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은사 문화재관람료, 매해 여름마다 논란

지리산 등산객들 불만 "사실상 통행세"... 천은사 "대안 모색중"

등록 2010.08.10 17:47수정 2010.08.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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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성삼재를 관통하는 861번 지방도는 이래저래 말이 많다. 지난 군사정권 시절에 군사용 도로로 강제 개설하였다가 확포장한 도로이다. 더구나 군사용일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관광용으로 개방을 하면서부터 개방에 찬성과 반대의 문제로 시끄러웠다. 하지만 개방이 되자 반대론자들은 가끔 목소리만 낼 뿐 그럭저럭 지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국립공원입장료를 폐지하면서 다시 시작되었다. 국립공원입장료 1600원에 문화재관람료 1600원을 함께 받았던 곳에서 국립공원입장료가 폐지되자 국립공원내에 있는 일부 사찰들이 기존의 매표소에서 그대로 문화재관람료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매표소의 위치를 조금 바꾸는 것이 사찰측의 수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마치 현대판 산적이 되어 길을 막고 통행료를 받는 형국이 되었다.

 861번 지방도에 설치된 매표소. 이곳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내야만 861번 도로를 이용해 노고단을 오를 수 있다.
861번 지방도에 설치된 매표소. 이곳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내야만 861번 도로를 이용해 노고단을 오를 수 있다. 오마이뉴스 성하훈

구례방면에서 노고단을 오르는 861번 지방도로에 조계종 19교구인 천은사가 그 핵심에 있다. 이상하게도 노고단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으면서 올라가는 길목에서는 건장한 청년들이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온몸으로 차량을 막으며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하여 지역을 찾은 관광객들의 불편은 물론, 불교에 대한 혐오감까지 생겨도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군청 관계자들까지도 이해를 부탁한다고 사정을 할 정도이다.

조계종에 문의한 결과 사찰에서 "문화재 관람료의 명목으로 입장료를 받는 곳이 약 60여 곳"이 있으며, 이들의 "총 수입은 약 300억 원 가량 되며, 각 사찰의 수입에서 17%는 사찰분담금, 30%는 유지 비용, 50%는 기타 경상비로 쓰인다"고 말했다. 그리고 천은사 종무원에 문의한 결과 천은사의 경우 "문화재관람료 수입은 연간 3억~4억원 가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계종과 천은사 양측은 구체적인 자료나 근거 등을 밝히기는 꺼려했다.

한편 문화재청에 담당자에 의하면 "보물 등의 문홰재는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해당 기관에서 보수의 필요가 있을 경우 신청을 받아 전체 비용의 약 40% 가량을 지원해 주며, 그 외 나머지 비용은 문화재 관람료 등에서 충당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수 등의 문제는 해마다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에 관람료 등의 수입은 기타 인건비 등으로 집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조계종의 말대로 전체 수입 300억 원 가운데 30% 가량을 해마다 문화재 관리 및 유지 비용으로 사용한다고 하여도 나머지 200억 원 가량을 비용을 국민의 원성을 들으며 챙기고 있는 셈이 된다. 특히나 구례군에 위치한 천은사의 경우 국도로 지정된 도로에서 건장한 청년들이 서너명씩 지키고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 이를 본 일부 국민들은 천은사를 '천원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례군 건설과 담당자에 의하면 "천은사 소유의 토지를 매입을 하지 않은 채 도로를 개설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알려 주었다. 특히 "천은사 측에서는 도로의 유지 관리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구례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려둔 공지 팝업입니다.
구례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려둔 공지 팝업입니다. 구례군청

구례경찰서 광의파출소에 의하면 "천은사 입구 문화재 관람료 문제로 인하여 해마다 수십여 건의 민원이 생기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역의 일부 시민단체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천은사에서는 업무방해로 고소를 하고, 관광객은 교통방해로 고소를 하기도 한다"며, "실제 그런 상황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요금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하는 차량을 몸으로 막는 과정에서 교통사고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이 생긴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지리산 국립공원으로 포함되어 있는 천은사 소유의 땅입니다. 참으로 대단한 부자입니다. 그리고 도로 곁에 있는 문화재를 보지 않고 지날 수 없다는 이유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노고단에서 내려오는 길에서는 문화재를 아무리 봐도 관람료를 달라는 말 한마디 없습니다. 심지어 천은사 경내로 들어가도 무료입니다.
지리산 국립공원으로 포함되어 있는 천은사 소유의 땅입니다. 참으로 대단한 부자입니다. 그리고 도로 곁에 있는 문화재를 보지 않고 지날 수 없다는 이유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노고단에서 내려오는 길에서는 문화재를 아무리 봐도 관람료를 달라는 말 한마디 없습니다. 심지어 천은사 경내로 들어가도 무료입니다. 천은사

천은사 측은 홈페이지(http://www.choneunsa.org)를 통해 사찰 소유의 땅임을 알리는 동시에 관람료를 받는 것에 대하여 문화재 관람을 하지 않는 사람도 천은사를 비롯하여 암자 등이 도로 옆에 있기 때문에 볼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이유로 관람료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천은사 측은 구례군민들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무료로 통과 시켜 주거나 뱀사골이나 달궁 등 남원지역 주민들에게는 천은사 주지 도장이 찍힌 통행증을 나눠주는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바람에 오히려 원칙과 형평성의 어긋나는 형국이다.

 돈 내기 싫으면 돌아가라는 표지판입니다. 하지만 하동, 구례, 순천 등에서 노고단을 가려면 천은사 구간을 지나는 861번 길이 빠릅니다.
돈 내기 싫으면 돌아가라는 표지판입니다. 하지만 하동, 구례, 순천 등에서 노고단을 가려면 천은사 구간을 지나는 861번 길이 빠릅니다. 천은사

지리산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이원규 시인은 '지리산 천은사 문화재 관람료인가 통행세인가'라는 글을 통해 "천은사는 시암재에도 매표소를 설치해 쌍방향 모든 관광객들에게 관람료를 받아 '무단점거 혹은 통행세'라는 평판을 감수하면서 형평성이라도 유지하든지, 아니면 정부가 861번 지방도를 패쇄해 지리산을 보전하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2007년 시민단체들이 관람하지 않는 통행객에게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며 천은사 측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고, 이에 다시 광주고검에 항고했지만 검찰은 2008년 2월 이 항고를 기각했다. 시민단체는 다시 대검에 재항고했고, 대검은 최종적으로 2009년 4월 '지리산 천은사 일대 문화재 관람료 징수는 합법한 행위'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천은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법적인 근거인 문화재보호법 제44조 1항은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 보유자 또는 관리단체는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찬성 의견도 많다. 개인 소유를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지정하여 재산권 행사를 못하게 하였으니 관람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과 국가에서 유지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기에 관람료를 받는 것은 이중으로 지원을 받는 셈이라고 주장하는 의견 등이다.

하지만 문화재를 떠나서 도로를 막고 통행료 개념의 돈을 받는 것에 대하여는 불만이 많다. 울산에서 왔다는 한 등산객은 "이게 산적이 아니고 뭐냐"며 울분을 표시했다. "국가는 법으로 산적질을 하게 근거를 만들어 주고, 그런 법을 바탕으로 칼만 안 들었지 산적이 아니면 뭐냐?"며 "차라리 천은사에 있는 문화재를 문화재에서 제외시키라"고 주장했다.

천은사에 있는 문화재는 '보물 제924호 천은사극락전아미타후불탱화(泉隱寺極樂殿阿彌陀後佛幀畵)', '보물 제1340호 천은사괘불탱(泉隱寺掛佛幀)', '보물 제1546호 구례천은사금동불감(求禮 泉隱寺 金銅佛龕)' 와 '시도유형문화재 제50호(전남) 천은사극락보전(泉隱寺極樂寶殿)', 그리고 '문화재자료 제35호(전남) 천은사(泉隱寺)가 지정되어 있다.

과연 천은사(泉隱寺)는 한자어처럼 샘 솟는 뭔가(?)가 숨겨진 절인 것 같다.

관람료 징수에 대한 천은사 홈페이지에 공지된 글
1. 천은사 문화재는 천은사 본 절만 아닌 천은사 일원으로서 산내 암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천은사 본 절을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람료징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산 내 암자를 포함한 문화재자료 35호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2. 천은사 구역을 관람할 목적이 아니고 노고단에 오르시는 게 목적이시라면 남원, 뱀사골등의 다른 매표소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3. 천은사 문화재관람료 징수의 또 다른 이유는 민족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지키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에서는 적법성 여부를 떠나 문화재관람료 징수와 관련하여 민원이 제기되어 오는 관계로( 비록 입장객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지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관계부처와 의견조율이 필요하여 단시간에 새로운 대안이 나오진 못하겠지만 우리 전통문화유산과 지리산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웃으며 산을 찾을 수 있기를 다시 한번 기원 해 봅니다.
- 천은사 종무소 -

#천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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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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