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전문지 엘르 최고 편집장 쟝.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오로지 왼쪽 눈꺼풀만으로 의사소통하며 재기하는 모습을 그림 영화 <잠수종과 나비> 중 한 장면.
유레카 픽쳐스
이들 부자를 목욕탕에서 처음 본 건 2년 전이다. 아들은 저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며 허공에 주먹질을 하고 물장구도 쳤지만, 옆 사람들에게 크게 피해를 주지 않아 별 문제가 없었다. 물론 다소 불편했더라도 칠순이 다 된 아버지가 장성한 아들을 물 속에서 걷는 연습도 시키고 머리도 감겨주는 등 정성을 다해 씻기는 모습을 보면서 구태여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을 게다.
이런 노부의 정성 때문인지 최근 그 아들의 상태가 많이 좋아져 예전에 했던 행동들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다음 날. 같은 시간 목욕탕에 갔는데 뜻밖에도 그 부자가 목욕을 끝내고 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당분간은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결국 더 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여느 때처럼 목욕탕 입구에 들어서자 카운터 앞에서 남자 손님 두 명이 직원에게 따지는 목소리가 내 귀를 때린다. 이번에는 온탕보다 훨씬 넓은 물안마탕에서 노부의 아들이 실수를 한 것이다.
물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 심증은 가지만 확신할 수 없어 고민스럽다는 목욕탕 입장도 있었지만, 결국 그 부자가 목욕탕에 오지 않는 것으로 사건은 끝이 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길거리에서 우연히 그 아버지를 만나 그간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아들을 데리고 집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장애인복지관 수영장을 찾아 더 많은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40대 장애 아들을 돌보며 방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노부는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지만 그간의 고통이 얼굴에 묻어 있었다.
자식 생각하면 눈 감을 수 없다는 그들, 짠하다