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없는 ARF성명...'천안함외교' 대중관계 악화만 남기고 종결

오히려 '6자회담 복귀' 권고하는 의장성명 채택

등록 2010.07.25 11:17수정 2010.07.2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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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장관들은 2010년 3월 26일의 공격으로 초래된 대한민국 함정 천안함의 침몰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였다. 장관들은 대한민국 정부에 이 사건에 따른 인명 손실에 대해 애도를 표하였다. 장관들은 한반도와 지역 평화ㆍ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관련 당사자들이 모든 분쟁을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장관들은 2010년 7월 9일자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9. 장관들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였고 당사자들의 6자회담의 복귀할 것을 권고하였다. 또한, 장관들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제17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24일 베트남 하노이 외교장관회의에서 채택한 전체 50항의 의장성명중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한반도 관련 조항이다.

 

천안함 사건을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대 북한과 중국이 맞선 상황에서 양측의 의견을 정치적으로 절충했지만, 한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을 천안함 공격주체로 명시하지 못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보다 후퇴했다.

 

당시 정부는 안보리 의장성명 7항, "이에 따라(therefore),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attack)을 규탄한다(condemn)"을 핵심적인 성과로 꼽았었다. 북한을 주체로 명시하지는 못했으나 천안함이 '공격'받았으며, 이에 대해 '규탄'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ARF의장성명 8항은 공격주체를 명시하지 못한 것은 물론, '공격'은 들어가 있지만, '규탄'은 빠졌다. 전날인 23일 <연합뉴스>가 초안을 입수했다며 '공격'이 빠져 있다고 보도한 것에 비쳐보면, 막판에 한국과 미국이 적극적으로 이 표현을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안보리 '개탄' 표현 '깊은 우려'로 낮춰...한미가 거부한 '6자회담 재개'촉구

 

또 안보리 의장성명이 "…46명의 인명 손실을 초래한 공격을 개탄한다(deplore)"는 표현을 쓴 데 비해, 이번 성명은 "깊은 우려(deep concern)"로 그 수위가 낮아졌다.

 

더불어 정부가 "한국 입장이 7:3의 비율로 반영돼 있다"고 강조하는, 안보리 의장성명 에 대한 '지지'(9항)가 표명되기는 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이 적시되지 않아, '각자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놨다. 북한은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해 자신들의 '외교적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 재확인'(9항)과, 북한의 핵실험 등에 대한 유엔 대북제재결의안 1718호와  874호를 반영한  '장관들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의 중요성 강조'(9항)는 한국의 의견을 반명한 것이지만, 동시에 같은 항에서 "당사자들의 6자회담의 복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안보리 의장성명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10항)는 간접적인 표현을 쓴 데 비해, 직접적으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21일 한국과 미국이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지금은 출구전략을 검토할 때가 아니"라며 '6자회담 재개'를 거부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반면 북한과 중국은 안보리 의장성명 직후 '6자회담 재개'를 요구했었다.

 

북한의 ARF대표단은 의장성명에 만족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교도(共同)통신은 24일 하노이발로, 북한 대표단의 일원인 외무성 관리가 의장 성명의 천안함 관련 부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이 예상되자 "회의 내용을 균형있게 사실에 맞게 정리하는 것", "ARF 의장 성명은 별로 가치가 없다"(23일 정부 고위당국자)고 의미를 낮추기도 했고, ARF의장국인 베트남과 북한이 전통적 우방국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천안함 외교의 주무대 중 하나로 ARF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미 정부는 2008년과 2009년에도 한반도이슈를 ARF로 끌고왔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었다. 2008년에는 의장성명에 '금강산 피격사건'을 넣으려다 북한이 '10·4 남북정상선언'병기를 요구하고 나서 두 문구 모두 의장성명에 포함됐다가 최종적으로는 삭제하는 망신을 당했다. 2009년에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이 ARF참가국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 '일부국가'로 한정되고,  반면 북한의 반론은 그대로 담겼다.

 

'북한이 공격' 명시로 국제제재 추진하려던 계획 실패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이어 이번 ARF의장성명으로 정부의 천안함 외교는 큰 매듭을 지었다. 그러나  북한을 '천안함 공격주체'로 명시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끌어내려던 애초 목표는 이루지 못한 채 미국과만 공조하는 추가 대북금융제재로 국한되고 말았다. 안보리와 ARF가 단일안 합의가 아니라 정치적 절충으로 끝나면서, 북한이 미국의 추가금융제재에 대해 "안보리 성명 위반"이라고 반발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놨다.

 

또 G2시대의 한 축이며 한국의 최대교역국이자 무역흑자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크게 악화돼 후폭풍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는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가 맞서는 신냉전 기류의 확산으로 연결되고 있다. 또,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전폭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지원하고 나선 미국에 대해서도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외교적 조치가 일단락되자,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군사적 조치의 일환으로  25일부터 동해에서는 대규모 한미훈련이 시작됐다. 북한의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는 24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 훈련을 "사상 최대규모의 핵전쟁연습소동"이라고 규정하면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이 의도적으로 정세를 전쟁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는데 대응하여 필요한 임의의 시기에 핵억제력에 기초한 우리 식의 보복성전을 개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서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2010.07.25 11:17ⓒ 2010 OhmyNews
#ARF의장성명 #천안함 외교 #유엔 안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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