텀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통과된 것을 되돌릴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리로 할 수 없으면 정치 투쟁을 해야 한다. 사학법 재개정을 이끌어낸 박근혜 의원을 본받을 수 없나. 정당이라면 정치적 이슈를 주도해 (법을 뛰어넘는) 정치적 상황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