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다이어트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 되자 난 낙지로 허기를 채웠다.
조찬현
방법은 이렇다. 모든 음식을 섭취할 때 젓가락만 사용하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았다. 우선 젓가락 다이어트를 하면 국물을 먹을 수 없다. 건더기가 별로 없는 설렁탕, 해장국은 손을 대기가 쉽지 않다. 살이 찌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물을 너무 좋아한다. 나도 건더기는 남기더라도 국물은 남김 없이 먹는 스타일이었다. 흔히 인스턴트 음식이라고 하면 조리시간이 짧은 햄버거, 피자를 생각하는데 국물로 말아먹어 먹는 시간이 짧은 설렁탕, 해장국도 여기에 해당한다는 어느 의사의 주장도 생각났다.
젓가락만 쓰니 밥을 천천히 먹을 수밖에 없다. 숟가락으로 빛의 속도로 퍼먹던 그런 식사는 꿈꿀 수도 없다. 아무래도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숟가락보다 음식을 천천히 섭취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젓가락 다이어트는 음식을 먹는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젓가락 다이어트와 함께 반식 다이어트(밥을 반만 먹는 것), 그리고 육류, 라면 등을 끊어 버리는 초강수도 두었다. 주위에서는 나의 초강수가 3일을 못 넘길 것이라고 비웃었다.
드디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우선 젓가락으로만 먹다 보니, 음식 먹는 속도가 엄청 느려졌다. 국물을 먹지 않으니 점심 식사부터 괴로워졌다. 식당에 앉아 젓가락으로 찌개 건더기를 먹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집에서도 찌개는 손도 대지 않았다. 밥 양도 반으로 줄였다. 아내부터 놀라는 눈치다.
배고플 때마다 물을 마시게 되니 하루에 3리터 넘게 물을 마시고 있다. 화장실은 하루에 열 번도 더 간다. 술자리는 피할 수 없으니 가능한 기름기가 없는 안주를 먹는다. 튀긴 안주, 육류 등은 먹지 않고, 가능하면 해물류 중심으로 선택한다. 살을 빼기 시작하니 술도 같이 약해진다. '두주불사'를 외쳤던 나의 몸은 밤 11시만 되면 집으로 가고 싶어진다.
더욱 괴로운 것은 거의 24시간 배가 고팠다는 점이다. 어지러움 증상도 동반되고 있었다. 배가 고파 견딜 수 없을 때는 저녁 식사로 낙지를 먹었다. 쓰러져 있는 소도 세운다는 낙지는 다이어트로 지치기 쉬운 몸을 견디게 해주었다. 거리에 낙지 간판만 보이면 들어가고 싶어졌다.
최대의 난적 월드컵, 치킨 두조각에 죄책감 '부들부들'그렇게 생활은 조금씩 변해갔다. 주위 사람들은 나를 배려해 고깃집을 가지 않았다. 배고픈 것도 2주가 지나가니 서서히 견딜 만했다. 무엇보다 주위에서 서서히 반응이 오고 있었다.
"요즘 무슨 일 있어요? 살 빠졌네." 다이어트 기간 동안 이 말이 유일한 기쁨이었다. 이렇게 3주를 버텼다.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학생의 심정으로 체중계에 올라갔다. 숫자는 요동치고 있었다. 떨렸다. 질끈 감은 눈을 떠보았다. '84kg'이라는 숫자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성과는 나타나고 있었다. 옷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드시 이번 가을에는 피팅된 셔츠와 양복을 사 입을 각오를 하고 또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면서 다이어트는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체력이 쉽게 바닥이 났고, 음식의 유혹은 나를 괴롭힌다. 꿈에서도 설렁탕이 나타났다.
특히 국물을 먹지 않고 식사를 하는 것이 괴로웠다. 우리나라에 국물로 만든 음식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몸은 점점 괴롭다. 하지만 주위에서 반응은 좋아지고 있었다. 허리띠 칸도 점점 좁혀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최대의 난적 '월드컵'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독하게 월드컵 기간 동안 사람들과 경기를 같이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