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전 이정주 아이쿱(iCOOP)생협연합회 이사장이 양천생협 신정점 매장을 기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선대식
지난 7월 23일 오전 서울 양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 신정점 매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 두 번 놀랐다. 먼저 매장에 유기농산물 정도만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스크림·라면·과자 등 가공식품뿐 아니라 유기농 순면 의류도 보였다. '친환경 마크'가 선명했다.
두 번째 놀란 것은 가격이다. 조합원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파는 친환경 식품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생협 조합원은 매장에서 2800원만 내면 유기농 두부 420g 제품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에서 같은 돈을 내면 살 수 있는 대기업 브랜드 두부의 용량은 340g이다.
이렇다보니, 191㎡(58평) 규모의 생협 매장은 종일 조합원들로 분주했다. 이정주 아이쿱(iCOOP)생협연합회 이사장은 "불과 50m 떨어진 곳에 매장규모가 1.5배인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들어섰지만, 큰 타격은 없다"고 말했다.
가격 싸고 질 좋은 생협 매장... 조합원 숫자도 빠른 성장세"대형마트에 굳이 갈 필요가 있나요? 집 근처에서 친환경 먹을거리를 싸게 살 수 있는데."일주일에 두세 차례 생협 매장에서 장을 본다는 조합원 강은혜(47)씨의 말이다. 장바구니에는 우리 밀, 상추, 마요네즈 등이 담겼다. "제품 가격이 비싸서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형마트에 가면 필요 없는 것까지 한꺼번에 살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강씨는 "대형마트와 비교해 싼 게 많다"고 말했다. 조합원은 일반 가격보다 평균 15~20% 싸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협에 가입할 때 내는 조합원 출자금(탈퇴할 때 돌려받음)에 매월 1만3000원만 내면, 양천생협 조합원 자격이 유지된다.
인근 기업형 슈퍼마켓과 몇 개 제품의 가격을 비교해보니, 생협 매장이 더 쌌다. 이곳에서는 2만5000원이면 친환경 쌀 10kg를 살 수 있지만, 기업형 슈퍼마켓에서는 친환경 쌀 8kg을 2만9800원에 팔았다. 양천생협 신정점 매니저 김영규씨는 "대형마트나 대기업 브랜드 제품이 얼마나 폭리를 취하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주 이사장은 "양천생협에서만 1000개가 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A마크를 도입해 식품의 신뢰도와 안정성을 대기업 제품보다 더 높였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A마크를 통해 친환경 식품의 생산이력, 유통, 가공처리 과정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역에서 신뢰를 쌓은 양천생협에 대한 입소문이 널리 퍼지고 있다. 현재 조합원 2600명이 이곳 생협 매장을 이용하고 있고, 매달 50명씩 조합원이 늘고 있다. 월 매출은 2억3천만 원에 달한다. 조합원 박영수(35)씨는 "가격이나 제품의 질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며 "주위에 생협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고, 다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통 장악한 대형마트, '걸음마' 생협... 가야 할 길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