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앞 산호 빛 바다아름다운 산호빛 바다에서 여행객이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재만
지난 6일 새벽 5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팔라우 코르르 공항에 내렸다. 짙은 어둠이 공항을 에워싸고 있어 바깥은 아직 깜깜하기만 하다. 입국심사 하는 곳으로 들어서자 팔라우 원주민으로 보이는 공항 직원들이 파란 제복을 입고 입국심사를 하고 있다. 그들은 입을 꽉 다문 채 무표정한 얼굴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공항엔 사뭇 딱딱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마른 체형과 달리 이곳 공항의 사람들은 대부분 곱슬머리인 검은 얼굴에 뚱뚱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잠시 후, 한 남자직원이 다가와 다정하게 입국심사에 대한 도움을 준다. 간간히 한국말을 써가며 친절하게 입국 심사표를 점검해 주고 눈인사도 건넨다. 우락부락한 처음 인상과는 달리 상냥한 표정이다. 긴장감이 조금씩 풀어지며 슬슬 팔라우에 대한 호기심이 피어났다.
왜 이들 원주민은 남녀 모두 한결 같이 몸이 뚱뚱한 걸까? 기후 때문인가 아니면 음식 때문일까? 혹시 사계절 날씨가 따뜻하여 먹을거리가 풍부한 탓이 아닐까? 그런데 필리핀이나 태국 사람들은 날씨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들의 체형이 마르고 작다. 이런 의문을 품으며 버스를 타기 위해 공항 바깥으로 나왔다. 어두운 불빛아래 살포시 드러나는 공항 건물을 살펴보았다.
우리나라 어느 읍내 터미널에 온 느낌이다. 그러나 승강장에 택시가 보이지 않는다. NECO TOUR라는 여행사 버스와 짐을 실기 위해 서있는 트럭이 전부다. 이곳은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일반 자유여행은 매우 불편할 듯싶다. 공항을 출발하여 20여 분 달리자, 곧 코르르 시내에 이른다. 그러나 시내에는 아직 최소한의 가로등만 켜져 있어 시내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가 없었다.
예약한 호텔에 들어서자 새로 지은 현대식 건물, 수영장, 테니스장 그리고 그림같은 산호 백사장과 아담한 해변이 눈에 들어왔다. 휴양지에 온 분위기가 제법 살아났다. 호텔에 들어와 짐을 풀고 창문을 열어 보았다.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해변의 모습이 조명 아래 잠에서 깨어난듯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곳에서는 개발을 최대한 억제하고 원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려는 생각 때문에 5층 이상의 높은 건물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선진국으로부터 개발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몇 억 달러의 원조를 받고 있으며, 원시 자연 그대로 보호하고자 노력하는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