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 광명7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정동현(62)씨는 "인근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쪽에 '영업시간과 판매품목을 줄여 같이 살자'고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했다.
선대식
이날 오전 광명7동 한적한 주택가의 기업형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광명점(면적 214㎡)은 많은 손님들로 떠들썩했다. '1+1 추가증정', '초특가상품', '50% 할인'이라고 쓰인 알림판이 매장 곳곳에 붙었다. 주부들의 장바구니엔 상품이 가득 담겼다.
반면, 이곳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59㎡ 규모의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정동현(62)씨는 한숨만 내쉬었다. 가게는 조용했다. 가끔씩 아이들이 찾아와 아이스크림을 사갔다. 정씨는 "음료수는 일주일 전에 들였지만, 1개도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퀭한 눈의 정씨는 피곤해보였다. 그는 "새벽 2시까지 장사를 하기 때문"이라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밤 11시까지 영업을 하니, 조금이라도 매출을 올리려면 더 늦게까지 가게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가게 문은 정씨의 부인이 오전 6시 30분에 열고, 낮에는 정씨의 둘째 딸이 가게 운영을 돕는다. 하지만 정씨 가족 손에 들어오는 돈은 얼마 안 된다.
정씨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들어선 후, 80만 원이던 하루 매출이 40만 원으로 반토막 났다, '영업시간과 판매 품목만이라도 줄여 같이 살자'고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라며 "단골손님들도 '미안하다'면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로 간다, 더 싸고 배달도 해주니 경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더 화가 나는 것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몰래 개점했다는 사실이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5월 2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기존 가게의 간판을 바꿔 달더니, 이튿날 오전 7시께 기습 개점했다. 정씨는 "사업조정신청제도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변 상권 망하는 일만 남았다"고 씁쓸해했다.
2년 전에 이마트 메트로의 기습 개점으로 큰 피해를 봤던 광명시장 상인들은 이미 체념한 상태다. 이곳에서 10년째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신윤철(50)씨는 "매출이 40% 하락했지만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시장은 조금씩 죽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쇠퇴하는 재래시장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마트 메트로에서 만난 이인선(52)씨는 "재래시장보다 가격이 더 싸고, 시원한 이마트를 찾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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